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CP(직업고 프로그램), 서울 경기 지역부터 도입해야”

이종승 기자 2023. 7. 2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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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서울과 경기 지역부터 IB CP(IB 직업고 프로그램)를 도입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IB CP 도입이 지지부진한 IB DP(IB 일반고 프로그램)의 도입에 물꼬를 트고 한국 교육의 선진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명기자 base@donga.com
‘IB 전도사’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IB DP(Diploma Program·일반고등학교 프로그램)에 더해 CP(Career-related Program·직업고등학교 프로그램)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소장은 “대통령의 수능 출제 발언으로 촉발된 킬러 문항 논쟁이 한국 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이참에 교육의 본령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DP와 CP의 도입이 가져올 교육적 논의가 한국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7일 동아일보에서 이 소장을 만나 IB CP 도입이 어떻게 한국 교육 선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들어봤다.

● 왜 IB CP 도입을 주장하는가.

“우리나라 교육은 정답 맞히기 패러다임을 벗어나 실생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는 ‘생각을 꺼내는 교육’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문제가 해결된다. 고등학교 교육 전반을 글로벌 수준으로 선진화할 수 있는 DP와 CP의 확산은 한국 교육이 당면한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이다.”

● 대구와 제주에서만 한국어 DP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의 DP는 순항 중이지만, 제주는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DP를 보는 시선이 다른데 CP까지 도입해야 할까.

“CP는 여느 IB 프로그램처럼 메타인지 및 자신과 주변 공동체와의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직업적 전문성을 길러준다. 한국 교육은 정답 위주의 경쟁 교육이어서 ‘내가 누구고, 왜 공부를 하고, 공부한 게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학생 스스로 깨칠 기회가 없다. IB는 집어넣는 교육 25%, 꺼내는 교육 75%로 이뤄졌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존중해야 점수를 잘 받는 구조이다. 한국 교육에서는 친구가 경쟁 대상이지만 IB에서는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경쟁한다. 한국 교육은 서열을 매겨야 하지만, IB는 성취 수준을 중시한다. 학폭 등 교육 외적인 문제에 집중하느라 교사들이 진을 빼는 한국 교육과 학생의 내적 성장을 위해 고민하는 IB와의 차이점은 크다. 글로벌 시대의 전문 역량과 메타인지력을 길러주는 IB는 공교육 전반의 선진화를 위해 대입뿐 아니라 취업 목적인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에서도 매우 도움이 된다.”

● CP 도입이 공교육 선진화에 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현재 특성화는 75% 학생만이 진학과 취업에 그치고, 교육과정이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다. 사회에서는 일반고 진학생보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어려운 IB 과정을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성적이 낮다고 가능성도 없다는 오해는 이미 제주 읍면 지역의 IB 월드스쿨인 표선고 사례에서 깨졌다. CP를 통해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학생들이 날개를 단다면 일반고 DP 도입의 심리적 문턱도 낮아질 것이다.”

● CP의 커리큘럼은 어떻게 구성됐나.

“7개 요소로 이뤄져 있다. DP 2과목, CP 핵심과정 4개 그리고 현장 실습 포함한 진로 연구다. DP 2과목은 여섯 영역의 DP 교과에서 고를 수 있다. 4개의 CP 핵심과정은 모두 현장 실습 및 진로 연구와 연계돼 있다. 완수하면 IB CP 이수증을 받을 수 있다.”

● 어느 지역에 도입되면 효과가 클 것으로 보는가.

“서울과 경기다. 학령인구가 제일 많고 상징성도 크기 때문이다. 두 곳 모두 IB 도입에 긍정적이고 초중학교에 시범학교 도입을 확정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는 대학입시와의 연계성 부족과 사교육을 더 조장한다는 DP에 대한 오해 때문에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서울과 경기에는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가 가장 많고 CP 이수자들의 진가를 인정해 줄 수 있는 기업도 있을 것이기에 한 번 시도해볼 만하다.”

● CP 도입과 정착에 걸림돌도 있을 것 같다.

“IB가 외세 교육이라는 일부의 그릇된 시선을 극복해야 한다. IB는 우리 국가교육 과정의 목표 역량을 잘 기르는 유용한 방법론이다. CP도 대입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기에 정시를 통한 대학 진학 문제가 해결되면 긍정적일 것이다. 지금 CP를 도입해도 결과가 나오는 건 5년 뒤로 빨리 대입 제도 개선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구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 외국의 CP 상황은 어떤가.

“세계 354개교에서 도입 중인데 미국이 164개교로 제일 많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태국, 호주 등 56개 고교에서도 운영 중이다. CP를 도입한 대부분 학교에서는 DP와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DP와 CP를 융합하면 대학 진학과 직장 취업에 모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는 CP 진로 연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공식 MOU를 IB 본부와 맺고, AI·코딩·데이터사이언스에 필요한 전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거대 출판사이자 온라인 교육 기업인 피어슨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이 IB CP 진로 연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우 홍콩의 HTI, ICI 등 관광 기관들이 CP 학생들을 위해 IB 본부와 MOU를 맺고 있다. 미국, 유럽 대학에서도 CP 학생들을 위한 구체적인 커리큘럼을 만드는 등 CP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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