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기후위기 대처에 불가피한 CF100
안타깝게도 이번 장마에 많은 사상자가 났다. 7월25일 현재 인명피해가 47명이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총 138명으로 연평균 12.5명 정도였다. 최대는 2022년의 46명이었다. 올해는 7월 말까지 호우만으로 인명피해가 지난 11년간의 최고치를 넘어섰다. 이렇게 호우피해가 커진 것은 단시간에 내리는 기록적인 폭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올해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하는 폭염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다. 미국 서남부 데스밸리와 중국 서북부 산바오 지역의 7월 최고기온이 50도를 넘겼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의 7월19일 기온은 45.4도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의 이러한 이상고온 현상은 특정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구 전반적으로 일어난다. 오늘의 기후지도(ClimateReanalyzer.org)라는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세계 평균 일일 기온그래프에서 올해 6, 7월의 세계 기온은 매일 1979년 이후 최고치를 보인다.
올해 심해진 우리나라의 홍수와 세계적 폭염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의 전초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더욱 극심해질 수 있는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탄소중립에 대한 공감대는 세계적으로 잘 형성돼 있다. 문제는 탄소중립의 수단으로 RE100, 즉 재생에너지 100%가 지나치게 강조된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과 변동성이 피할 수 없는 단점이다.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려면 태양광으로 낮에 잉여전력을 생산해 저장했다가 야간에 사용해야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낮에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의 반 이상을 에너지저장장치, 즉 ESS에 저장해야 한다. 태양광 발전시설마다 충분한 용량의 ESS가 부설돼야 한다면 건설비가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전남 해남의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시설이다. 발전용량이 98㎿인 이 시설에는 306MWh짜리 ESS가 설치돼 있다. 총 건설비 3440억원 중 ESS비용이 1000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ESS의 고비용성 때문에 2020년 솔라시도 태양광 전력가격은 kwh당 353원으로 그해 한전의 평균 전력구입단가 85원의 4배 이상으로 비쌌다.
태양광 설비운용 비용에는 발전비용에 부가해 필수적으로 ESS를 통한 저장비용을 포함해야 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 ESS의 고비용성 때문에 RE100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재생에너지 주창자들은 태양광 패널가격이 대폭 하락해왔듯이 ESS의 기술발전에 따라 ESS 비용도 대폭 하락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한다. 그러나 에너지 저장밀도와 자원의 유한성 때문에 이 전망은 틀릴 가능성이 높다. ESS에는 리튬, 크롬과 같은 희소광물 자원이 대량으로 들어간다. 1MWh ESS가 7톤 정도니 대략 그 감을 잡을 수 있다. 앞으로 RE100 위주의 탄소중립 추진에 따라 세계적으로 ESS 수요가 급증한다면 희소광물 자원의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가격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탄소중립은 전 지구적 문제라 유럽과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만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현재 세계 이산화탄소의 3분의1가량을 배출하는 중국, 또 경제발전에 따라 그 배출량이 늘어날 인도와 다른 저개발 국가들도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전 지구적 탄소중립이 가능하다. 이들 저개발국은 ESS 때문에 고비용이 불가피한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CF100, 즉 Carbon Free 100%는 무탄소 전원으로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원자력을 포함한다. 원자력은 상시 전력공급이 가능하고 저비용이다. 원자력을 포함해야 무탄소 전원의 비용이 감당 가능해진다. 기후위기 대처라는 본연의 목적을 생각할 때 RE100이 아닌 CF100 추진이 불가피한 것이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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