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헌재에 가득했던 野의 한숨소리

방극렬 기자 2023. 7. 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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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선고일인 25일 야당의원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3.7.25/뉴스1

2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대심판정.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 여부가 결정되는 이 자리에 민주당 등 야당 의원 7명이 줄지어 입정했다.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 장관의 탄핵을 촉구해온 국회의원들은 심판대와 가장 가까운 방청석 첫 줄에 앉았다. 현장 취재를 위해 대심판정 기자석에 앉은 기자의 바로 뒤편이었다.

기자와 1m 남짓 떨어진 야당 의원들의 자리에서는 국회가 소추한 탄핵을 기각(棄却)하는 헌재의 선고 내내 한숨 소리가 들렸다. 법정 의견을 낭독한 이종석 재판관이 핼러윈 참사 당시 이 장관의 사전 예방 조치 의무에 대해 판단하며 “피청구인(이 장관)이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남성 의원이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이 재판관이 사전 예방 조치에 이어 사후 재난 대응, 참사 관련 발언에서도 모두 위법성을 부인하자 의원들의 한숨 소리는 점점 잦아지고 커졌다. 야당이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문제 삼은 이 장관의 세 가지 잘못(참사 관련 예방‧대응‧발언)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기영‧문형근‧이미선 재판관마저 “중대한 법 위반이 없어 파면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히자 또다시 탄식이 나왔다.

어쩌면 야당 의원들도 정말로 이 장관이 탄핵될 수 있다고는 예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헌재가 이 장관의 직무 집행이 일부라도 위법했다고 지적하기를 기대했다고 생각한다. 탄핵의 필요성을 인정한 헌재 재판관의 판단이 나오면 장관과 정권을 겨냥한 공세 도구로 사용할 게 뻔했다. 헌법재판관의 성향에 따라 갈린 지난 ‘검수완박법 처리’와 ‘패스트트랙’ 선고 때처럼, 코드가 맞는 재판관들이 자신들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이 사건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되거나 확대된 것이 아니다”라며 개인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개개인의 성향을 떠나 재판관 전원(9명) 일치된 의견으로 이 장관의 탄핵을 기각했다. 이번 사건이 법적 정당성이 부족한데도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치 탄핵’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헌정사상 첫 장관(국무위원) 탄핵의 명분을 잃은 야당 의원들은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내 편을 들어주지 않은 헌재가 야속해서였을까. 이날 대심판정을 찾은 일부 의원은 선고 이후 헌법과 법률에 따라 내린 헌재의 결정을 부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다. 정치 탄핵을 옹호하고 헌재를 공격하는 이들을 보며, 한숨이 나온 것은 오히려 기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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