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91] ‘갈매기 춤’으로 돌아온 나훈아

장유정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원장·대중음악사학자 2023. 7. 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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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선물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훅 들어온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나훈아가 최근에 발표한 신보(新譜) ‘새벽’을 접한 반응이다. 지난해 2월 발표한 정규 음반 ‘일곱 빛 향기’ 이후 불과 1년 5개월 만에 새로운 음반을 발표했으니, 그 불굴의 의지에 그저 경의를 표할 뿐이다.

26일 현재 ‘새벽’에 수록된 6곡의 뮤직비디오 누적 조회수가 227만 회를 넘었으니, 그의 열정에 대중이 화답한 셈이다. 그가 단순히 신보 발매에만 주력했다면 이러한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행보가 놀라운 것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방식 때문이다. 단순히 변화를 따라가지 않고 그에 올라타 흐드러지게 한바탕 노는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열린 마음’이다. 그는 열린 마음으로 시대의 분위기를 예리하게 감지하고 이를 개성적으로 형상화한다. 그는 ‘새벽’에 수록된 6곡의 뮤직비디오를 모두 직접 제작하는 기염을 올렸다. 트로트로 구성된 신곡들은 애니메이션, 멜로, 액션 등 다양한 방식의 뮤직비디오와 어우러져 보는 재미도 선사한다.

그의 노래들을 관통하는 핵심어는 ‘인생’과 ‘사나이’라 할 수 있는데, 이번 신보에서도 견지하고 있다. ‘삶’이라는 첫 곡에서는 허무한 인생이라도 울고 웃으며 즐기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나훈아가 격식을 초월하여 자유분방하게 춤추는 뮤직비디오 장면에서는 달관의 경지마저 엿볼 수 있다. ‘카톡’이란 부제가 붙은 ‘사랑은 무슨 얼어 죽을 사랑이야’는 이별마저 카톡으로 통보하는 세태를 뮤직비디오에서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재치 있게 표현하고 있다. 인스턴트 사랑을 다룬 노랫말은 씁쓸함을 불러일으키지만, ‘카톡’을 “까똑”이라 발음하거나 “카톡” 알림음으로 노래를 마무리하는 등의 기발함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첼로와 기타의 애상적인 연주로 시작하는 ‘아름다운 이별’이 성숙한 이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면, ‘타투’에서는 이별 후에도 사그라지지 않는 연정을 쉬이 지울 수 없는 타투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신곡 중 백미는 ‘기장갈매기’다. 나훈아가 직접 조폭과 맞서는 액션을 보여주는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허세 가득한 남성성을 드러낸 노랫말과 잘 어울린다. 허세와 웃음이 만나면 귀여움을 낳는다. 붉은색의 화려한 남방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채 갈매기 춤을 추는 나훈아의 모습이 그러하다.

자신이 만든 노래가 세상에 작은 위로가 되기를 소망하며 나훈아는 잠 못 드는 새벽에 이 노래들을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희로애락이 골고루 녹아있는 여섯 곡의 노래가 웃음과 눈물로 우리의 움츠러든 어깨를 토닥여 준다. 그 위로의 힘으로 계속 견뎌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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