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만에… 대한민국 지킨 영웅의 귀환
6·25전쟁 때 전사한 국군 유해 7구가 26일 밤 고국으로 돌아왔다. 미군 전사자로 추정돼 북한에서 미국 하와이로 옮겨졌던 고(故) 최임락 일병 등 6·25전 참전 용사 유해다. 73년 만에 태평양을 건너 1만5000여 ㎞를 돌아 고국 품에 돌아온 이들을 윤석열 대통령이 공항에서 맞았다.
이날 오전 미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서 한국 공군 다목적 수송기 시그너스(KC-330) 편으로 출발한 유해 7구는 오후 8시 15분쯤,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15분 뒤 수송기 문이 열렸고 어둠이 깔린 공항 주기장에는 윤 대통령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 최 일병 막냇동생 등이 이들을 맞았다. 하와이에서 한국까지는 신범철 국방부 차관을 대표로 한 유해인수단원들이 유해를 운구해 왔다. 최 일병 조카 최호종(50) 해군 상사도 인수단원으로 참여했다.
윤 대통령은 수송기 문이 열리고 전사자 유해함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태극기로 싼 유해함을 국군 장병이 1구씩 안고 수송기에서 내려오자 윤 대통령은 부동자세로 거수경례를 했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최고의 예우를 의미하는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이어 최 일병 막냇동생 최용(80)씨가 유가족을 대표해 편지를 낭독하다 울먹이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최 일병에게 참전기장을 수여했다. 이어 참석자들의 추도 묵념을 거쳐 최 일병 유해 등은 윤 대통령 등의 거수경례를 받으며 군사경찰 호위 속에 국립서울현충원으로 봉송됐다. 15분 걸린 봉환식이 열리는 데 73년이 걸렸다.
정부는 6·25 정전(停戰) 70주년을 맞는 27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기념식을 개최한다. 부산 영화의 전당은 유엔군 중 최초로 1950년 7월 1일 한국 땅을 밟은 미군 스미스 특수임무부대(Task force Smith)를 태운 C-54 수송기가 착륙한 옛 수영비행장 터에 지어졌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6·25전쟁은 자유 수호를 위해 국제사회가 연대한 최초의 사례이자,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승리의 전쟁”이라며 “이후 대한민국이 거둔 놀라운 성취는 70년 전 한국을 지키기 위한 자유 진영의 연대가 옳았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6·25 때 전사한 고(故) 최임락 일병 등 유해 7구는 이날 오전 미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서 한국으로 향했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 유해 인수를 위해 하와이를 찾은 신범철 국방차관과 미측 존 애퀼리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대표로 참석한 인수식이 열렸다. 신 차관과 애퀼리노 사령관이 추모사를 하고, 이어 한국 국방부 이근원 유해발굴감식단장과 미 국방부 켈리 매케이그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APP) 국장, 유엔사령부 대표가 유해 인계·인수서에 공동 서명을 했다. 신 차관은 추모사에 앞서 태극기로 관포한 유해 보관함에 목례하는 등 예를 다해 유해를 대했다.
유해는 한국 공군 특별수송기(KC-330)로 봉환했다. 특별수송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진입하자 공군 F-35A 편대가 호위에 나섰고, 최 일병 고향인 울산 지역 상공을 거쳐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이번에 봉환된 유해 7구는 6·25전쟁 중 북한 지역 등에서 전사한 참전 용사들이다. 3구는 북한에서 발굴 후 미국이 전달받았고, 1구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창설 전 미국이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발굴했다. 나머지 3구는 미 태평양 국립묘지에 안장됐던 6·25 전사자 무명용사 묘역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국군 전사자로 판명됐다. 7구 모두 처음에는 미군 전사자로 추정돼 하와이로 임시 안치됐다가 뒤늦게 국군으로 판정돼 고국 품으로 돌아왔다.
유해 7구 중 유일하게 신원이 확인된 최임락 일병의 조카 최호종 해군 상사는 유해인수단과 함께 하와이로 가 삼촌 유해를 직접 운구했다. 최 상사는 고인의 막냇동생 최용씨 아들이다. 최 상사는 “삼촌의 유해를 먼 하와이까지 와서 운구하게 돼 영광스럽다”고 했다.
최임락 일병은 1931년 울산에서 6남 2녀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형 최상락 하사도 국군 3사단 소속으로 참전해 1950년 8월 경북 영덕·포항 전투에서 전사했다. 최 일병은 6·25 발발 두 달 만인 1950년 8월 부산에서 입대해 미 제7사단 카투사로 배치됐다. 인천상륙작전 등 여러 격전을 치른 끝에 그해 12월 12일 ‘미군 역사상 최악의 극한지 전투’로 꼽히는 함경남도 장진호 전투에서 19세 나이로 전사했다.
최 일병 부모는 두 아들을 잃자 화병도 앓았다고 한다. 하지만 매년 현충일에 울주군에서 거행한 6·25 전사자 추모 행사엔 빠짐없이 참석했다고 유족은 전했다. 최용씨는 이날 서울공항 유해 봉환식에 유족 대표로 참석해 편지를 낭독했다. 최씨는 편지에서 “긴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돌아오셔서 고맙다”며 “목숨 바쳐 지켜주신 우리나라가 이제는 등 따시고 배부르게 잘사는 자유 대한민국이 되었다”고 했다. 최씨는 “지금 형님은 해군에서 보낸 제 아들(최호종 상사) 품 안에 계시는데 편안하시냐”라며 “형님, 이제 나라 걱정은 마시고 편히 편히 쉬시고 저도 형님을 찾아주신 대한민국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했다.
이날 국군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은 돌아온 용사를 최고의 예우로 맞이했다. 직접 공항에 나가 유해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은 2009년 10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전 전사자 유해를 공항에서 맞이한 모습이 연상된다는 말이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유해가 도착하는 새벽 3시쯤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를 찾아 미군 사령관들과 함께 도열해 18구의 유해를 거수경례로 맞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운구식 후 유가족들을 일일이 위로했다.
이번에 미국 측에서 인수한 국군 전사자 7위를 포함해 2012년 이후 현재까지 총 7차례에 걸쳐 313위의 국군 전사자 유해를 인수했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신원이 최종 확인된 건 19명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이날 봉송된 유해 7구 중 최 일병을 제외한 나머지 6구의 신원 확인을 위해 추가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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