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현장에 닿지 못한 대통령의 규제개혁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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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공무원 심기나 건드리는 건 아닐까요." 중소기업 현장에서 만난 적잖은 경영자들은 여전히 공무원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공장 증축이 급한데 지역 공무원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허가를 질질 끌고 있다거나 은근슬쩍 흘린 경조사 소식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한다는 내용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공무원이 작정하고 발목을 잡으면 중소기업은 힘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의지가 효과를 내려면 현장 공무원이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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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서 움직여야 진정한 개선
“괜히 공무원 심기나 건드리는 건 아닐까요….” 중소기업 현장에서 만난 적잖은 경영자들은 여전히 공무원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공장 증축이 급한데 지역 공무원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허가를 질질 끌고 있다거나 은근슬쩍 흘린 경조사 소식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한다는 내용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이 진짜로 무서운 순간은 따로 있다. 공무원에게 찍혀 ‘보복 행정’을 맞닥뜨리면 탈출구를 찾기 쉽지 않다. 공무원이 작정하고 발목을 잡으면 중소기업은 힘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귀에 걸면 귀걸이 식 각종 규제는 공무원이 양손에 움켜쥔 무적의 무기다.
‘킬러 규제 혁파’를 내세우는 현 정부에선 변화의 조짐이 있을까. 한 중소기업 대표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규제 개혁 의지를 현장에서 체감하냐’고 물었더니 “규제 개혁을 안 하겠다는 정부도 있었느냐”는 싸늘한 답변이 돌아왔다.
현 정부에서도 규제를 줄여달라고 건의하면 여전히 무리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현장 조사를 나와 힘들게 하기 일쑤라는 것. 여전히 규제의 ‘규’자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안되는 거 알면서 말귀를 왜 못 알아먹느냐”는 핀잔부터 “귀찮게 하면 행정조사에 나서겠다”며 서슴지 않고 으름장을 놓는 모습은 변한 게 없다고 전했다.
특히 중앙 권력이 미치는 힘이 약한 먼 지방으로 갈수록 규제 개선의 ‘약발’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하지만 규제에 신음하는 기업 대다수는 멀고 먼 지방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등록 규제 건수는 중앙부처의 약 3배, 지자체 공무원 1인당 등록 규제 건수는 중앙부처의 약 7배에 달한다.
윤 대통령은 이달 초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막는 결정적 규제, 킬러 규제를 팍팍 걷어내라”며 규제 혁신을 재차 주문했다. “단 몇 개라도 킬러 규제를 찾아 시행령이나 법률 개정을 통해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고 신신당부까지 했다.
대통령의 의지가 효과를 내려면 현장 공무원이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대통령이 백날 얘기해봐야 지방 공무원의 ‘보신 행정’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규제 개혁은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규제를 움켜쥐고, 규제와 공생한 공무원을 변신시키는 것은 말만으론 이뤄질 수 없다. 규제 개혁 의지가 현장에 퍼질 때까지 계속해서 독려하고 감시할 수밖에 없다.
강경주 중소기업부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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