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톡톡] 채권·펀드 ‘녹색’ 대세… ‘기후변화’ ETF 수익률 60% 넘어
하반기 투자 테마, ESG·기후변화 대응
기후변화 ETF에 2차전지 기초자산 편입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세계적 화두가 되면서, ‘녹색(Green)’이 주요 투자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친환경, 기후 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춰 나온 채권과 펀드 등 금융 상품으로 유입되는 돈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데다, 최근 2차전지주의 상승 랠리에 힘입어 수익률도 치솟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기업이 녹색채권(그린본드·Green Bond)을 비롯한 사회적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사회적 채권이란 사회가치 창출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일컫는다. 이 중에서도 녹색채권 시장 성장세가 주목된다. 녹색채권은 환경의 지속 가능성에 이바지하는 활동, 사업, 자산 등에 소요되는 자금을 조달하고 차환하는데 발행액의 일부 또는 전부가 사용되는 채권이다.
지난 24일 롯데카드가 4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이 채권의 표면 금리는 1년물은 4.434%, 2년물은 4.548% 수준이다. 같은 날, 우리카드는 사회적채권 형태로 3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금리는 1년물 4.139%~4년물 4.407%로 제시됐다.
지난달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섰는데, 1조원 규모 전액을 녹색채권으로 발행했다. 금리는 2년물 4.097%, 3년물 4.196%, 5년물 4.298%로 제시됐다. 공기업이나 금융사가 아닌 일반 기업 중에선 한화가 지난 4월 처음으로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는데 수요 예측에서 목표액(1000억원)의 7배에 달하는 7050억원어치 매수 주문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녹색채권 시장 초기엔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행을 주도했는데, 정부의 이자 지원 정책과 세계적인 ESG 투자 트렌드에 발맞춰 녹색채권 발행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면서 국내 녹색채권 시장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안전자산과 비교했을 때 투자 매력도 충분히 있다는 평가다. 채권 투자 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크게 만기 전 매매로 얻는 자본 차익과 이자 수익 등 2가지다.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채권인 국고채(3년물) 금리가 전날 기준 3.63%인데, 최근 발행된 녹색채권 금리는 4%대로 국고채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고채는 6개월에 한 번씩 이자를 지급하는데 녹색채권은 대체로 3개월마다 이자를 준다는 점에서 금리 매력이 있다. 은행권 예금 금리 상승세가 주춤한 것을 고려하면 은행 예금보다 높은 이자 수익을 챙길 수 있고, 금리가 떨어지면 매매 차익도 노릴 수 있다. 최근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을 보면 원리금 상환 우려가 적다고 평가되는 곳이 많아 위험 대비 수익률 관점에서도 투자 매력이 나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물량이 한정적인 채권에 비해 개인 투자자의 접근이 좀 더 용이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친환경·그린(green)’ 테마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금리 인상기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인 가운데, 국내 자산 운용사 6곳이 일제히 내놓은 ‘기후변화’ 테마 ETF의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이 60%를 넘었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의 KB STAR KRX기후변화솔루션 ETF,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RX기후변화솔루션 ETF,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KRX기후변화솔루션 ETF,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기후변화솔루션 ETF, 신한자산운용의 SOL KRX기후변화솔루션 ETF,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탄소중립액티브 ETF 등이 그 예다. 이 ETF는 저탄소 전환을 선도하는 친환경 기술 혁신 기업 등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시장에 나왔다.
ETF상품마다 기초자산에 ‘2차전지 관련주’도 편입돼 있는데 최근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주의 상승 랠리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ETF마다 투자 종목과 비중은 다른데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하이닉스, 삼성전자, LG전자, 한화솔루션, LG화학, 현대차, 한화, 기아, 두산퓨얼셀, 현대모비스, 포스코홀딩스, 엘앤에프, 삼성물산, 코스모신소재, 씨에스윈드, 현대차 등으로 구성돼 있다.
6개 ‘기후변화솔루션 ETF’의 성적표를 비교해 보면 이 중 유일한 액티브 ETF인 ‘타임폴리오(TIMEFOLIO)탄소중립액티브 ETF’의 수익률이 가장 높다. 이 상품의 지난 25일 기준 1년간 수익률은 94.2%다.
기초지수를 기계적으로 추종하는 패시브 ETF와 달리, 액티브 ETF는 기초지수가 존재하더라도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펀드매니저가 운용한다. 다만 이런 특성으로 투자 수익에서 떼는 운용 수수료인 총보수도 높다. 나머지 5개 ETF의 최근 1년 수익률도 59~70% 수준에 이른다.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하반기 ‘ESG 투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11월 말 글로벌 첫 이행 점검이 실시될 ‘제28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FCCC COP28) 회의’를 앞두고 친환경 이슈가 더욱 강조될 것”이라면서 “친환경 관련 이슈가 생물다양성 등으로 확대되면서 ESG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위원은 “올해 연말로 갈수록 ESG 투자가 다시금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가 멀지 않았고 지난해보다 낮아진 유가를 고려하면 ESG 펀드에 관심이 재차 쏠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영향으로 유가가 치솟으면서 에너지와 방산 기업 주가가 급등한 반면, 미국 ESG 공모 펀드 및 ETF 시장의 자금 유출이 이어지는 등 충격을 받았는데, 금리 인상 종료와 유가 불안 완화 등으로 ESG 투자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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