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집회 제재 강화" 권고... '국민참여투표 후 법령 개정' 고착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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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26일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근거로 도로 점거 및 소음 기준 등 집회·시위 요건과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계 법령 개정을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에 권고했다.
TV 수신료 분리 징수 때처럼 대통령실이 운영하는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참여토론에 부친 뒤, 그 결과를 명분으로 관계부처에 법령 개정을 권고하는 시스템이 고착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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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수신료 분리 징수 때와 닮은꼴
민감한 현안 결정에 적절한지 논란
대통령실 "특정 결론 염두에 안 둬"
대통령실이 26일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근거로 도로 점거 및 소음 기준 등 집회·시위 요건과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계 법령 개정을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에 권고했다. TV 수신료 분리 징수 때처럼 대통령실이 운영하는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참여토론에 부친 뒤, 그 결과를 명분으로 관계부처에 법령 개정을 권고하는 시스템이 고착되는 모양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국민제안심사위원회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무조정실 공공질서 확립 태스크포스(TF)와 경찰청에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집회·시위 제도 개선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권고안에는 △출·퇴근시간 대중교통 이용방해 및 주요 도로 점거 △확성기 등으로 인한 소음 △심야·새벽 집회 △주거지역·학교 인근 집회 등에 따른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 개정과 후속조치 이행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집회·시위 금지 시간 및 장소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단서와 벌칙 규정 미비점 보완 요구도 포함됐다.
대통령실의 권고는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3일까지 3주간 진행된 공개토론 결과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은 추천·비추천 투표 결과 총 18만2,704표 중 12만9,416표(71%)가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에 찬성했다고 전했다. 함께 진행된 댓글토론 결과에 대해선 "집회·시위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존중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헌법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평온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한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며 "참여자(13만여 건) 대다수인 10만8,000여 건은 과도한 집회·시위로 겪는 피해를 호소했다"고 덧붙였다.
수신료 분리 징수, 국민참여토론 후 속전속결 진행
이번 권고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등에 대한 정부의 개정 검토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직전 국민참여토론 주제였던 'KBS TV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방식'에 대해서도 지난달 5일 '현행 방식 개선 필요' 96.5%, '분리 징수' 31.5% 등의 결과를 내세워 정부에 분리 징수를 권고했다. 이후 같은 달 16일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이달 11일 국무회의 의결 및 윤석열 대통령 재가까지 시행령 개정이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이처럼 논란 소지가 큰 현안을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근거로 법·제도 개정에 나서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에 속도를 내기 위해 특정 성향의 국민 여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TV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국민참여투표에서는 중복투표 및 조직투표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복투표 논란에 "본인인증 거쳐" 선제 해명
대통령실은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본인인증을 거치는 만큼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대규모 어뷰징은 불가능하고 사전에 특정 결론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며 선제적으로 보완 설명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토론에 부치는 의제들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들"이라며 "정책화될 수도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오직 국민의 뜻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통령실은 다음 토론 주제를 '자동차세 등 각종 행정상 자동차 배기량 기준 개선'으로 선정했다. 자동차세나 기초생활수급자격 결정 시 자동차 재산가치를 배기량에 따라 산정하는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안에 따른 것이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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