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는 코스피의 시간…삼성전자 업고 2900 갑니다"
[편집자주]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신뢰를 잃고 있다. 시장 전망이 빗나가는 일도 적지 않고, 선행매매와 같은 범죄도 발생했다. 리서치센터에서 소신있게 내놓은 종목 의견은 '조리돌림' 수준으로 비난을 받고 있으며 오히려 신뢰하기 어려운 유튜브 등에 의존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그들은 주식시장을 수십년간 지켜온 전문가들이며 축적된 경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1>은 하반기 주식시장의 방향과 투자방법, 주목할만한 업종을 물었다. 또 최근 논란이 됐던 사안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서울=뉴스1) 공준호 강은성 기자 = "코스피는 여름동안 박스권을 형성하면서 한두달 정도 횡보세를 보이다가 가을(9월 이후)부터 추가 상승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안에 2900선은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상승의 공신은 동학개미가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삼성전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가 2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코스닥 시장의 강세였다면, 하반기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코스피 시장의 강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600만 동학개미가 들고 있는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실적 회복과 함께 주가의 추가 상승이 이뤄질 것이며, 이에 힘입어 2900선 탈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나라가 제조산업, 수출의 비중이 큰 만큼 경제성장과 지수 상승 회복의 핵심요인이 반도체에 있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돈을 실제로 잘 벌 수 있는 곳에 주목하라"
현재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산 생산품에 대한 각종 세금면제 혜택 등을 제공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대중국 반도체 산업규제를 통해 패권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김 센터장은 현재 상황에 대해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소위 세계화에서 역행하는 '탈세계화'가 진행중"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미국의 제조업이나 설비투자 등이 늘어나면 수혜를 받는 지역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우리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중국이 세계시장에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고 물가를 낮추는 역할을 했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국이 필요한 산업은 자체적으로 어느정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기조가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중복투자가 나타나는 산업이 있고, 그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김 센터장은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제조업 사이클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미국 경기 자체는 침체는 아니지만 조금 성장이 더뎌질 수 있다. 우리나라와 반대로 미국 기업수입의 3분의 2는 소비가 차지하기 때문"이라며 "반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분이 대부분이다. IRA 등을 통해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보면 공장 건설, 설비 투자 등을 늘리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 센터장이 추천하나는 단 하나의 종목은 삼성전자다. 다소 '뻔한 대답'이라는 말에도 그는 "삼성전자 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탈세계화와 성장둔화 상황에서 '확실하게 성장을 보여줄 수 있는 회사가 무엇이냐'고 물어봤을 때 확실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반면 당장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 성장주에 대해서는 추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상반기 미국 증시에서는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소위 성장주가 강세를 보인 반면 국내 대표 성장주인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해당 종목 투자자들은 2022년 초까지 지속되던 국내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식으면서 소외주가 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각각 전고점 대비 2분의1, 3분의1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대해 김 센터장은 "우선 팬데믹때 치솟핬던 이들 종목의 주가가 적정밸류였냐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당시에는 금리가 낮고 시장에 유동성이 몰리는 상황이었고 이제는 성장이 희소해지는 시대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매크로 경제상황이 악화하고 기업의 조달비용이 비용이 커졌다"며 "이런 경영환경을 이기고 이익을 창출한 확실한 기업이 올라가는 것이고, 그게 바로 미국의 성장주다"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 대형 성장주는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국내 성장주보다 우수한 만큼 "다 같은 성장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가 내려가거나 플랫폼주가 다시 주목받을 수 있는 환경이 오면 언제든 다시 시장의 주도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변수 반영하며 리포트 업데이트…꾸준히 봐주길"
지난해 하반기 대부분의 리서치센터는 올해 '상고하저'를 예측했지만 코스피와 코스닥이 상반기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면서 전망을 빗나갔다.
그는 "우리 하우스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수 전망이 높은 편이었다. 2600p선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단편적으로 해당 전망은 맞지 않았지만 결국 코스피는 2600선을 회복했다"고 덧붙였다.
애널리스트 리포트의 신뢰도를 흔드는 문제는 최근까지도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전직 애널리스트 어모씨는 2013년부터 3개 증권사에서 10년간 애널리스트로 재직하며 매수의견 리포트 공표 전 주식을 매수하고 공표 후 매도하는 방식으로 22개 종목을 선행매매해 총 5억2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지난달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자본시장특사경)에 적발돼 이달 기소됐다.
매수일색 리포트 자체에 대한 불신에 이같은 불미스러운 사건까지 겹치면서 최근 애널리스트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는 '바닥'을 기고 있다.
그는 "도덕적 해이 등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은 강력한 컴플라이언스 등을 통해 개선하고 분명이 자정해야할 부분"이라면서도 '전망 정확도'와 관련해서는 실물 주가와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애널리스트는 실적을 바탕으로 현재 주가가 적정한지는 판단하기 때문에 실제 주가와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며 "단순히 유동성이 유입돼 주가가 내리고 오르는 부분은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리포트 소비자들이 한편의 리포트만 보고 업데이트되는 전망치들에 대해서는 리포트는 단편적인 시점이 아니라 꾸준히 상황을 업데이트 되는 사항까지 참고해서 읽어야 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매도(셀) 리포트를 자주 내는 외국계 리서치센터와 비교해 투자환경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김 센터장은 "외국계는 고객이 주로 기관투자자나 헷지투자자이기 때문에 매도리포트를 내도 받아들여지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우리와 투자문화가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어 "돈을 내고 볼 수 있는 외국계 리포트와 달리 우리나라 리포트가 거의 공공재라는 점, 우리나라에서 지적재산권 개념이 외국과 차이가 있는 점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정 자산군에 대한 의견이 아니라 종합적인 자산배분 전략을 제시하는 것을 KB증권 리서치센터의 장점으로 꼽았다.
김 센터장은 "보통의 증권사는 홀세일을 지원하는 측면이 크지만 우리는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 등을 모두 지원하는 체제"라며 "주식과 채권은 물론 부동산 부분에도 강점이 있고, 모든 분야의 애널리스트가 모여 매트릭스 구조로 자산배분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 2023년 1월 ~ (현) KB증권 리서치본부장 상무 2015년 4월 ~ 2022년 12월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애널리스트 2009년 9월 ~ 2015년 4월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ze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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