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시장 위기에도 일관 조업 체계 구축… 지역경제 발전에도 이바지

조선희 기자 2023. 7. 2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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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신일염공
염색 가공부터 원사 가공까지 탄탄한 섬유 제품 생산라인 갖춰
지역 내 일자리 공급에 일조… 복지관 운영-장학금 후원 등
소외계층 위한 나눔 활동도 꾸준
신일연사 공장 내부.
사업에서 새로운 전환은 쉽지 않다. 기업의 존립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섬유 기업 신일그룹 김동균 회장은 4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오로지 섬유 직종에만 종사하면서 고비마다 새로운 사업 세계를 개척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회장은 회사 성장의 비결로 “품질은 우리의 인격이고 납기는 우리의 생명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를 지켜왔다”라고 말했다. 납기 준수라는 원칙을 지키고 품질 경쟁력을 고수했기에 변화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위기 속 일관 조업 체계에 도전

신일섬유 공장 내부.
김 회장은 1968년부터 섬유 업계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경북 의성 출신인 김 회장은 중학교 2학년 중퇴 후 빈손으로 대구에 와서 섬유 일을 배웠다. 막상 회사에 입사해 보니 기술자가 없었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다양한 품목과 기술을 섭렵했다. 김 회장은 염색 공장의 특성과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9년 동안 9곳의 기업을 전전했다.

이를 통해 김 회장은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등 주로 화학섬유 제조 분야에서 업력을 인정받았다. 경일염직에서 22세 때 부장을 달고 당시 공장 4개를 설립하는 업무를 맡을 만큼 실력을 높게 평가받았다.

그러다가 김 회장은 1980년 염색 가공 업체인 ‘신일염공사’를 시작으로 섬유 원단 제직 업체인 신일섬유(1987년)와 신일화섬(1998년)을 연이어 설립했다. 중국산 저가 직물 상품들의 난립으로 국내 섬유 시장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2010년대 들어선 원사 가공 업체인 신일연사(2013)를 설립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신일섬유 공장 창고.
이를 통해 지역 내에서는 드물게 섬유 제품의 일관 조업 체계를 갖추게 됐다. 폴리 직물의 흡한 속건 기술 등 끊임없는 신기술 개발로 국산 섬유 제품의 경쟁력 제고에도 일조했다. 또한 아크릴필라멘트, 아세테이트, 레이온, 큐프라, 나일론 등 특수 화학 필라멘트 원사를 주축으로 제품의 생산력 또한 크게 끌어올렸다.

해당 원사 제품들은 주로 골프웨어, 캐주얼, 스웨터 등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현재도 첨단 섬유 기계를 갖추고 생산 공정의 자동화와 효율성을 겸비해 최고급의 다기능성 섬유 가공 원단을 생산한다.

안정적 공급망 구축 덕분에 지역 경제 활성화

신일염공 공장 창고.
이 회사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는 물론 신기술 개발 잠재력을 더욱 확충함으로써 지역 내에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하는 등 지역 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국내 생산 중심 체제를 갖췄더니 지역 경제 활성화가 이뤄진 것이다.

김 회장은 위기 상황에서 업계가 살아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할 뿐 아니라 기업들도 더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원로인 김 회장은 시장의 침체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부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불경기라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를 기피하는 기업들이 많은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신일연사 공장 내부.
김 회장은 “위기라고 여길수록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준다면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예컨대 부가세 면세 등의 조치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신규 인력 채용 시 정부에서 3개월 동안 인건비를 보조해 준다면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일하는 판’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업계를 대표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김 회장은 업계 활성화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 인력 활성화라고 말했다.

또한 대구 지역 내 염색조합, 섬유조합, 견직물조합, 면직물조합 등 다양한 조합 및 공공 부서가 많이 있다며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국내 다양한 부서를 하나로 통합해 운영해야 효율적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또한 그는 “기업들은 코스트에 치중하지 말고 섬유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국내 원단을 70% 사용하는 것을 권장할 필요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구 서구에 위치한 신일염공 본사 전경.
한편 김 회장은 지금도 한 달에 네 번 서울 남대문 새벽시장을 돌며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김 회장은 ‘참고하되 절대 모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그는 “카피하면 결코 발전할 수 없다”라며 “업계에서 연구를 하지 않고 카피를 하는 문화가 정착된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동 중에 문득 디자인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직원에게 바로 연락하는 등 새로운 제품 출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인재 육성에도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섬유 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하려면 기술 인력의 보강이라는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고 수시로 말한다. 김 회장은 “현재 본인의 기술을 직원들에게 전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베풂의 철학 펼쳐

의성군에 장학기금을 전달하는 김동균 신일염공 회장(왼쪽).
독립유공자 후손인 김 회장은 지역사회의 화합과 발전을 위한 베풂의 철학 또한 남다르다. 대구시 서구 비산1동에 복지관을 운영하면서 동네 어르신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서구 비산1동 민간사회안전망을 창립해 10년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3000만 원을 기탁했다. 소외계층 자녀들의 학업을 돕기 위한 장학금 후원 등 지속적인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회장은 “어린 시절 너무 힘들고 못살았다”라며 “소외계층을 위해 최대한 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00년 대구광역시 골프협회 초대 회장 및 2010년 (재)대구의성향우회장으로 취임해 대구 전역으로 향우 조직을 확대하고 고향 사람들의 단합의 장 마련을 위해 사비로 한마음체육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2013년 국세청으로부터 ‘아름다운 납세자상’(부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국가와 지역의 경쟁력이며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는 김 회장은 대구 (재)서구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지속적인 후원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또한 그는 모범 납세자로도 수차례 선정된 바 있다.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표창을 비롯해 최근에는 ‘삼우당 대한민국 섬유패션 대상’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러한 민간 부문에서의 공적 덕분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구 서구 협의회 의장직을 다년간 수행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바쁜 와중에도 자기 발전에 힘쓰는 경영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독학하며 영남대 경영대학원까지 졸업했다. 그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수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과 중소기업을 경영하면서 내가 공부를 하지 않으면 회사가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원 재교육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에 대한 열정 및 노사 간 화합과 신뢰를 바탕으로 창사 이래 무분규 사업장 실현이라는 성과를 창출해나가고 있다”라며 “신일그룹의 성과에 대해 지역 경제인들로부터 큰 귀감이 됐다는 말을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섬유 인프라 구축 위해 인재 교육 필수”

김동균 신일염공 회장 인터뷰

신일염공은 1980년 10월 염색 가공 업무가 주축인 신일염공사로 시작해 오늘날 대구 지역 일자리와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섬유 원단 제직 업체인 신일섬유(1987년)와 신일화섬(1998년), 그리고 원사 가공 업체인 신일연사 등으로 확장하며 그룹사 체계를 이뤘다. 대구 지역의 섬유 경제 역사를 이어가는 한편 침체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신일염공 김동균 회장은 43년간 한 우물을 판 기업인으로 원사 소싱부터 사가공, 제직, 염색, 후가공까지 섬유 스트림 모든 분야의 제조 공정을 개선하고 섬유 원단의 고부가가치 및 기술력 향상에 꾸준히 노력하는 경영인이다.

그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섬유 교육 체계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또한 실업급여제도 등에 대해선 기간을 줄이고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아울러 전했다.

김 회장은 대구 지역이 섬유 산업의 주축으로서 더 발전하려면 대학에 섬유학과를 설치하는 등 지역 친화적인 정책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그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선 인재 육성은 필수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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