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장마, 극한 호우 그리고 구름

2023. 7. 27.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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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호우 빈도 50년간 2배 증가
장마기간 중 비 안오는 날에는
폭염 수준의 고온현상 이어져
극단적 날씨 패턴 공존 대응을

올해 장마는 제주에서 시작하여 남부, 중부로 점차 확대되는 전형적인 특성에서 벗어나 6월 하순쯤 전국적으로 거의 동시에 시작되었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6월 하순 제주와 남부 특히 전라남도 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많이 내렸는데 7월 초·중순 들어 충청권을 포함한 중·남부 지방에도 많은 양의 비가 내려 전국에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올해 장마가 시작된 6월25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511.7㎜에 달한다. 약 한 달의 전형적인 장마 기간의 3분의 2 정도 되는 기간에 내린 비가 1973년 이후 장마철 강수량을 고려하였을 때 10위 안에 드는 많은 양의 비가 내린 것이다. 특히 올해 장마 기간 일 평균 강수량은 역대급 값을 기록하였다.

장마는 우리나라 여름철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이다. 특히 올해처럼 장마 기간 호우가 중부와 남부 지방에 주로 집중되는 7월에 호우로 발생하는 재해빈도는 1년 전체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지난해 기상청에서 발간된 ‘장마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마 기간의 강수 강도가 장기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의 최근 20년 빈도가 1980~1990년대보다 20% 이상 증가하였다. 특히 집중호우의 빈도뿐 아니라 한 시간 누적 강수량 50㎜ 이상의 극한 호우의 발생 빈도 또한 지난 50년간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우리나라 장마 기간 강수 특성이 짧은 시간 안에 좁은 지역에서 집중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강수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상욱 한양대 교수·기후역학
최근 우리나라 장마 기간의 특징 중의 하나는 8~9㎞ 높이의 운정(雲頂) 고도를 보이는 온난형 구름에서 내리는 호우가 더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운정 고도는 구름 최정부(最頂部)의 높이를 지칭하는데 운정 고도의 높이에 따라 구름의 타입과 강수의 특성이 결정된다. 구름은 운정 고도에 따라 두 타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운정 고도 10㎞ 이상의 높은 한랭형 구름과 운정 고도 8㎞ 미만인 상대적으로 낮은 온난형 구름이 있다. 온난형 구름은 구름층 전체의 기온이 0도 이상인 액체 상태의 구름 입자로만 구성된 구름으로 주로 열대 지방이나 여름철 중위도 지방에서 형성되는 구름이다. 온난형 구름에서 강수는 구름 입자 간의 충돌과 병합에 의해 생성된다. 그에 반해 한랭형 구름은 구름층 전체의 기온이 0도 이하일 때, 얼음 입자(빙정) 혹은 얼음 입자와 과(過)냉각된 액체 상태의 입자로 구성된 구름이다.

우리나라 장마 기간의 호우를 유발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온난형 구름은 대기의 불안정도가 낮아 상층 대기까지 강한 상승 운동이 약한 조건일지라도 지표 부근과 중·하층 대기가 습윤한 환경에서 빗방울의 충돌·병합 과정을 통해 집중호우로 발달할 수 있다. 즉 대기 중·하층에 수증기가 많을수록 온난형 구름의 발달로 인한 호우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장마 기간 온난형 구름으로 인한 호우 발생 빈도의 증가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대기의 습윤 정도가 커지는 것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온난형 구름 내부에 있는 물방울들은 조금씩 다른 크기와 질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낙하할 때 이 미세한 크기의 차이에 따라 낙하 속도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큰 물방울들은 작은 물방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낙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리게 낙하하는 작은 물방울들과 충돌 및 병합하면서 물방울이 성장한다. 이런 이유로 온난형 구름에서 발생하는 강수의 강도는 매우 강한 것이 특징이다.

과거 장마 기간에는 비가 내리지 않을 때에는 종종 햇볕이 내리쬘 때도 있었지만 구름이 하늘을 뒤덮어 장마 기간 내내 흐린 날씨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마 기간 중에라도 비가 내리지 않는 날에는 폭염 수준의 고온 현상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극한 호우와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날씨 패턴이 지역적으로 시간적으로 공존해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익숙했던 기후 환경이 빠르게 무섭게 그리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공존하기 위해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것 같다.

예상욱 한양대 교수·기후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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