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없어 에코프로" 포모 증후군 확산… '빚투' 20조 넘었다

이지운 기자 2023. 7. 27.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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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44.10포인트(1.67%) 하락한 2592.36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전일 대비 39.33포인트(4.18%) 하락한 900.63,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0.9원 내린 1274.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사진=뉴스1
코스닥 2차전지주 상승과 함께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주식투자)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처음으로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다시 20조원대를 돌파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596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시장은 9조9197억원, 코스닥시장이 10조139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16조원대에 머물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4월24일 20조4018억원까지 급증했다. 이후 SG증권 발 폭락사태 영향으로 같은 달 말 19조원대로 떨어졌다.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5월17일에는 18조3861억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18조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2일부터 상승세로 돌아선 같은 달 14일 기준 19조원대를 넘어섰다.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며 이달 들어 20조원대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잔고는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일정기간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데 쓴 돈을 말한다. 빚투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이유는 반도체, 2차전지 관련주 열풍이 이어지는 점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이들 종목들이 급등하면서 빚을 내 추격매수에 나서려는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나 혼자 소외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 확대가 신용융자잔고 급증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다시 고개를 드는 빚투에 우려의 목소리 역시 높아진다. 증권업계는 개인들의 신용거래가 주가 하락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가 하락이 반대매매를 촉발하고 반대매매가 다시 낙폭을 키우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의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 후 빌린 돈을 약정한 만기 기간 내에 갚지 못하면 강제로 증권사가 주식을 팔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매매로 인해 대규모 매도가 이뤄진다면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닥지수가 약세를 보이면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지수가 급락할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4.10포인트(1.67%) 내린 2592.36에 마감됐다. 종가 기준으로 2600 이하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 13일(2591.23) 이후 9거래일 만이다. 코스닥 지수도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오전에 956.40까지 오르며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으나 곧이어 70포인트 이상 내린 886.14까지 후퇴한 뒤 전장 대비 39.33포인트(4.18%) 내린 900.63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2차전지 종목들의 주가는 대부분 급등락을 오갔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장 초반 20%가량 폭등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각각 하락 마감했다. POSCO홀딩스 주가도 장 초반 20% 이상 치솟았지만 전일 대비 4.26% 하락한 채 마감했다. 엘앤에프 주가도 장중 15% 가까이 올랐지만 이후 급락하면서 5.40% 하락세로 마쳤다.

다시 고개를 드는 빚투에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가 하락 시 후폭풍이 우려된다. 통상 신용거래는 보통 3~6개월 정도 돈을 빌린다. 다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 증거금을 추가로 넣어 부족한 돈을 채워 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식을 강제청산하는 반대대매에 들어간다.

반대매매는 통상 증권사가 주식을 담보로 투자자에게 자금을 빌려준 뒤 주식 가치가 대출한 돈의 140% 밑으로 내려가면 강제로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주식 가치가 너무 떨어져 투자자가 돈을 갚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팔아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빚투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빚투가 아니라면 주가가 내려가더라도 다시 오를 때까지 버티는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매수한 주식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 최소 담보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강제로 처분당한다"며 "특히 코스닥은 코스피와 비교해 주가 변동성이 큰 만큼 반대매매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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