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신탁 ‘돌려막기’ 정조준한 금감원… 일부 증권사는 책임 소재 불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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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랩어카운트(이하 랩)와 신탁 상품을 운용하면서 채권 만기 불일치(미스매칭)로 대규모 투자자 손실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채권 돌려막기로 손실을 보전한 주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검사에 돌입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사는 랩 운용에서 투자일임업자, 신탁 상품은 신탁업자의 지위이며 채권 돌려막기나 손실 보전 등은 법상 금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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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관행 근절 의지
금융당국이 랩어카운트(이하 랩)와 신탁 상품을 운용하면서 채권 만기 불일치(미스매칭)로 대규모 투자자 손실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채권 돌려막기로 손실을 보전한 주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검사에 돌입했다. 주요 증권사는 이미 검사에 착수했거나 8월 중 들어갈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일부 증권사는 그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채권 랩‧신탁 불법 영업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조짐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KB증권(KB금융), 하나증권(하나금융지주)과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 유진투자증권, SK증권, 교보증권의 채권형 랩‧신탁 영업행위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했고 다음 달에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에 대한 검사에 돌입한다.
채권형 랩‧신탁은 단기 여유자금을 운용하려는 고객이 가입하며 보통 계약기간은 3~6개월이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가 법인 거액 자금 유치를 위해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거나 약속한 수익률 달성을 위해 만기가 1~3년으로 길고 거래량이 적은 장기 기업어음(CP) 등을 편입‧운용(미스매칭)했다. 이런 미스매칭 상황에서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며 자금시장 경색이 발생했고 채권금리가 급등(채권가격 하락)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일부 증권사의 채권형 랩·신탁 가입 고객들은 대규모 환매 요청을 하기도 했다.
증권사들은 장기물 채권에 투자했다 계약 만기나 환매 요청이 오면 다른 고객 계좌 또는 증권사 고유자산에 매도해 환매 자금을 마련하거나 손실을 보전하는 등 돌려막기까지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권형 랩‧신탁 시장 규모는 70조원 안팎까지 늘었다. 증권사들이 고금리를 약속하며 공격적인 영업을 해왔던 탓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음 달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에 대한 검사에 들어갈 것”이라며 “업계 전반이 문제가 된 상황이기에 다시는 이런 식의 불법 관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절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랩과 신탁 상품은 증권사가 상품을 설계해 운용했기 때문에 사실상 운용사의 역할까지 한 것”이라면서 “제대로 된 상품 설계와 운용을 하지 않고 고객들에게 높은 확정 금리를 약속하고 가입을 유도했다면 불건전 영업행위이고 자본시장법에 따라 제재를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사는 랩 운용에서 투자일임업자, 신탁 상품은 신탁업자의 지위이며 채권 돌려막기나 손실 보전 등은 법상 금지돼 있다.
한편 일부 증권사에서는 이번 사태를 놓고 책임소재 논란이 벌어질 조짐이다. 한 대형 증권사는 채권형 랩‧신탁 상품을 운용했던 부서가 현재 리테일사업부 소속이다. 그런데 이 부서는 지난해까지는 외부위탁운용관리 사업부 소속이었다. 올해 1월 소속이 리테일 부문으로 바뀐 것이다. 상품 설계‧운용을 주관했던 부서의 사업 부문 이동에 따라 누가 책임을 져야 할지를 놓고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증권사 한 관계자는 “책임 소재를 두고 두 부서가 갈등을 벌이는 것은 아니고,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논의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일종의 불법 카르텔을 만들어 고금리를 약속하며 고객들을 현혹했고, 자본시장의 기본 원리인 ‘손실을 투자자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손실액을 보전해 준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지금까지 공공연하게 여겨졌던 불법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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