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장마, 극한 호우 그리고 구름
장마기간 중 비 안오는 날에는
폭염 수준의 고온현상 이어져
극단적 날씨 패턴 공존 대응을
올해 장마는 제주에서 시작하여 남부, 중부로 점차 확대되는 전형적인 특성에서 벗어나 6월 하순쯤 전국적으로 거의 동시에 시작되었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6월 하순 제주와 남부 특히 전라남도 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많이 내렸는데 7월 초·중순 들어 충청권을 포함한 중·남부 지방에도 많은 양의 비가 내려 전국에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올해 장마가 시작된 6월25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511.7㎜에 달한다. 약 한 달의 전형적인 장마 기간의 3분의 2 정도 되는 기간에 내린 비가 1973년 이후 장마철 강수량을 고려하였을 때 10위 안에 드는 많은 양의 비가 내린 것이다. 특히 올해 장마 기간 일 평균 강수량은 역대급 값을 기록하였다.
우리나라 장마 기간의 호우를 유발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온난형 구름은 대기의 불안정도가 낮아 상층 대기까지 강한 상승 운동이 약한 조건일지라도 지표 부근과 중·하층 대기가 습윤한 환경에서 빗방울의 충돌·병합 과정을 통해 집중호우로 발달할 수 있다. 즉 대기 중·하층에 수증기가 많을수록 온난형 구름의 발달로 인한 호우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장마 기간 온난형 구름으로 인한 호우 발생 빈도의 증가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대기의 습윤 정도가 커지는 것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온난형 구름 내부에 있는 물방울들은 조금씩 다른 크기와 질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낙하할 때 이 미세한 크기의 차이에 따라 낙하 속도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큰 물방울들은 작은 물방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낙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리게 낙하하는 작은 물방울들과 충돌 및 병합하면서 물방울이 성장한다. 이런 이유로 온난형 구름에서 발생하는 강수의 강도는 매우 강한 것이 특징이다.
과거 장마 기간에는 비가 내리지 않을 때에는 종종 햇볕이 내리쬘 때도 있었지만 구름이 하늘을 뒤덮어 장마 기간 내내 흐린 날씨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마 기간 중에라도 비가 내리지 않는 날에는 폭염 수준의 고온 현상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극한 호우와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날씨 패턴이 지역적으로 시간적으로 공존해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익숙했던 기후 환경이 빠르게 무섭게 그리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공존하기 위해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것 같다.
예상욱 한양대 교수·기후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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