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최태원 회장의 부산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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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 뒤면 2030년 세계박람회가 부산에서 열리는지 알 수 있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국무총리 직속으로 활동할 민·관 합동 유치위원회가 구성된 게 1년 전쯤이다.
엑스포를 통해 올림픽, 월드컵과 똑같은 효과가 온다면서 "엑스포를 유치한다는 것은 전 세계의 시장과 인연을 맺고 그 시장 안에서 대한민국이 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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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 뒤면 2030년 세계박람회가 부산에서 열리는지 알 수 있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국무총리 직속으로 활동할 민·관 합동 유치위원회가 구성된 게 1년 전쯤이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길에, 기업인이 외국 출장길에 엑스포 유치를 위한 표를 모으기 위해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엑스포 현장이 될 부산 곳곳은 유치전(戰)을 알리는 깃발과 문구로 가득 찼다. 전국에서 갖가지 이유로 치러지는 행사들에서도 ‘2030부산엑스포 유치’ 홍보가 이어지고 있다.
엑스포 등 국제행사 유치를 말할 때 제일 먼저 꺼내드는 건 경제적 효과다.
요즘 목발을 짚고 어느 때보다 바쁘게 산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조금 다른 얘기를 했다. 엑스포 유치로 한국이 ‘7년의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SK그룹을 이끌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그에겐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 명함도 있다.
최 회장은 최근 대한상의 주최 ‘제주포럼’에서 “(미·중 갈등으로) 미국과 중국이 쪼개지고 EU도 쪼개지고 너도 나도 다 쪼개지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속칭 보호무역주의들이 많이 나오게 되고 거기에서는 정치적인 논리와 안보적인 논리까지 들어와서 똑같이 만들면 팔리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가 됐다고 했다. 중국만 해도 각 성마다 규제와 제품 수요 등이 달라 SK도 중국을 지방마다 쪼개서 대응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 상황도 같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엑스포를) 7년 동안 준비하면서 모든 나라의 시장이 어떻게 생겼고 우리나라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파악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엑스포를 통해 올림픽, 월드컵과 똑같은 효과가 온다면서 “엑스포를 유치한다는 것은 전 세계의 시장과 인연을 맺고 그 시장 안에서 대한민국이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 이후 글로벌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광물이나 자원, 기술을 무기화하며 경제안보가 강조됐고, 모든 국가가 자국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펼치며 시장이 왜곡됐다. ‘좋은 물건’으로만 경쟁하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 엑스포를 유치하면 이를 준비하며 각국 상황을 합법적으로 저울질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기회가 2030년까지 생긴다고 판단한 셈이다.
최 회장은 제주포럼 개회사에서 목발을 들어보이며 ‘브레이크 어 레그(break a leg)’를 외쳤다. 흥부전에서 등장하는 ‘부러진 다리’가 행운을 의미하는 것처럼, 외국에서도 ‘행운을 빈다’는 의미라고 설명하면서 “다리는 부러졌지만 여러분들에게 행운을 나눠드릴 수 있기 때문에 부러진 다리로도 열심히 다니고 있다”고 했다.
11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5차 PT 직후 2030 엑스포 개최국을 위한 최종 표결이 진행된다. 그날 환하게 웃었으면 좋겠다.
정재영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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