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전 70년, 기적 이룬 南과 지옥 된 北
오늘이 6·25전쟁 정전(停戰)협정 70년이다. 70년 전 포성이 멈췄을 때 정전협정에 조인한 클라크 사령관은 “나는 승리하지 못하고 정전에 조인한 첫 미국 사령관이 됐다”고 탄식했다. 38선에서 시작된 전쟁이 38선 부근에서 끝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남과 북이 걸어온 상반된 길로 역사의 승패는 너무나 분명하게 갈라졌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산업화·민주화에 성공, 세계 주요 7국(G7) 가입을 거론할 정도로 부상했다. ‘단군 이래 최고 극성기(極盛期)’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김일성 왕조 독재로 주민이 굶어 죽는 세계 최빈국이 됐다. 영국 BBC방송이 최근 평양에서도 굶어 죽는 사람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10년 전 정전 60주년 행사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한국전은 승리한 전쟁이었다. 한국인 5000만명이 활력 있는 민주 제도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 대국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말 그대로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킨 북한 중국 러시아는 이날을 ‘전승절’로 부르며 성대한 기념식을 한다고 한다. 러시아는 전쟁 중인데도 국방장관을 필두로 한 대표단을 평양에 보냈다. 중국 대표단도 도착했다. 이들이 모인 가운데 북한 열병식이 열릴 것이다. 북·중·러 3국의 이런 움직임은 한반도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북은 이제는 핵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북이 중·러와 맺은 관계를 강화하는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활발한 활동과 한미일 3국 협력 복원 등으로 대비 태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무엇보다 북의 기습 남침으로 3년 동안 민족 전체가 겪어야 했던 비극과 참상을 되새기고,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정전 70년을 맞는 우리 자세의 기본이 돼야 한다.
6·25 전쟁에서 대한민국이 생존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유엔 참전국들의 희생 덕분이다. 미국의 주도로 유엔이 적시에 참전하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면 한반도 전역이 적화(赤化) 됐을 것이다. 전쟁 중 한국 이승만 대통령과 미국 트루먼 대통령은 동맹의 기틀을 만들었고, 정전 직후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대한민국 번영의 주춧돌이 됐다. 오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지에서 두 사람 동상 제막식이 열린다. 6·25를 이겨내고 오늘의 대한민국 번영을 이룬 기적의 한 상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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