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 집주인에 대출 규제 1년간 풀어준다
전셋값이 기존 전세 보증금보다 낮아지는 역전세 현상으로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인 세입자들이 급증하자 정부가 한시적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내놨다. 집주인에게 적용되던 은행권 대출 한도를 보증금 반환 목적에 한해서만 일시적으로 늘려서 세입자에게 돌려줄 돈을 마련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정부는 27일부터 1년간 전세 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전세금 반환 목적 대출, 한도 크게 늘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돈을 빌리는 사람에게 적용되던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 40%’ 규제가 내년 7월까지만 전세 보증금 반환 대출에 한해 ‘총부채상환비율(DTI) 60%’로 바뀌어 적용된다는 것이다. 대책이 처음 공개된 이달 2일까지의 전세 계약만 해당된다.
DSR과 DTI는 모두 연소득에 비해 빚을 얼마나 많이 갚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DSR이 DTI보다 훨씬 강하다. DSR은 부채 비율을 구할 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원금+이자)을 포함시킨다. 하지만 DTI는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대출은 원금을 뺀 이자만 넣는다.
사례를 보면, ‘DSR 40%’가 ‘DTI 60%’로 바뀌면 연 소득 5000만원인 사람이 금리 연 4%, 만기 30년으로 돈을 빌리는 경우 대출 한도가 3억5000만원에서 5억2500만원으로 1억7500만원 늘어난다. 정부는 임대사업자에게 적용하는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규제도 완화했다. RTI는 연간 부동산 임대소득을 임대업 대출의 연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주택·비주택 임대의 경우 RTI를 각각 1.25배, 1.5배 넘게 유지해야 하지만 이번에 이 비율을 1.0배로 낮췄다.
추가 대출은 기존 전세 보증금에서 현재 전셋값을 뺀 차액만큼만 나가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전세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다음 세입자를 바로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에 정부는 1년 이내 세입자를 구하기로 약정하거나 집주인이 직접 입주할 경우, 차액을 넘는 금액도 빌릴 수 있게 했다. 대신 세입자를 구하면 입금되는 보증금으로 대출금을 즉시 갚아야 한다. 집주인이 입주하기로 했다면 대출이 나가고 한 달 안에 들어와 2년 이상 살아야 한다.
◇”도덕적 해이 철저히 감시”
정부가 대출을 한도보다 더 받을 수 있게 해주는 대신 집주인에게 내건 조건은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이다. 추가 대출로 인해 집주인의 빚이 더 늘어나는 만큼 후속 세입자가 향후 계약이 종료됐을 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다시 벌어질 수 있어 그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주택금융공사·SGI서울보증보험이 이번 규제 완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운용하는 보증보험 상품에 집주인이 후속 세입자 전입 후 3개월 안에 가입하지 않으면 은행은 대출금을 강제 회수한다. 전세 계약서에도 집주인의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세입자 보호조치 특약’을 꼭 넣어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나 주택금융공사의 보증보험 가입으로 집주인이 내야 할 돈은 아파트인 경우 전세금의 0.13%(연간), 아파트가 아닌 주택은 0.15%다. 전세 보증금 5억원인 아파트라면 연간 65만원이다.
이번 대책으로 세입자들의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에 대한 특혜란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호황기 때 무리하게 돈을 빌린 투기 세력을 구제해주는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집주인이 스스로 돈을 마련할 수 있는지도 대출 과정에서 꼼꼼히 볼 것”이라며 “반환 대출 이용 중 집을 또 사면 3년간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게 하는 등 집주인의 도덕적 해이를 철저히 감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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