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기업 강점은 기술·추진력… 신재생·水처리 참여 기대”
“1962년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달 탐사 계획을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믿지 않았지만, 7년 후 현실이 됐습니다. 발상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네옴(NEOM)은 달 탐사와 닮았습니다. 네옴도 곧 현실이 될 것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에 서울 44배 크기로 조성하는 미래 도시 ‘네옴’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나드미 알나스르(67) 네옴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25일 본지 단독 인터뷰에서 “네옴은 (석유 중심의) 사우디 경제 다각화를 위해 시작했지만, 인류의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라며 “환경부터 식량, 기술, 교육, 문화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solution)을 보여주는 시험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0% 신재생에너지 사용, 걸어서 5분 안에 문화·상업·의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5분 생활권’, 자동차 없이 지하 고속철로 이동하는 청정 도시 같은 미래 도시의 모습을 현실에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나드미 CEO는 “건설사는 물론, 제조업, 서비스업, 엔터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 한국 기업들이 네옴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드미 CEO는 사우디 왕족 출신으로,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와 킹압둘라 과학기술대학교 등에서 근무하다 2018년 네옴 CEO로 취임했다. 내달 3일까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디스커버 네옴’ 전시회와 한국 기업 대상 설명회(로드쇼)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자연과 공존하는 스마트시티
네옴은 사우디 서북부 2만6500㎢의 땅에 조성된다. 주민들이 살게 되는 ‘더 라인’, 기업들이 입주하는 ‘옥사곤’, 산·호수로 된 관광단지 ‘트로제나’, 호화 리조트가 들어서는 섬 ‘신달라’로 구성된다. 나드미 CEO는 “이런 지역을 개발하면서 땅의 5%만 사용하고, 95%는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존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도시 효율을 극대화하려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 높이 500m, 너비 200m, 길이 170㎞의 선형(線形) 도시 ‘더 라인’이다. 나드미 CEO는 “상업 시설과 광장, 녹지 등 도시의 핵심 기능을 수직으로 배치하고,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이동해 ‘5분 생활권’을 완성할 것”이라며 “도시는 친환경 수소와 태양광, 풍력으로만 움직인다”고 했다. 그는 “2030년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면 전 세계 도시 계획가들에게 큰 영감을 줄 것”이라며 “상상력을 가진 최고의 인재들이 네옴에 모여 선구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하며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韓 기업 강점은 기술력·추진력”
네옴 건설에는 약 1조달러(약 1300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나드미 CEO는 “앞으로 10년 동안 사우디 국부 펀드(PIF)와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5000억달러 이상을 투자받기로 돼 있다”며 자금 문제에 대한 우려는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한국과 사우디는 오랜 기간 유대 관계를 맺어 왔고, 외국인 직접투자와 관련해 양국 정부의 협력 프로그램도 있다”며 “기술력과 추진력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네옴에 참여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육상·해상 모빌리티와 신재생에너지, 수자원 분야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다. 나드미 CEO는 “현대차그룹과는 고속철도 등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협의 중”이라고 했다. 이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 중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더 라인 터널 시공에 참여하고 있으며, 건설 관리 기업 한미글로벌도 일부 현장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강점으로 나드미 CEO는 기술력과 실행력, 투자 의지를 꼽았다. 그는 “네옴의 큰 그림은 그려졌지만 내부는 아직 백지 상태여서 다양한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기업들의 사업 제안과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더욱 많은 한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사업 논의를 위해 네옴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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