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만의 유해 상봉 막내 “형님이 지킨 나라, 등 따신 자유국가 돼”

이상헌 기자 2023. 7. 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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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70주년]
6·25 전사자 유해 7위, 美서 국내봉환
故 최임락 일병 고향하늘 선회 비행
F-35 4대 호위-예포 21발 최고예우
尹 “조국 품에 다시 모시게 돼 뜻깊어”
국군 전사자 유해 7위 고국 품으로 26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에서 국군의장대가 전사자 유해 7위를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시그너스’에서 내리고 있다. 성남=대통령실사진기자단
26일 오후 8시 반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6·25전쟁 국군전사자 유해 7위가 73년 만에 특별 수송기 편으로 고국에 도착했다. 태극기로 감싼 소관(小棺)에 담긴 유해를 감싸 안은 군장병과 유가족이 트랩 아래로 한 걸음씩 내딛자 도열해 있던 윤석열 대통령은 거수경례로 예를 갖췄다. 엄숙한 표정이었다. 국빈급 예우로 예포 21발이 발사됐고, 군악대는 애국가로 고인의 영령을 위로했다. 신원이 유일하게 확인된 고 최임락 일병의 유족 3명이 함께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73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최 일병을 조국의 품으로 다시 모시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6·25전쟁 국군전사자 유해 봉환 행사였다. 대통령실은 “최고의 예우로 국군전사자를 맞이했다”고 했다.

● 79세 동생 “형님 가슴이 벅찹니다”

행사에 참석한 최 일병의 막냇동생 최용 씨(79)는 형님의 소관 앞에서 편지를 낭독했다. 최 씨는 벅찬 음성으로 “임락이 형님! 가슴이 벅찹니다”라며 “긴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돌아오셔서 고맙다”고 했다. 이어 “목숨 바쳐 지켜주신 우리나라가 이제는 등 따시고, 배부르게 잘사는 자유 대한민국이 됐다”고 덧붙였다. 또 “지금 형님은 해군에 보낸 제 아들의 품 안에 계시는데 편안하신가요? 이제 나라 걱정 마시고 우리 땅에서 편히 쉬세요”라고 했다. 최 씨의 아들이자 최 일병의 조카인 최호종 해군 상사(49)도 함께했다. 최 상사는 하와이부터 최 일병의 유해를 봉송했고, 소관과 함께 고국 땅을 밟았다.

尹대통령 , 유해 봉환식서 묵념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에서 1950년 장진호 전투에서 19세 나이로 전사한 최임락 일병 등 유해 7위에 고개를 숙인 채 묵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봉환된 유해 가운데 신원이 유일하게 확인된 최 일병 유해를 유가족과 함께 맞았다. 유해가 안치된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시그너스’가 하와이에서 약 7300km를 날아와 이날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자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4대가 호위했다. 함경남도 장진에서 발굴된 최 일병의 유해는 1995년 북한이 발굴해 미국으로 보냈으며, 유전자 검사로 신원이 확인돼 이번에 국내로 봉환됐다. 대통령실 제공
편지 낭독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최 일병 소관에 참전기장을 수여했고 유가족과 함께 묵념을 했다. 봉환 행사가 끝난 뒤 최 일병과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참전용사 유해 6위가 서울공항에서 국립현충원으로 떠날 때도 윤 대통령은 거수경례로 예를 갖추었다.

최 일병의 유해는 북한이 함남 장진에서 수습해 1995년 미국으로 송환했다. 고인은 1950년 8월 입대해 미 7사단 카투사(미군 배속 한국군)로 인천상륙작전 등 격전지에서 활약하다가 1950년 12월 12일 장진호전투에서 19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고인의 형인 최상락 하사(1929∼1950)도 1950년 8월 ‘영덕·포항 전투’에서 21세의 나이로 산화했다. 그의 유해는 전사 직후 본가로 봉송됐다. 조국에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 형제’의 사후 상봉이 이뤄진 것. 군은 형제의 뜨거운 애국심과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릴 수 있도록 널리 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에 봉환된 7위는 6·25전쟁 당시 및 이후 미군이 수습해 하와이에 보관 중이었던 유해와 북한이 1990∼1994년 발굴해 미국으로 송환한 유해 등으로 감식을 통해 국군전사자로 판단됐다. 최 일병은 한미 공동 감식을 통해 시료를 채취한 유해 유전자 정보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등록된 유가족 유전자 정보가 일치해 확인됐다.

● 공군 스텔스 4대 호위…고향 울산 상공 거쳐

이에 앞서 26일(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선 신범철 국방부 차관과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을 양국 대표로 한 국군전사자 7위의 유해 인수식이 거행됐다. 한미 양국과 유엔군사령부 대표가 유해 인계·인수서에 공동 서명한 뒤 유해를 태극기로 덮는 관포 의식 순으로 진행됐다. 신 차관은 “정전협정과 한미동맹 70주년이 된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낸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숭고한 소명을 다하기 위한 한미 간 공동 노력의 결실”이라고 밝혔다.

인수식 직후 유해는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시그너스’의 승객 좌석에 안치됐다. 이어 오전 10시 30분(한국 시간) 수송기의 하와이 이륙과 동시에 한국의 국방부 및 각급 부대에서 이를 알리며 전사자에 대한 묵념을 진행했다. 수송기가 약 7300km를 날아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자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4대가 호위를 하는 등 최고의 예로 맞이했다. 수송기는 최 일병의 고향인 울산지역 상공을 거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부터 보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나라의 안위와 국민 안전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진 영웅들을 끝까지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며 “제복 입은 영웅들과 그 가족들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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