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학생 인권 무죄, 학부모 월권 유죄
교사 죽음, 학생인권조례 거리
개정은 필요, 사태 본질은 아냐
한 신문의 편집국장이었다. 어느 시점에 등장했던 화두가 있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학생인권조례다. 그가 밀어붙인 두 번째 작품이었다. 첫 번째 작품은 무상급식이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 두 번째 ‘작품’에 나는 반대했다. 반대 논조로 지면을 꾸려 갔다. 대단한 현학적 고찰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교실에 굳이 ‘인권’을 밀어 넣느냐”는 거였다. 교권과 대립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물론 학생인권조례를 막진 못했다. 13년 지났지만 후회는 없다.
요새 그 논쟁이 터졌다. 학생인권조례가 맹공을 당한다. ‘교사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 몰린다. 대폭 손질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아예 폐지하자는 얘기까지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도 기름을 부었다. “불합리한 교권 침해 조례 개정하라.” 학생인권조례를 겨냥한 지시였다. 당정이 교권 보호·회복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물론 학생인권조례 개정이 핵심이다. 지역 교육청도 빠르게 움직인다. 학생인권조례의 효시, 경기도교육청도 그렇다. 폐지할 것 같단다.
교사의 죽음은 충격이다. 교사들이 많은 증언을 쏟아낸다. 하나. 아동학대 흔적을 선생님이 발견했다. 가정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려 했다. 부모가 흉기를 들고 와서 교사를 협박했다. 둘. 학부모가 앙숙 관계 아이와 다른 반 배정을 요구했다. 절차상 해줄 수 없었다. 학부모가 고발 등 해코지를 시작했다. 셋. 특수교사가 학생에게 폭행을 당했다. 항의하는 교사에게 학부모가 말했다. ‘특수교사가 맞는 건 당연하다.’ 경기도 교원단체가 접수해 공개한 사례다.
명백한 교권 침해다. 분노할 일이다. 다만, 차분히 살피자. 사례에서 학생의 행위가 뭔가. 아동학대를 당한 게 전부다. 친구와 앙숙인 게 전부다. 폭력적 장애가 있는 게 전부다. 교권을 침해한 행위는 없다. 모두를 화나게 한 것은 따로 있다. 바로 학부모들의 행위다. 교사를 협박했다. 학부모다. 교사를 해코지했다. 학부모다. 교사에게 폭언했다. 학부모다. 이게 실체적 진실이다. 사례로 확인된 교권침해의 유형이다. ‘내 자식’에 몰입한 ‘학부모 월권’이다.
통계로도 증명된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설문조사가 있다. 초등교사 2천390명에게 물었다. 99.2%가 교권침해 경험을 답했다. 중요한 건 침해 유형이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49.0%로 제일 많다. 두 번째는 생활지도 무시(44.3%)다. 세 번째가 다시 학부모(폭언·폭행, 40.6%)다. 교사 비극 이후(21~24일) 조사다. 다른 때를 봤다. 2019년 5월 한국교총이 밝힌 통계다. 역시 교권 침해 1위(48.5%)는 학부모였다.
생때같던 교사였다. 슬픈 일이다. 남기려던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은 그걸 ‘교권회복’이라고 한다. 그러면 교권침해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사례와 통계가 그걸 ‘학부모 월권’이라고 전한다. 그러면 대책도 거기에 맞춰야 한다. 학부모 횡포·폭력을 막아줘야 한다. 보호 장치다. 학부모 무고에 법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 변호 기구다. 학부모 행패를 막아줘야 한다. 학교 분위기다. 그런데 그런 논의는 없다. 오직 하나만 있다. 학생인권조례 존폐 싸움.
공산주의 혁명은 늘 언어의 혼란에서 시작된다. 혁명의 언어로 계급 투쟁을 부추긴다. ‘김상곤표 학생인권조례’에서 그런 걸 봤다. 교육 현장에 뿌린 이념의 씨앗 같았다. 그 싹이 13년 만에 세상에 솟아올랐다. 거대한 좌우 갈등의 기준이 됐다. 조례 폐지는 우파다. 조례 존치는 좌파다. 사이에 중간지대는 없다.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한다. 하지만 교권회복의 본질은 아니다.’ 이 주장이 설 자리도 없다. 그런 여유 있었으면 이런 싸움도 없었다.
그럼에도 남겨는 본다. ‘교권침해를 판결한다. 학생 인권 무죄, 학부모 월권 유죄.’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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