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神, 그들의 횡포에 맞선 소녀 [진달래의 '웹툰'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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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세계를 흔든 K콘텐츠의 중심에 선 웹툰.
'웹툰' 봄을 통해 흥미로운 작품들을 한국일보 독자들과 공유하겠습니다.
원동 작가의 웹툰 '주근깨 가쵸'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웹툰은 주인공 가쵸가 우연히 '도르제'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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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를 흔든 K콘텐츠의 중심에 선 웹툰. 좋은 작품이 많다는데 무엇부터 클릭할지가 항상 고민입니다. '웹툰' 봄을 통해 흥미로운 작품들을 한국일보 독자들과 공유하겠습니다.
신(神)이 신으로 존재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섬기는 자가 없어도 신이 존재할 수 있을까.
원동 작가의 웹툰 '주근깨 가쵸'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사유의 시간을 선사하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다. 섬기는 자들이 사라지면서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신들. 그들의 횡포에 맞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려는 열일곱 살 소녀 '가쵸'의 모험담이 펼쳐진다. 약 3년 전 레진코믹스에서 연재가 완결됐는데, 지난 3월부터 카카오웹툰 '완결된 명작 다시보기' 기획으로 다시 연재하고 있다. 힌두교·불교 등을 바탕으로 한 신화적 상상력과 속도감 있는 서사가 강점이다. 매끈한 단편 애니메이션 한 편을 봤을 때 쾌감도 조금은 느낄 수 있다.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①
웹툰은 주인공 가쵸가 우연히 '도르제'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8년 전 할머니를 여의고 혼자가 된 가쵸는 사냥꾼 '상게'와 그 무리의 투박한 보살핌 아래 자란다. 사냥꾼으로 커 가면서 산악마을을 누비는 가쵸. 마을에는 여러 신들을 섬기던 고대 사원의 흔적이 남아 있다.
어느 날 사냥 중에 영험한 신물인 사슴을 쫓던 가쵸는 갑자기 무너져 내린 땅속으로 떨어진다. 정신을 잃어 가는 와중에 그의 눈에 띈 것은 고대 사원의 흔적과 반짝이는 구슬. 구슬에는 한 인간 마을을 몰살시켰다는 누명을 쓰고 신계에서 쫓겨난 도르제가 갇혀 있다. 하지만 사탕을 사 먹을 돈이 없어 언제나 바라만 봐야 했던 가쵸는 그 구슬을 사탕이라 착각하고 삼킨다. 그렇게 도르제가 가쵸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둘의 험난한 여정도 문이 열린다. 가쵸가 구슬을 찾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려는 이들로부터 자신과 도르제, 마을을 지켜 내야 하는 책임을 피하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모험은 본격화된다.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②
갈등의 시작점에는 신과 인간의 이야기가 얽혀 있다. 먼 옛날 소가 가축이 되고 인간이 강의 물길도 조정하는 시대.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신을 전처럼 섬기지 않게 된다. 결국 신들은 하나둘씩 사라지는 신세가 된다. 더는 그들을 기억하는 인간이 없기 때문. 영생을 살다가 끝의 두려움을 알게 된 신들이 사람 모습을 한 신물로도 변하는 설정 등에서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힌두교·불교 문화권을 바탕으로 구현된 신의 모습들도 흥미롭다. 여러 신이 공존하는 세계나 도르제라는 이름의 유래 등에서 동양 종교의 색채를 볼 수 있다. 인간에서 신이 되면서 얻게 된 이름 '금강(金剛) 도르제'는 고대 인도의 최고신인 '인드라'의 무기 금강저를 티베트 불교에서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③
작가의 따뜻한 시선도 전반에 묻어난다. 외톨이처럼 보이는 이들이 사실은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인도와 티베트 지역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장소를 만들어 낸 작화도 온기를 더한다. "기억하고 있다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없는 게 아니란다. 여기에도 있다." 웹툰 첫 장면에서 이제 신들은 없냐는 아이의 질문에 한 스님이 자신의 가슴과 아이의 머리를 가리키며 한 말이다. 신의 존재는 결국 우리 안에 있고 아름다운 것은 모든 생명이란 그 메시지가 작품의 마지막 장면까지도 다감하게 만든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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