중국은 폐업, 폐업…“오후 3시에 겨우 첫 손님” [현장]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곧 사무실 문을 닫습니다. 자리에 있는 물건을 정리해 주세요.”
중국 베이징에서 외국 대사관이 몰려 있는 량마차오 부근에서 공유사무실을 운영하는 한 관리자는 지난주 초 고객들에게 영업 종료를 알리는 한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지난해 7월부터 이곳 사무실에서 좌석 하나를 임차해 사용하던 한겨레 베이징 지국도 짐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회사는 량마차오의 건물 2~4층을 빌려 총 450석 정도의 공유 좌석을 운영해 왔다. 관리자는 “올해 초 코로나19 봉쇄가 끝난 뒤에도 좌석 판매율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며 “손실이 크고 당장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코로나19 봉쇄가 해제되기 직전 좌석 판매율이 40% 정도였는데, 7개월이 지난 현재도 45%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좌석 판매율은 70~80% 정도였다. 이 관리자는 “베이징이 이 정도면 다른 도시의 상황은 더 안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질 기미 안 보이는 게 더 큰 문제”
이런 상황은 베이징의 대표적 관광 거리 ‘류리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붓·종이, 도장류, 그림 등을 파는 가게가 몰려 있어 중국의 인사동으로 불리는 이곳은 주말 오후인 지난 21일에도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가게 10곳 중 2~3곳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옛 포스터와 헌책 등을 파는 잡화점을 30년 동안 운영했다는 리우(63)는 “지금이 오후 3시인데, 당신이 첫 손님”이라며 “어제, 그제는 아예 한 건도 팔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봉쇄가 끝나고 지난 3~4월은 상황이 잠깐 나아졌지만, 5월부터 다시 나빠졌다”며 “먹는 장사는 그런대로 되는 것 같은데, 우리 같은 문화 상품에는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주 고객인 피부과·성형외과 등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이징 싼리툰에서 피부과 의사로 활동하는 교민 조정동(45)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15명, 많게는 25명의 환자를 봤는데, 현재는 10명을 보기도 힘들다”며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병원을 찾는 이들이 3분의 1은 줄었다”고 했다. 코로나 이전 월 500만위안(8억9천만원)을 찍던 조씨 병원의 매출은 최근 월 300만위안(5억3천만원)으로 줄었다.
어쩔 수 없이 병원 행정 직원을 25명에서 10명으로 줄였다. 조씨는 “코로나로 베이징의 민간 병원 1천곳 중 300곳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도 있다”며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강력한 봉쇄 정책인 ‘제로코로나’를 해제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중국의 경제 상황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24일 열린 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는 현 경제 상황을 “방역 정책 전환 이후, 경제 회복이 파도식 발전과 굴절식 전진의 과정에 있다”고 진단했다. 장기 국면을 긍정적이라고 전제했지만, 현재의 상황이 쉽지 않음을 솔직하게 토로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최근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여러 경제 관련 수치에서 확인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7일 발표한 지난 2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3%였다. 나빠 보이지 않지만 비교 대상인 지난해 2분기 성장률이 0.4%였음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중국 안팎의 경제 단체들은 ‘7% 이상’ 성장을 예상했었다.
더 이상 ‘큰손’ 아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내수 부진이다. 14억 인구의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소매 판매는 코로나19로 소비가 급격히 얼어붙었던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3월 이후 10% 이상 증가세를 보이던 소매 판매 역시 4개월 만에 한 자리로 추락했다. 민간 소비는 중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핵심 견인차다.
여행을 가면 물건을 휩쓸곤 하던 중국인들은 더 이상 ‘큰손’이 아니다. 지난 4월 말~5월 초 노동절 연휴 기간 중국의 국내 여행객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19.1% 늘었지만, 이들이 쓴 돈은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3년을 거치며 소득이 줄거나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많아진 탓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 국민 1인당 실질 지출은 0.2% 감소했고, 1인당 가처분 소득은 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1980년 조사 이후 두세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2021년 본격화한 부동산 경기 침체는 주민들이 더욱 지갑을 닫게 만들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한층 움츠러들었고, 빚을 내 집을 산 이들은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집값은 코로나 직후인 2020년까지는 올랐으나, 이후 내림세로 전환한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느 때라면 중국 정부가 나서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았겠지만, 쉽게 결단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 전체에 깔린 빚이 워낙 많아 부양 카드를 꺼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은 273.2%로 역대 최고치였다. 가계와 기업, 정부 등의 부채를 포괄하는 것이지만, 2019년 말 246.6%에서 3년 새 26.6%포인트 늘었다.
결국 중국공산당은 24일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소비를 독려하고 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한다는 정도의 대책만 내놨다. 그러면서 2016년 이후 단골 메뉴였던 “집은 투기용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거둬들였다. 어쩔 수 없이 손쉬운 경기 부양책인 부동산 띄우기 쪽으로 방향을 트는 모양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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