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체육이 풀어야 할 숙제는? 저출산 문제가 전부는 아니다

편집자 주

지난해 대한민국의 합계 출산율이 0.78명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만 15~49세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가 2017년부터 5년 연속 역대 최저치를 찍은 끝에 0.8명 밑으로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미 2020년 사망자(31만 명)가 출생자(27만 명)보다 많아지면서 나라 전체가 '인구 절벽' 시대로 접어들었다. 인구가 줄어드니 스포츠를 할 아이들도 없어지고 있다. 이에 CBS노컷뉴스 체육팀은 심각한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한 대한민국 스포츠의 현실을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연속 기획 기사를 싣는다.

▶ 글 싣는 순서

①"운동할 아이들이 없어요" 韓 체육, 초저출산에 존립 기반마저 흔들린다
②'금쪽같은 내 새끼' 초저출생에 韓 체육 학원 분위기까지 달라졌다
③"애들이 없으면 발굴해야죠" 악조건에도 생존 분투하는 韓 체육, 대안은 있을까
④韓 체육이 풀어야 할 숙제는? 저출산 문제가 전부는 아니다
⑤'윤석열 정부에 묻는다' 위기의 韓 체육, 초저출생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

김택천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 노컷뉴스

"지금은 아이들이 연예 기획사에 들어가려고 줄을 서지 않습니까. 저출산 사회에서 왜 그 분야는 사람이 넘쳐나고 체육 분야는 그러지 않을까요. 체육 활동에 대한 동인(動因)이 떨어진 것입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심각한 국가 현안으로 줄어드는 인구만큼 체육 꿈나무들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체육계 전반의 공감대도 형성됐다.

이런 가운데 대한체육회 김택천 학교체육위원장은 최근 인구 절벽 시대의 한국 체육의 현실 및 과제와 관련해 진행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택천 위원장은 체육 현장, 특히 학교 체육에 대한 실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로 꼽힌다.

김택천 위원장은 "인구가 줄면 선수도 당연히 줄어든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체육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가치인지 이해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면서 "학교 체육부터 시작해 기반과 체제를 새롭게 잡아야 하고 인식도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으로 인해 체육 활동을 하는 어린 학생의 수가 감소하는 건 막을 수 없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줄어드는 인구 대비 체육 활동을 하는 인구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육에 대한 인식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게 김택천 위원장의 생각이다.

김택천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체육은 저평가돼 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비생산적인 활동으로 보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과거 체육은 가난하지만 운동할 줄 아는 아이들의 신분 상승을 위한 통로였다"면서 "지금은 그 통로가 없어도 될 만큼 세상이 달라졌다. 이제는 질적 수준을 재고해서 선수가 되고 싶어 아이들이 나타나게 만들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육상 3관왕 임춘애는 눈물을 흘리며 라면 먹고 운동했다는 소감으로도 유명하다. 가난한 운동 선수의 현실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연합뉴스

과거에는 국가 주도의 전문 체육이 주를 이뤘다. 올림픽 등 국제 대회 메달만이 유일한 목표였다. 특히 아마추어 종목에서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한다는 것은 곧 직업의 선택을 의미했다.

물론 남다른 재능을 가진 유망주가 있다면 실력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저출산이 지속되는 현 상황에서는 저변 유지를 위해 체육의 생활화가 수반돼야만 한다.

김택천 위원장은 기자에게 평소 어떤 운동을 즐겨했는지 물었다. 예전에 취미로 농구, 라켓볼 등을 했다고 답했다.

이에 김택천 위원장은 "운동하기가 싫은데 간 적이 있는가. 늘 재밌어서 갔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함께 하는 사람들과 만나 사회적인 관계망 속에서 인간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는지, 상호 작용은 어떻게 하고 협력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웠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적 문화를 그대로 포함하고 있는 게 체육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학생 선수에게 전문 체육만을 강조하면서 기능만 쏙 뽑아 놓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핀란드의 어느 유소년 선수의 예를 소개했다. 김택천 위원장은 "핀란드에서 스키 대회에 나가 1등을 하는 초등학교 3~4학년 정도의 아이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그 아이는 '운동은 나의 직업이 아니다.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이어 "메달과 같은 외부의 보상이 체육 활동의 재밌고 즐거운 본질을 가린 형태로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한탁구협회가 주최한 '일우배 전국 탁구대회'에서 유소년 동호인들이 경기하는 모습. 협회

김택천 위원장은 "체육을 통해 즐거움을 평생 느낀다면 그 안에서 스스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체육계가 고민해야 할 중요한 이슈"라고 짚었다. "체육으로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김택천 위원장은 "전문 체육인이 함께 양성돼야 체육 활동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운동을 가르칠 인재 풀이 넓어질 것"이라면서 "전문 체육과 생활 체육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구 감소 시대에 한국 체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김택천 위원장의 견해는 앞서 CBS노컷뉴스가 조명한 배드민턴 종목의 사례와 비슷하다. 동호인 수에서 국내 1, 2위로 꼽히는 배드민턴은 두터운 생활 체육층에서 다수의 엘리트 선수가 배출된다. 종목의 재미를 느낀 동호인들이 자녀들에게 운동을 권유하고, 2세들도 부모와 함께 땀을 흘리며 종목에 빠져든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김종웅 전무는 "배드민턴 동호인들은 대부분 아이들을 데리고 경기장에 온다"면서 "자연스럽게 자녀들이 흥미를 느끼고, 나아가 전문 선수로 진출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부모가 아이에게 안 좋은 것을 시키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배드민턴이 재미도 있고 아이의 미래까지 생각해 권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절벽 시대, 한국 스포츠가 처한 위기에 대해 실제 예산을 집행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정부의 입장은 어떨까. CBS노컷뉴스는 시리즈의 마지막 기사로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의 인터뷰를 싣는다.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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