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만 넘는데… 확진자 집계 안해도 되나

오주비 기자 2023. 7. 27.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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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병 2→4급 조정 예고
지난 25일 서울 중구보건소 코로나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한 시민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코로나 감염병 등급을 2등급에서 4등급으로 낮춰 관리하기로 했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하루 확진자가 4만명을 돌파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조정 시점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시스

질병관리청이 코로나의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코로나를 독감과 같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4급이 되면 대형 병원에서도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고, 전체 확진자 수 집계도 중단된다. 질병청이 지정한 520여 의료기관을 찾은 코로나 확진자(표본조사)만 신고되기 때문에 전체 확진자 수(전수조사)를 알기 어려워진다.

문제는 7월 들어 코로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7월 셋째 주 하루 평균 확진자는 3만6261명으로, 한 달 전보다 2.3배 늘었다. 지난 19일에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6개월여 만에 최다인 4만7029명까지 늘었다. 무더위가 찾아오고 방역 의식이 풀리면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크게 감소한 데다 작년 말 접종받은 백신의 면역력까지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주 60세 이상 확진자는 6만7845명으로, 전주보다 44% 급증했다. 전체 확진자 중 비율도 일주일 사이 25.2%에서 26.7%로 올라갔다.

그래픽=이지원

병원들은 긴장하고 있다. 입원 환자가 확진되고 의료진도 걸리는 경우가 다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선 코로나에 걸린 환자와 보호자가 지난주보다 50% 가까이 늘었다. 병원 관계자는 “중증 환자 치료가 주로 이뤄지는 상급 종합병원인데 (코로나가 4급으로 내려가) 대형 병원의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완전히 풀리면 병원 확산 문제가 다시 심각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일반인들도 코로나 자가 진단 키트를 다시 구매하고 있다. 한 편의점 회사에 따르면 지난 18~24일 코로나 진단 키트 매출은 그 전주에 비해 34.8% 늘었다. 다른 편의점 회사도 일주일 만에 매출이 40% 가까이 증가했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다시 쓰는 사람들도 늘어난 모습이다. 코로나뿐 아니라 여름 감기도 기승을 부리면서 마스크 매출도 소폭 증가했다.

질병청은 다음 달 코로나 등급을 4급으로 낮춰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4주 연속 증가하고 있지만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첫째 주 기준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각각 0.1%, 0.03%로 나타났다. 질병청은 확진자 추이와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코로나 등급 하향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 등급이 조정돼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되면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질 수 있다”며 “현재 유행 중인 코로나 변이인 XBB는 기존 백신이 잘 듣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재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코로나 치명률이 낮다고는 하지만 70대와 80대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다르다”며 “2~3주 후에는 중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80세 이상의 코로나 치명률은 1.8%에 달한다.

특히 확진자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대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의료기관을 찾는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전부 질병청에 신고된다. 그러나 코로나 등급이 낮아지면 전수조사에서 표본조사로 바뀌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 파악이 어려워진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확진자를 표본조사만 하면 전체 감염 규모를 알기 힘든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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