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94] 혹(惑)
지난해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다녀간 인물이 천공이 아니라 풍수 전문가 백재권 교수임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고 한다. 곧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하니 그건 기다려볼 일이다. 여야는 이미 이를 둘러싸고 공방이 한창이다.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이 공방은 더욱 격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러나 이 싸움은 이치상 보나마나 대통령실이 완패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 문제는 처음 불거졌을 때 대통령실에서 “관저 이전 과정에 마지막 점검 차원에서 풍수상 문제는 없는지 짚어보기 위해 백재권 교수를 불러 의견을 들었다”고 밝히면 끝날 문제였다. 각종 신도시 건설에도 종종 풍수 전문가들이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고발했다가 대통령실은 기껏 “역술인 천공이 아니라 풍수지리학자”라는 허무한 결론만 얻어낸 셈이다. 역술인이나 풍수지리학자나? 그게 그거다. 둘 다 재미 삼아 보면 오락이지만 거기에 목숨 걸면 혹(惑), 즉 미혹되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국민의힘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낸 논평은 가관이다. “민주당 주장과 달리 지난 3월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했던 이는 역술인이 아닌 풍수지리학 전문가인 백재권 교수였음이 밝혀졌다.” 이것만 해도 해명이 아니라 구차한 변명인데 이어진 논평은 눈뜨고 못 볼 수준이다.
“백 교수는 풍수지리학 석사, 미래예측학 박사로서 풍수지리학의 최고 권위자로 불리며 그간 풍수지리학에 대한 다수의 자문을 해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뿐만 아니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도 만나 풍수지리에 대한 조언을 한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김 여사나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관상 상담을 해준 것이다.
혹(惑)의 반대말은 지(知)이다. 공자는 늘 혹하던 제자 자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짜 앎[知]이다.” 역술이고 풍수고 사(私)에 머물러야지 공(公)으로 들어오는 순간 혹(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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