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쓰지 마쇼"…고속道 변경 '반대 주민'에 전화 건 양평군수
전임 군수·민주당 관련 비판 내용 포함
전진선 군수, 반론 댓글 주민에게 전화
70대 주민, 군수의 '만남' 제안 거부 의사
이후 반말, 욕설 뒤섞여 고성 오가며 언쟁
첫 통화 후 2차례 더 전 군수가 다시 연락
A씨 "민주당원이자 양평군민으로서 이견"
"현직 군수 오밤중 전화, 협박 아니냐"
양평군 "비서실 확인 결과, 따로 입장 無"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64) 경기 양평군수가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의혹에 휩싸인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안(강상면 종점)을 추진하기 위한 자신의 인터넷 게시글과 관련, 반대 의견을 올린 주민에게 전화를 걸어 거친 언쟁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 주민 댓글 달리자 전화부터 건 전진선 군수
통화에서 전 군수는 먼저 "저 전진선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좋은 의견 주시는데, 한번 만납시다. 나하고 만나서 얘기 좀 합시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A씨는 "만나는 건 어렵지 않은데, 굳이 뭐 만날 일이 있겠어요"라며 우회적으로 거부하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그러자 전 군수는 "아니 나한테 댓글 달 때 오늘은 점잖게 쓰셨더만, 다른 데다가 나한테 함부로 쓰지 마쇼잉. 어?"라고 했다.
이후 둘의 대화는 반말과 욕설이 뒤섞이면서 감정적인 말다툼으로 번졌다.
A씨가 "말씀 그렇게 하지 마시고요. 반말식으로…"라고 말하는 사이, 전 군수는 "말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한번 만나자고 그러니까요"라고 거듭 만남을 요구했다.
이어 A씨는 "아니 그런데 반말처럼 이렇게 말하지 말아봐요. 내가 당신보다 한참 위야"라고 했고, 이 같은 발언 도중 전 군수는 "내가 찾아갈까요?"라고 말했다.
또 전 군수는 "한참 위가 아니라 당신이 나한테 그렇게 했잖아. 나한테 어떻게 썼는데?"라고 반말로 따졌고, A씨는 "아니 뭐 어떻게 썼는데, 공개적으로 당신이 얘기하면 되죠"라고 맞받았다.
이 과정에서 전 군수가 "한번 찾아볼까, 나한테 문자 온 거 한번 찾아볼까?"라며 계속 반말을 하자, A씨는 "반말조로 이래(말을 해) 군수가. 이 ○○이 뭐 이런 ○○이 있어. 끊어 △△"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전 군수의 "이 ○○이 □□□이네 이거"라는 말과 함께 통화가 종료됐다.
첫 통화 이후 전 군수는 2차례 더 A씨에게 연달아 전화를 걸었고, 후속 통화에서도 '반말조로 찍찍하고 그래요(A씨)', '네가 영원토록 군수할거야?(A씨)', '아이고 (나이) 많이 드셨네(전 군수)', '한번 만나볼까?(전 군수)' 등 언쟁이 이어졌다.
A씨 "오밤중에 군수가 전화, 협박 아니냐"
이처럼 전 군수가 전화를 걸었던 것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A씨가 반박 댓글을 올린 게 직접적 계기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게시글에서 전 군수는 "양평서울 간 고속도로 예타안에 대한 진실을 알려드린다"며 "(전임 군수가)예타안에는 이미 양서면 도곡리에 IC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군민들에게 알리지 않아 양서면 주민에게 기대감만 주었는데, 민주당은 예타안을 고집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글이 게시되고 한 시간쯤 뒤인 밤 10시 A씨는 "예타안에 강하IC를 설치하자고 한 게 선로변경을 요청했다는 말은 과대 변명이다"라며 "당시 전 군수님도 의회 의장이었는데 예타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었나"라고 댓글을 남겼다. 이 외에 변경안으로 인한 지역 내 부작용 우려에 대한 내용 등을 덧붙였다.
이 같은 댓글이 달린 뒤 10분쯤 지나 전 군수가 A씨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강상면이 고향이라는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민주당 당원이라는 점을 알리면서도 "현직 군수가 반론을 제기한 지역주민에게 전화까지 한 데 대해 '심리적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A씨는 "예타 통과 당시 사실 관계에 대한 (전 군수의) 일방적 주장이고, 사업 목적에 따라 원안을 바라는 다수 의견들과 강상면 종점에 대한 우려 사항들도 있어 공개 글로 올렸다"며 "공개된 글로 재반박을 하면 될 일이지 군수가 오밤중에 전화를 걸어오니까 위협적으로 밖에 안 느껴졌다. 협박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한 거친 표현이 오간 데 대해서는 "한참 어린 사람이 반말투로 그러니까 화가 나서 거칠게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다"라며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 이렇게 된 데 대해 사과를 요구해도 답이 없어 지금은 수신차단을 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전진선 군수 입장 문의에 양평군 "별도 의견 없어"
양평군청 관계자는 "비서실을 통해 확인해 봤는데 따로 입장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앞서 전 군수는 지역 주민설명회에서 국토교통부가 최적안이라고 주장하는 강상면 종점안(변경안)의 당위성을 앞세우면서 "(강상면) 병산리 이장님 네 분을 만나서 '이장님들, 진짜 반대하면 양평에 고속도로 못 온다'라고 사정을 했다"며 "'여기에 김건희 땅이 있다'는 이야기는 지금 우리 양평 사람들은 할 때가 아니다"라고 김 여사 일가 의혹 제기에 노골적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특히 양평군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개 범군민대책위원회(범대위)'에서 진행 중인 '범군민 10만 서명운동'에 분야별 관변단체들의 참여를 독려하면서도 변경안의 장점만을 부각한 설명자료를 직접 제작해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단체 관계자의 '중복서명도 가능하다'는 안내로 '여론 왜곡' 우려도 커졌다.
예타안(양서면 종점)을 요구하는 의견을 배제한 채, 변경안 홍보에만 치중하면서 '편향성' 논란에 부딪힌 배경이다.
한편, 민주당 측은 25일 직권남용·지방공무원법 위반·직무유기 혐의로 전 군수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김 여사 일가의 공흥지구 특혜의혹 사건(공문서 위조 혐의)으로 수사받던 A국장을 군수 취임 직후 단독 승진시키는가 하면, 사업을 백지화한 국토부가 아닌 민주당사를 항의 방문하면서 공무원들을 대동하고, 노선안에 대한 찬반 논쟁이 있는데도 의도적으로 주민서명을 주도한 점 등이 고발 내용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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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pc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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