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과 유료방송 위기, 혁신에서 답 찾아야 [기고/도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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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의 약진으로 미디어 생태계가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기존의 미디어 사업자들은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와중에 해묵은 TV 홈쇼핑 사업자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송출 수수료 문제는 올해도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홈쇼핑과 유료방송 업계가 혁신 없이 기존 규제의 테두리 내에서 송출 수수료 책정을 두고 갈등을 지속한다면 모두 쇠락의 길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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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의 본질은 TV 홈쇼핑 송출 수수료 수준 그 자체가 아니라, 홈쇼핑과 유료방송 모두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점이다. 홈쇼핑은 최근 매출액과 취급액 증가율이 1%대로 낮아졌고, 유료방송 역시 가입자 증가율이 지난해 0%대를 기록했다. 더욱이 이들을 둘러싼 시장 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주요 재원이 되는 독특한 국내 유료방송 시장 구조를 고려할 때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돌이켜보면 위기를 맞았을 때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의 길이 있었고, 다른 하나는 규제를 더 강화해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선택이다. 전자는 처음 가는 길이라 불확실성으로 고통스럽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더 큰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 후자는 결국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생태계 자체가 고사하곤 했다.
19세기 영국의 적기조례나 21세기 대한민국의 타다 금지법, 원격의료 행위를 금지하는 의료법은 모두 마차산업, 택시 사업자와 의료계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혁신을 가로막은 예다. 미디어 분야에서도 사업 진입이나 재허가, 재승인 과정에 지나치게 엄밀한 조건을 요구하거나 기술 표준 등을 이유로 사업의 확장을 가로막는 규제가 혁신을 어렵게 한다.
데이터 홈쇼핑의 경우 송출 화면의 비율을 전체 화면 크기의 2분의 1로 제한 받고 있고, 녹화방송 송출만 가능하다. 이러한 규제가 생긴 배경은 데이터 홈쇼핑이 기존의 TV 홈쇼핑과 다른 기술 방식으로 구현되면서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하기 위함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홈쇼핑 방송의 구현 기술 방식이나 실시간 혹은 녹화방송 여부는 관심 사안이 아니다. 더 좋은 제품을 편리하게 구매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홈쇼핑과 유료방송 업계가 혁신 없이 기존 규제의 테두리 내에서 송출 수수료 책정을 두고 갈등을 지속한다면 모두 쇠락의 길을 갈 수 있다. 유료방송과 홈쇼핑에 지금 필요한 것은 TV에서 떠나간 시청자를 다시 TV 앞으로 이끌 수 있는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서비스다. 정부는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을 자제하고 미디어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 혁신에 더 노력해야 한다.
혁신은 ‘동물의 가죽을 벗겨내는 고통을 수반하는 과정이다’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편안함과 보신주의에 안주하면 혁신의 길은 멀어진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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