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도로 쪽방촌' 90세 변말련 할머니는 어떻게 폭염을 날까

박상아 수습기자 2023. 7. 27. 05:2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런 더위에는 꼼짝도 할 수 없어."

긴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됐다.

지난 폭우의 피해가 아물기도 전에 부산 쪽방촌 사람들은 폭염을 맞이했다.

집 하나 건너 빈집이 나타나는 이곳 산복도로 쪽방촌에 63년째 살고 있다는 변말련씨(90)는 이렇게 더운 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바닥에 머리를 눕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 열 식히거나 그늘 찾아 숨기도
장마가 끝나고 찾아온 폭염…더위와 사투 쪽방촌 어르신들
26일 낮 12시께 부산 동구 한 쪽방촌에서 어르신이 부채질을 하고 있다./2023.07.26 박상아 수습기자

(부산=뉴스1) 박상아 수습기자 = "이런 더위에는 꼼짝도 할 수 없어."

긴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됐다. 지난 폭우의 피해가 아물기도 전에 부산 쪽방촌 사람들은 폭염을 맞이했다.

26일 낮 12시께 부산 동구 쪽방촌 골목.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부산의 이날 최고 기온은 32도, 체감온도는 33도 이상을 웃돌았다.

가만히 있어도 뚝뚝 떨어지는 땀과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가 폭염을 실감케 했다.

집 하나 건너 빈집이 나타나는 이곳 산복도로 쪽방촌에 63년째 살고 있다는 변말련씨(90)는 이렇게 더운 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바닥에 머리를 눕혔다. 미동도 없이 눈을 감은 변씨 이마 위로 구슬땀이 맺혔다.

26일 오후 1시께 부산 동구 한 쪽방촌. 벽에 물자국과 검은 곰팡이가 나 있다./2023.07.26 박상아 수습기자

천장과 바닥 곳곳엔 폭우가 지나간 흔적들이 보였다. 변씨는 빗물로 일어난 장판과 검은 곰팡이를 가리키며 "비가 오면 물이 차오르고 햇볕이 들면 물이 마른다"며 토로했다.

활짝 열어둔 대문 사이로 바람이 몇 번 불다 다시 뜨거운 공기가 훅 끼쳐왔다. 연식이 30년도 더 된 에어컨은 제구실하지 못한 채 먼지에 뒤덮여 있었다. 근처 경로당이 있으나 거동이 불편한 변씨에겐 거기까지 가는 것도 무리다.

또 다른 쪽방촌에서 만난 한선자씨(72)는 탈탈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에도 열이 가시지 않는 듯이 한 씨는 왼손에 든 부채를 흔들고 있었다.

배 속에 든 것도 없이 이 더위를 무슨 수로 이기냐는 한씨는 기운을 내 손가락을 들었다. 금세 콧등으로 땀이 흘렀다.

한씨는 "숨 막히는 더위에 선풍기 바람이라도 없으면 숨이 턱 막힌다"며 "지금도 이렇게 더운데 앞으로 더 더워지면 어쩌나"고 걱정했다.

기상청은 올여름 장마가 사실상 끝났으나 빠르게 기온이 상승해 부산과 대부분 지역에서 체감기온이 최대 33도 이상 오르는 등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정 부산연구원 노인정책 담당 연구원은 "지속해 폭염 취약계층을 발굴하는 일이 중요하다. 또 최근 노인 맞춤 돌봄이라는 제도 등을 통해 에어컨 설치나 병원비 등을 지원하고 있으니 근처 주민센터에서 지원 대상 여부를 꼭 확인해 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노인정책의 지원 대상이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뿐 아닌 노부부로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ivor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