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보호 종합대책 추진…"악성민원 실태조사부터"

김정현 기자 2023. 7.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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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내달 말까지 교권보호 종합대책 마련"
'악성 민원 따른 교권침해' 통계·기준 불분명해
"학부모 권리 제약하려면 기준 명확히 잡아야"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교권 회복 관련 현장 의견 수렴을 위한 초등학교 교사들과 간담회에 앞서 사망 초등교사를 애도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2023.07.27. chocrystal@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사들이 목숨을 끊고 제자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교육부가 다음 달 말까지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감정노동을 세밀하게 방지하기 위해 악성민원의 기준과 지역·학교급·규모별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 집행부 등 교사들과의 간담회에서 "8월 말까지 교권 보호·확립을 위한 종합적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방안의 골자는 3가지다. ▲교원의 생활지도 관련 기준(고시) 제정 ▲그에 따라 충돌되는 학생인권조례 조항의 개정 ▲민원창구 개설 등 학부모 악성 민원에 대응한 소통 기준과 민원대응 매뉴얼 마련이다. 현행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에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이를 정리하면 교원 권리를 높이기 위해 정당한 생활지도의 유형을 세밀하게 규정해 학생에게도 제재와 책임을 지우도록 하고 악성 민원을 저지르는 학부모는 교원과 분리해 권리를 제약하겠다는 것이다.

교직단체들은 최근 숨진 서이초 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려 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폭행·명예훼손 등 형사 처벌이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포괄적인 악성 민원을 교권침해로 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 주목되는 이유다.

교육계에서는 교사의 과도한 감정노동을 방지하며 학부모의 정당한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 방안을 설계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권본부장은 "악성 민원에 대해 '교육활동 침해 행위' 기준으로 관련 고시에 포함한다는 것은 환영하지만 학부모의 권리를 제약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의 명확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악성 민원이냐 학부모의 학교 운영 참여와 같은 정당한 민원이인지 구분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법령상 명확해야 한다"며 "악성민원 대책 마련은 좋지만 그 정의와 실태조사가 먼저여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의 학부모와 교원의 환경과 서울·경기 등 수도권 학교의 환경은 다르고 그에 따른 악성민원의 유형과 양상은 다를 수 있다.

현재는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공식적인 국가 통계가 없으며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실태조사에 따른 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건수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그 추이와 양상을 가늠하는 상황이다.

[대전=뉴시스] 김도현 기자 = 지난 26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 시청 북문 앞 보라매공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를 기리는 추모제에서 명복을 비는 문구가 적혀있다. 2023.07.27. photo@newsis.com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학생, 교원, 학부모, 국가 등 교육주체들은 각각의 권리가 있다"며 "권리는 학습권 보장을 중심에 두고 최대한 보장받아야 하고 다른 권리를 침해할 때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수업방해는 교원과 다른 학생 권리를, 악성민원은 교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일시 분리나 접근 금지 등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고 나의 권리가 소중한 만큼 타인의 권리도 소중하다는 문화 모색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악성민원의 근거와 수위에 따른 제재 조치 등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을 개정해 담아야 한다. 학생이 교권침해를 저지르면 학교교권보호위원회에서 심의해 징계 수위를 정한다는 근거가 담긴 법이다.

현행 교원지위법에는 보호자 등의 교권침해 행위가 형사처벌 규정에 해당하고 피해 교사가 요청하면 관할 교육청이 고발하라는 의무 조항이 있지만 체감도는 낮다는 것이 교직단체들의 반응이다.

형사 처벌 사항이 아닌 행정 제재 조치에 대한 기준은 아예 없다. 교권침해 가해 학생은 퇴학이나 전학과 같은 7가지 처분이 가능한데 학부모는 자녀가 교권침해 가해 처분을 받았을 때 특별교육을 듣게 하고 불이행시 과태료 징수가 전부다.

김 교권본부장은 "학생들에 대한 징계가 세분화 돼 있지만 학부모에 대해서는 징계 기준이 없다"며 "악성 민원을 관련 고시에 넣기 전에 교원지위법 개정을 통해 근거를 마련해야 혼란과 갈등을 줄이고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교원의 생활지도 가이드라인(고시)에 따른 학생인권조례 개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교권침해 대책을 내놓을 때에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돼 교육부가 내달 말까지 가칭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가이드라인'(고시) 시안을 마련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법 개정은 필요 없으나 시도의회에서 조례를 고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과 진통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송 정책위원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서초구 초등교사 사망 사안의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악성민원·수업방해 등에 대한 구체적 처방"이라며 "교육적으로 풀 사안을 정파적으로 접근하는 또다른 사례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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