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서 받은 1000번의 ‘NO’… “연기는 학벌 아닌 걸 보여주려 이 갈았죠”
“언니들 보러 갔다가 옥분이한테 풍덩 빠졌다”.
26일 개봉한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의 ‘언니들’은 김혜수(춘자)와 염정아(진숙)다. 두 배우가 투톱 주연으로 호쾌한 해양 활극의 닻을 올린다. 재미의 돛을 펴는 것은 배우 고민시(28)가 연기한 다방 마담 옥분이다. 1970년대 가상의 바닷가 도시 군천에서 옥분이는 얇게 그린 갈매기 눈썹에 광택이 번쩍이는 한복 차림으로 손님을 홀린다. 관객도 빠져든다. 옷고름으로 거짓 눈물을 찍어내며 “오빠, 내가 나쁜 년이야”라며 교태를 부리고, 깊은 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오빠의 귓불에 유혹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클라이맥스 수중 액션에서는 욕설도 불사하는 옥분이의 의리가 관객을 사로잡는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고민시는 “욕이든 뭐든 한번 해보라는 감독님 말씀에 ‘에라 모르겠다’ 싶어 욕설 섞인 대사를 질렀는데 감독님이 너무 크게 웃어서 저도 놀랐다”며 웃었다.
고민시는 조연이든 단역이든 출연한 모든 작품을 ‘고민시의 영화’로 만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저 계란을 먹었을 뿐인데 기억에 남고, 욕설을 뱉었는데 거부감이 아니라 감탄을 자아낸다. 고민시를 ‘밀수’에 오디션 없이 발탁한 류 감독은 “영화 ‘마녀’(2018)에서 삶은 계란을 열심히 먹는 고민시를 보고 ‘어떻게 저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나’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대전에서 태어난 고민시는 충북 청주 예일미용고를 졸업하고 웨딩플래너로 사회에 뛰어들었다. 인생 최대 이벤트를 앞둔 고객들을 대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배우가 되고 싶어 2년 만에 그만두고 상경해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월세를 내고 프로필을 돌렸다. 오디션을 1000번 이상 봤으나 다 떨어졌다. 그러나 1000번이 넘는 ‘노(no)’ 앞에서도 “단 한번도 좌절한 적이 없다”고 했다. “어느 연극영화과를 나왔느냐’는 질문을 여러번 받았어요. 연기는 학벌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리라고 이를 갈았어요. 악착같이 노력했어요, 정말.” 2016년 웹드라마 ‘72초 TV’에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기획사에서 연락이 먼저 오기 시작했다. 그 이후 아무리 작은 배역을 맡아도 불사르는 심정으로 연기했다. ‘헤어질 결심’(2022)의 단역 무녀 역을 따냈을 때도 “세상에 이렇게 감사한 일이 있나” 되뇌며 촬영장으로 달려갔다.
고민시는 “배우는 선한 영향력을 나눌 때 가장 빛난다”고 믿는다. 이달 중순 수해 피해를 당한 이웃을 위해 5000만원을 쾌척했다. 이전에도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을 위해 1000만원, 한부모 가정을 위해 3000만원을 기부했다. 세이브더칠드런·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3곳에는 매달 정기 기부한다. “엄마가 그러셨거든요. 열을 벌었으면 하나는 나눠야 빛나는 사람이 된다고요. 제가 누군가한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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