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스포츠, 생태전환교육 방법론 부각
14일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국사봉중학교. 3학년 최두환 군이 교내 생태축제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힘차게 소리를 지른다. 최 군은 자전거가 만든 전기가 모터를 돌려 분수 물줄기가 높아지는 걸 보자 페달을 더 힘차게 밟았다. 또래보다 체격이 좋은 김 군은 자전거를 돌리는 힘도 좋아 여느 학생보다 물이 2∼3m는 더 올라갔다. 옆에서 같이 자전거를 탄 동급생 김시우 군도 빨리 페달을 밟아 금세 물통을 채웠다.
자전거를 가져와 학생들의 생태 체험을 도운 윤별 ‘마을 기술센터 핸즈’ 매니저(45)는 “지구 온난화로 생태와 에너지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체험을 통해 깨끗한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을 알려주고 학생들의 진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행사를 기획한 이 학교 최소옥 교사(생태 전환 교육부장)는 “생태전환 융합수업에 많은 교과가 참여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생태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문제해결 능력과 자기 주도 학습능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 생태 스포츠 학교 교육 접목
국사봉중의 자전거로 전기 만들기는 생태 스포츠가 학교 교육에 접목된 예다. 생태 스포츠는 공존·다양성·연대·평등 등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를 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으로 오정훈 서울시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교육장이 2020년 처음 제기했다. 그는 코로나19와 학교 스포츠 폭력이 사회 문제가 돼 학교 체육이 지장을 받자 생태 스포츠 개념을 만들었다.
오 교육장은 이달 초 교육 전문직들과 함께 광주광역시에 있는 코리아 모빌리티를 방문해 바퀴살과 축이 없는 허브 리스 전기자전거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그가 허브 리스 전기자전거에 주목했던 것은 바퀴살과 축이 없이도 자전거가 될 수 있다는 혁신성과 전기자전거에 들어있는 융합적인 성격이 생태 스포츠가 지향하는 가치와 맞았기 때문이었다.
○ 진학 위주 교육 문제점 보완
오 교육장은 혁신과 융합을 통해 진학 위주의 한국 교육에서 비롯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생태 스포츠는 스포츠에 들어있는 가치를 새롭게 해석하고, 스포츠와 교육과정이 어우러진 융합 교육을 강조한다. 수학의 2차 함수는 구기 종목의 볼의 궤적을 통해 쉽게 익힐 수 있으며 국어의 읽고 쓰고 말하기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더 라스트 댄스’를 보고 토론과 독후감을 통해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체육과 다양한 영역과의 융합 가능성은 2020년부터 서울시교육청이 시작한 ‘서울 학생 스포츠 온라인 한마당’에서 이미 증명됐다. 이 대회는 이듬해부터 교육부 주도로 전국으로 확대됐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비대면 스포츠를 통해 체력을 기를 수 있고, 다른 교과와 연관성이 있음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참가한 학생들은 2인 이상 팀을 꾸려 참여도와 영상 완성도로 기량을 겨뤘다. 오 교육장은 “참가자들은 팀원끼리 협업, 소통, 배려를 바탕으로 다른 과목에서 배운 개념과 디지털 지식을 융합했다”면서 “연결, 연대, 실천 등 생태 스포츠의 주요 개념이 모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생태 스포츠는 스포츠의 본래 가치인 공정한 경쟁도 중시하는데 경쟁 교육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 생태전환교육 방법론으로 주목
생태전환교육을 한국 교육의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산업화 시대의 1단계와 민주화 시대의 2단계를 잘 넘긴 한국 교육이 한국 사정에 맞는 교육을 통해 글로벌 교육을 만드려면 생태전환교육 중심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기 파괴적인 상황에 이른 한국의 경쟁 교육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생태전환교육이 중심이 된 3단계 교육혁명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 생태전환교육 가치 확산 필요
생태전환교육은 절박한 기후 위기를 교육으로 극복하자는 발상이다. 지구는 화석 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최근 수천 년 이래 가장 뜨겁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이를 두고 “지구가 모든 비상벨을 울리고 있다”고 했다.
생태전환교육의 확산은 교육의 역할을 어떻게 설명하는가에 달려 있다. 지난달 서울시의회가 “생태전환교육 예산이 농촌 유학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이유로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조례를 폐지한 것은 생태전환교육의 가치와 확장성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결과다. 생태전환교육은 2022 개정 교육 과정에서 한국 교육의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됐지만, 교과간 융합 과정 운영과 교과서 제작 등 구체안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교과서가 나오더라도 경쟁 교육이 판치는 한국 교육 현실에서 실천과 공감은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층수 높이고, 용적률 초과… ‘배짱 재개발-재건축’ 갈등
- 암흑 속 악보 밝혀준 또다른 눈[장애, 테크로 채우다]
- 유엔 첫 파병부대 도착한 그곳에서… 참전 22國 ‘자유’ 뜻 기린다
- 오후 5시∼8시 퇴근시간 도로점거 시위 제한 추진
- 당정 “교사 정당한 지도엔 아동학대 면책권”
- [단독]“‘극단적 선택’ 표현 부작용 커 사용 자제를”
- [단독]671억 정부 보조금 ‘헛돈’… 신재생에너지 설비 438개 ‘먹통’
- [알립니다]가을빛 받으며 서울 명산-도심 달리세요
- “재난대응 기준, 과거 수십년 아닌 최근 5년으로”… 이상민 장관, 기후위기 반영해 매뉴얼 개
- [횡설수설/서정보]한여름에 다시 유행하는 코로나… “아직 끝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