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뿌리 기억할 공간 마련해야” [정전 70주년 특집기획]
인천 실향민 10년새 절반이상 뚝... 후대위한 ‘아카이브’와 ‘교육’ 절실
“정전 기념일만 찾아오면 마음 한편이 너무 쓰립니다.”
26일 오후 2시 인천 강화군 양사면 평화전망대. 북녘 땅을 한참 바라보던 최종대씨(87)는 눈물을 훔친다. 최씨는 이북5도민(실향민) 1.5세대로 부모님의 고향이자, 본인이 태어난 북녘 땅을 보기 위해 해마다 이곳을 찾는다. 최씨는 “이곳에 올 때마다 눈물만 훔치다 돌아간다”며 한숨을 내쉰다. 최씨는 “종전이면 종전, 통일이면 통일을 원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실향민 1세대는 세상을 떠나는데,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만 품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열린 ‘2023 한강하구중립수역평화축제’에는 고향을 그리워 하는 실향민 후세대들과 북한이탈주민 100여명이 참여했다. 이 행사는 한강하구중립수역평화축제조직위원회가 6·25 한국전쟁 정전 협정 70주년을 맞아 평화를 기리기 위해 마련했다. 평화순례길이 이뤄지는 강화군 교동도 일대는 6·25 한국전쟁 당시 피난 온 실향민들의 대표적인 삶터다. 또 이들은 교동도 타이거여단전적비와 사슬재 민간인희생위령비도 방문해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실향민 3세대인 김예주씨(30)는 “할아버지가 살면서 그리워 했을 고향 북한을 바라보니, 전쟁의 안타까움이 더욱 느껴진다”고 했다. 이어 “할아버지가 닿지 못한 고향을, 눈으로 대신 담으니 감회가 새롭다”고 덧붙였다.
윤여군 한강하구중립수역평화축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1세대 실향민들은 이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지 오래”라며 “대부분 실향민 2세대 이상 들이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고 싶어 참여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행사를 통해 실향민들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라도 달래고, 전쟁의 참혹함을 되풀이 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인천지역 이북5도민(실향민)들이 노환으로 세상을 등지면서 10년 새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역 안팎에서는 실향민 후세대들의 교육 및 기록을 통해 평화통일로 갈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통일부에 따르면 인천의 실향민은 3천230명으로 10년 전인 2013년 6천116명에 비해 47.1% 감소했다. 이들 대부분 1세대인 탓에 현재 80~90세의 고령인 탓에 노환 등으로 세상을 등진 탓이다.
특히 해가 갈수록 1세대 실향민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하루 빨리 2~3세대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인천 강화군 교동 일대는 실향민들이 터를 잡아 살아온 지역 특색이 있는 만큼, 후세대들의 기억과 자료를 이용해 기록 및 전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원도 속초시는 속초시립박물관에 이북지역 역사를 전시하는 등 ‘속초실향민속촌’을 운영하고 있다. 속초를 중심으로 6·25 한국전쟁 이후의 피난민 대거 유입과 정착으로 이뤄진 ‘아바이마을’ 등 실향민 문화를 가진 곳이기 때문이다.
남근우 인천연구원 도시사회연구부 연구위원은 “이산가족 정책을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카이브’와 ‘교육’이다”라고 했다. 이어 “1세대 분들이 가진 고향에 대한 기억을 혈맥으로 이어온 2~3세대를 통해 기록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산가족에 대한 현황 파악과 통일에 대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천은 강화 교동이라는 독특한 지역을 품고 있는 만큼, 교동에 실향민 박물관을 만들어 ‘이산가족 아카이브’의 완성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jh@kyeonggi.com
이시명 기자 sm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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