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칼럼] ‘저출산’이 아닌 ‘저출생’

김인선 부산대 교수·여성연구소 2023. 7. 2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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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화로 돌봄노동 해결, 임시방편으로 문제 가중
저출생 근본적 원인 찾아 출생인구 감소율 줄여야
김인선 부산대 교수·여성연구소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하위다. 세계가 놀랐다. 한국의 인구가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2070년 3800만 명까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국제통화기금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한국을 ‘집단자살 사회’라 부르며 심각성을 우려했다. 실제로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인 유일한 국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서울시는 저출생 대책의 하나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제안했다. 그 시작은 오세훈 시장이 지난해 9월 SNS에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월 38~76만 원 수준’이라며 국무회의에서 건의한 외국인 도입 정책이었다. 이후 관련 정책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외국인 일손으로 맞벌이 부부의 가사와 돌봄 부담을 줄여 아이를 더 낳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과연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 정말 저출생을 해결할 수 있을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서울 미혼 여성 중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9%,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는 5.8%에 불과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400여 명의 25~34세 미혼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 설문 조사 결과는 여성에게 결혼과 자녀가 어떤 의미인지 보여준다.

‘시사인’ 2030 연애·결혼 리포트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미혼 응답자 579명 중 75.7%는 자신이 사회경제적으로 ‘결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답했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연애-결혼-출산’이라는 생애 모델을 거부하고 있다. 비혼의 사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비출산의 사유로 ‘양육비 등 경제적 부담 때문에’, 비연애의 사유로는 ‘여유가 없어서’라는 응답을 가장 많이 했다.(2022년 제1차 저출산인식조사 토론회 자료집)

그런데 기성세대 중 일부는 결혼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한다. 특히 이 비난은 여성에게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저출생의 원인을 페미니즘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들은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일쑤다. 그러나 인구감소의 책임은 여성이 아닌, 사회구조에 있음이 명백하다. 이런 사회적 맥락에서 여성을 탓하는 ‘저출산’이 아니라 가치중립적인 용어 ‘저출생’을 사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저출산’이란 용어가 아이를 적게 낳는 주체에 무게를 둔다면, ‘저출생’은 출생인구가 줄어드는 사회 구조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1934년 스웨덴이 세계 최저 출생률을 기록하자 사회학자 뮈르달 부부는 인구문제의 해법으로 ‘출산과 양육에 드는 비용의 사회화’를 제안했다. 미국은 2020년까지 출생률이 1.6명까지 떨어졌지만, 2021년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가 여성들의 일자리를 보존하면서 재택근무를 지원하자 출산율이 반등했다. 해외 사례는 출생률을 높이는 데 일-생활 양립을 위한 보육과 육아휴직 부모들의 노동시간 단축, 출산 후 안정적인 일자리 보장 등 정부 지원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정부는 지금껏 외주화로 돌봄 노동의 문제를 해결해 왔다. 1992년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 추진으로 국제결혼을 장려해 출산과 양육, 노인 부양 노동을 ‘결혼이민’이라는 외주화로 해결한 것이다. 지난 30년의 역사는 우리 사회가 사람이 아니라 노동력의 수입만을 원했던 민낯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극심한 저출생 대책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싼값에 가사도우미를 쓸 수 있다는 발상은 환상일 뿐이다. 정부가 모범적 사례로 제시하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노동자 정책은 노동착취 인권침해 폭력 범죄 등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 값싼 외국인 노동력 수입 정책이 어떤 문제를 초래할지 심히 우려스러운 이유다. 지난 15년간 역대 정부가 280조 원의 돈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참담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1년 지방정부 몫을 제외한 43조 원의 저출생 예산 중 출산, 난임 지원과 양육, 보육, 가족복지 등 저출생 관련 예산은 14조 원에 불과했다. 직접적인 저출생 예산을 확대하고 불평등을 개선하기보다 임시방편 정책과 더 값싼 돌봄 노동 도입이라는 근시안적 정책은 출생과 돌봄의 위기를 오히려 가중시킬 뿐이다.


무급 돌봄 노동, 돌봄 노동의 외주화로 연명해 온 가족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돌봄 책임이 가족에게 전적으로 전가되고, 가족 안에서도 여성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불평등 구조의 근원적 대책 없이 ‘싼값에 아이를 대신 키워주는’ 정책 도입이 출산율 반등에 어떤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올 하반기부터 외국인 가사도우미 100명을 고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저출생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국가는 아직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현실을 외면한 채 언제까지 변죽만 울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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