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백 不計勝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3. 7. 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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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강전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안성준 九단 / 黑 쉬자위안 九단

<제13보>(195~222)=일본 바둑계에서 대만 출신 기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20세기 후반 린하이펑을 비롯해 왕리청 왕밍완 장쉬 등 천재들이 일본에 유학, 최정상권을 누볐다. 이런 전통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쉬자위안과 함께 위정치(余正麒·28) 8단 등이 농심배 등 각종 국제대회에 일본 대표로 출전해 맹활약 중이다.

백이 △로 삭감을 시도했을 때 195로 껴붙인 수가 정확한 대응이었다. 참고도를 보자. 흑 1로 안쪽에서 막으면 백 2를 당해 걸려든다. 5까지 별일 없는 듯 보이지만 백 6 때 흑의 다음 수가 없다. A와 B를 맞보기로 좌변 흑 일단의 보급로가 차단되는 것. 대세가 이미 기울었음에도 쉬자위안의 포기하지 않는 침착함과 집중력이 돋보인다.

백도 204가 냉정한 일착. 207자리로 나가 상변 흑진을 파괴하고 싶지만 중앙 백 대마가 끊겨 추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 지면(紙面) 관계상 그 진행은 내일 게재한다. 판을 메워가던 쉬자위안, 222수에 이르자 고개를 꾸벅한다. 계가 절차 없이 패배를 인정한 것. 언제 싸웠느냐는 듯 두 대국자가 담담한 표정으로 복기를 시작했다. 오직 바둑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무려 4년 만에 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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