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누가 2년차 교사를 극단으로 몰았나
저연차보다 베테랑이 담임에 적격
음습한 교실 “무섭다”고 호소했으나
학교시스템, 자녀 과보호 탓 아닐까
23살 꽃다운 나이의 젊은 교사가 스스로 삶을 끝냈다. 그는 1학년 담임반 교실 한쪽에 붙은 음습한 창고에서 싸늘하게 발견됐다. 과밀학교라서 특별실을 개조해 만든 교실이다. 저출생 속 학령인구를 걱정하는 판에 과밀학교라니. 인기 학군인 서울 강남 한복판 학교임을 감안하면 수긍이 간다. 교실은 창문이 없어 해가 잘 들지 않았다. 평소 고인은 교실이 무섭고 우울하다며 창문을 뚫거나 교실을 바꿔달라고 했다고 한다. 젊은 교사의 무서움과 외로움은 과연 오롯이 창문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일까.
그래서 초등 1학년 담임교사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1학년 담임은 환경 변화에 민감한 시기의 아이들이 잘 적응하도록 세심히 배려해야 한다. 한글을 읽지도 못하는 아이에서 알파벳에 영어 단어, 구구단까지 줄줄 외우는 아이까지 학습 수준은 제각각이다. 1학년 담임은 아이만큼이나 예민한 학부모들 치맛바람에 동요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새내기 학생과 초보 학부모를 노련한 베테랑 교사가 다뤄야 하는 이유다.
반면 고학년은 중장년 교사보다 저연차가 맡는 게 낫다. 5·6학년쯤 되면 학원 선행학습으로 학생 수준이 중등과정에 들어가 있다. 20∼30년 전 교대에서 배운 교사보다 10여년 전 똑같은 과정을 겪은 저연차 교사가 훨씬 더 잘 가르칠 수 있다. 더군다나 요즘 아이들은 사춘기가 빠르다. 고학년 학생은 젊은 교사의 정서적 공감이 필요한 시기다.
그런데도 임용 2년 차 교사가 1학년 담임을 맡았다. 아니, 지난해 임용되자마자 그랬다. 해당 학교 일반교사 50명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경험칙으로 미뤄 짐작할 뿐이다.
자녀가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부모들은 ‘도장깨기’처럼 하나씩 얻어간다. ‘내 아이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똑똑한 애들이 많네’, ‘특목중·고나 자사고, 엄두 내기 어렵겠는데’, ‘‘인서울’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수도권 대학에나 갈 수 있었으면’, ‘대학이 뭐 중요해. 몸 건강하고 정신 똑바로 크기만 하면 되지’…. 초등 1년생을 둔 초보 학부모에게는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그러니 아이가 학교에서 조그마한 일이라도 당하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 수밖에. 한 자녀가 대세인 요즘, 교육열 높은 강남이라면 오죽할까.
교사는 숨지기 2주일 전쯤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업무폭탄+○○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 난리’는 학교 측이 입장문에서 삭제한 ‘사안’으로 보인다. 이 사안으로 학부모한테서 좋지 않은 소리를 들었을 게 분명하다. 그를 무섭고 우울하게 만든 건 저연차 교사에게 1학년 담임을 맡기는 학교 시스템과 자녀를 과보호하는 사회 풍조가 아니었을까.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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