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고부가가치 무역구조 전환 우리 선택에 달렸다

이준기 2023. 7.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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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1960년대 이후 우리 무역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여는 핵심역할을 해왔다. 1960년대 세계 100위권 밖 수출은 작년엔 세계 6위로 부상했다. 코로나 19 영향으로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면서 최근 몇 년간 우리 수출실적이 좋았던 것이다.

반도체 착시가 최근 사라지자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 수출은 지난 정부 5년간 실제로는 정체되고 있었다. 세계수출시장 점유율은 2017년 3.23%에서 매년 줄어 작년엔 2.84%를 기록했다. 반도체 제외 시 대중국 무역도 2021년부터는 적자로 전환됐다. 올해에도 7월20일까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6% 감소한 3384억달러를 보이고 있고 무역적자는 278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문제는 중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핵심 요인은 생산 가능 인구감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생산 가능 인구는 3738만명에서 저출산 영향이 현재화되면서 2030년엔 3381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매년 평균 1%, 35만명씩 줄어 2030년엔 2020년 대비 357만명 준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생산 가능 인구 1% 감소 시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59% 하락한다. 경제성장률 중 30%는 수출이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수출은 매년 0.2% 정도 감소된다.

한편 과거 폭증한 기업 규제, 노동경직성 확대, 주당 실근로시간 급격한 단축 등 악화된 경쟁력요인들도 문제다. 최근 다국적 기업들의 탈중국 반사이익과 정부의 기업환경 개선으로 추세가 다소 반전되고 있지만 이런 요인들의 개선이 없다면 우리 기업들의 해외 이전은 확대될 것이다.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는 2018년 515억달러에서 2022년엔 807억달러로 늘었다. 2006년 10.3%에서 2013년엔 21.3%로 증가된 우리 제조업의 해외생산 비중은 2017년 이후 급증한 해외투자 규모를 감안하는 경우 최근엔 훨씬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예를 들어 미국 통계청에 의하면 대미 수출 중 기업 내 무역 비중은 한국은 2021년 59.5%로 외국의 평균 46.3%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과거 겪었던 일본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1993년 9.55%를 보이던 세계수출시장점유율이 지난 30년간 후퇴를 거듭하면서 2022년엔 3.0%로 추락했다. 이는 다양한 요인에 기인하나 1985년 플라자 합의에 의한 엔화강세와 저출산율과 생산 가능 인구 감소에 의한 제조업 해외이전에 주로 기인한다. 해외이전이 가속화되면서 일본 제조업의 해외생산 비중은 2021년 25.8%로 역대 최대치 기록했고 일본의 수출 품목 수는 1990년 5906개(HS9단위기준)에서 2020년엔 5520개로 감소했다. 노동의존형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수출품목 수가 줄어든 것이다. 플라자 합의에 의한 엔화 강세와는 다르나 우리도 일본과 유사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엔화강세를 대신해 최저임금 급격 인상, 노동경직성 확대, 규제 폭증 등 국내 요인이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

우리의 선택 폭은 넓지 않다. 우선 생산 가능 인구감소를 외국인 고용이나 유휴인력 활용 확대로 대응하면서 합계출산율을 다시 2.1명 이상으로 높여갈 필요가 있다. 줄어드는 생산인구를 감안해 노동의존형 저부가가치 산업을 고부가가치 기술집약형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연구개발(R&D)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기술투자 중심 투자이민이나 고급인력 도입도 확대해야 한다. 특단의 유인책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기업 경영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킬러규제를 포함한 기업 규제를 혁파하고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이런 조치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역구조 전환은커녕, 세계시장점유율 2%대로 추락한 우리 수출을 3%로 다시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옳은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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