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주지훈과 모랫바람 속 ‘버디 액션’…“군대 또 다녀온 느낌”
- 레바논서 韓외교관 납치된 사건
- 실화 모티브 작품서 외교관 역할
- 택시기사 역 주지훈과 더 친해져
- 촬영지인 모로코, 전폭적인 지원
- 설산 펼쳐진 광활한 자연 감동적
- 고생 많았기에 더 잊지못할 추억
여유와 유머 넘치는 연기로 사랑받는 배우 하정우가 외교관이 되어 모래가 휘날리는 레바논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클로젯’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만나는 영화 ‘비공식작전’(개봉 8월 2일)에서 모래 속을 종횡무진한다.
1986년 레바논에서 일어난 한국 외교관 납치사건을 모티브로 한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의 버디 액션 영화다. 하정우는 20개월 전 실종된 외교관의 생존 신호가 담긴 전화를 받은 후 공식 지원도 없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 역을 맡았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2018년 추석에 김성훈 감독님에게서 연락받았다. 그리고 2020년 촬영을 시작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연기됐고, 2022년 2월 기회를 얻어서 촬영을 시작했다”며 개봉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음을 전했다. 영화의 배경은 레바논이었지만 촬영은 모로코에서 진행됐는데, 배우와 스태프들은 모로코영상위원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전세기를 타고 입국할 수 있었다. 당시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촬영을 마치고 모로코로 향한 하정우는 “도미니카공화국을 갔다 와서 열흘 격리된 상태였다. 그 후 이틀 만에 파리로 출발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모로코에 도착해 또 5일을 격리당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도미니카부터 모로코까지 반년 넘게 집을 떠나 해외에 있었다. 군대를 갔다 온 느낌이었다”며 웃었다.
긴 해외 촬영에 힘이 돼준 것은 ‘터널’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춘 김 감독과 절친 주지훈이었다. 주지훈은 민준을 태우고 레바논 곳곳을 누비는 택시 운전사 판수 역을 맡아 하정우와 함께 액션 버디 무비를 완성했다. 하정우는 “모로코에서 징글징글하게 같이 생활했다. 해외에서 촬영하면 촬영장과 숙소의 구분이 없어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출퇴근 개념이 사라지고 서로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됐다”고 해외 촬영으로 더욱 돈독해진 우정에 대해 설명했다.
하정우와 주지훈은 널리 알려진 절친이다. 그 ‘케미’가 연기에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인 만큼 너무 가벼워 보이지 않도록 신경 썼다. 하정우는 “실화의 주인공에게는 엄청난 고난과 큰 비극이지 않은가.어떻게 풀어나가고 표현할지 김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서 일차원적인 장난이나 가벼운 표현은 지양하고, 상황 자체에서 오는 블랙 코미디적 요소를 통해 재미를 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공식작전’은 모로코의 탕헤르, 마라케시, 카사블랑카 등지에서 4개월간 촬영됐다. 카사블랑카는 예스러운 느낌이 가득한 시장의 모습으로, 마라케시는 광활한 설산의 모습을 각각 보여준다. 탕헤르는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이 대립하는 베이루트의 황량한 도심이자 아슬아슬한 추격전이 펼쳐지는 뒷골목으로 그려졌다. 하정우는 “카사블랑카의 뒷골목에서 카체이싱 중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 차가 끼는 장면을 촬영했다. 그곳이 건물 위에서 쓰레기를 던지는 등 위험한 지역이었는데, (주)지훈이는 건물에서 던진 병에 맞을 뻔하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리고 “결국 제작진이 동네 청년 30명을 엑스트라로 섭외해 정리가 된 상태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마라케시에서 촬영한 장면도 떠올렸다. “들개떼에 쫓겨서 판수를 다시 만나는 장면 뒤로 아틀라스산맥이 넓게 보여 굉장히 아름다웠다. 경계선도 없는 돌산 도로를 2시간 올라가서 찍은 장면인데, 그렇게 고생해서 담은 장면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람 있었다. 모로코 촬영은 하루하루가 모두 잊을 수 없는 날이다”고 회상했다.
하정우가 ‘허삼관’ 이후 8년 만에 연출하는 ‘로비’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로비’는 골프와 거리가 멀고 비즈니스도 잘 모르는 연구원 창욱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골프 로비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다. 그는 “골프장 안에서는 차분한 사람이 야수로 변해 있고, 야수 같던 사람이 차분해지기도 하더라. 그들을 보면서 ‘이런 이중성은 뭐지?’ 생각했고, 골프 치는 사람들의 캐릭터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비’는 골프 영화가 아니라 골프장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골프 규칙을 몰라도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색다른 휴먼 코미디 영화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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