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국민타자, 예고대로 '42년 최초 역사' 집착 안 했다…찬란했던 11연승, 오답노트는 필요하다

김민경 기자 2023. 7. 2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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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 두산 베어스
▲ 11연승을 마감한 두산 베어스 선수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의 연승 행진이 11경기에서 멈췄다. 11연승 기간 찬란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패배 과정은 짚어볼 필요가 있는 하루였다.

두산은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2-7로 패했다. 지난 1일 울산 롯데전 2-1 승리 이후 25일 만에 떠안은 패배라 낯설지만, 두산 선수들은 연승 기록 도전에서 벗어나 잠시 머리를 식힐 시간을 얻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이날 KBO리그 42년 역사상 처음으로 감독 데뷔시즌 12연승 신기록에 도전했다. 이 감독은 연승을 달리는 내내 계속 이기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반응이었다. 당장 연승에 걸린 기록보다는 시즌 마지막에 높은 순위에서 웃을 수 있도록 1승씩 쌓아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 감독은 KBO 사령탑 최초 역사 도전에 관심이 쏠리자 "모든 평가는 시즌 끝마치고 받아야 한다. 60경기 정도 더 남았고, 내일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우리 스태프도 만족하지 않고 집중해서 좋은 페이스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더 많이 떨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하겠다. 모든 평가는 시즌 끝나고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주장 허경민의 생각도 같았다. 허경민은 "선수들이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연승은 신경 쓰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질 때도 있겠지만 연승 연패보다 꾸준히 위닝시리즈를 했으면 한다"며 언제 끊길지 모르는 연승에 연연하지 않고 남은 시즌 1승씩 더 쌓아나가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언젠가 끊길 연패긴 했지만, 11연승 기간과 달리 이날 경기는 내용이 좋지 않았다. 선발투수 곽빈부터 흔들렸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만큼 구속은 최고 153㎞, 평균 150㎞가 나올 정도로 좋았는데 평소보다 제구가 완벽히 되진 않았다. 직구(43개)에 슬라이더(24개), 체인지업(16개), 커브(17개) 등을 섞었는데 커브와 체인지업이 잘 먹히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 실점하고 아쉬워하는 김명신 ⓒ 연합뉴스
▲ 박준영(왼쪽)과 이유찬 ⓒ 두산 베어스

젊은 키스톤콤비 유격수 박준영과 2루수 이유찬은 센터라인을 탄탄하게 잡아주지 못했다. 박준영은 기록된 실책은 없었지만, 중계플레이 등 세밀한 수비 장면에서 종종 실수가 나왔고, 이유찬은 포구를 서두르다 삐끗하는 장면이 2차례 정도 나왔다. 그중 한 차례는 실책으로 기록돼 팀에 뼈아픈 실점을 안겼다. 2-5로 뒤진 7회초 2사 만루 위기에서 투수 최승용이 노진혁에게 2루수 땅볼을 유도했는데, 이유찬이 포구 실책을 저지르는 바람에 2실점하면서 롯데로 흐름이 완전히 넘어갔다. 실점을 막기 위한 홈 송구를 생각하고 서두른 탓이다.

이 감독은 무리해서 12연승 기록을 달성하려는 경기 운영을 하지 않았다. 2-4로 끌려가던 6회초 불펜을 가동할 때 필승조 대신 충분한 휴식을 취했던 김강률을 기용했다. 김강률이 1사 후 연속 안타를 허용해 1사 1, 2루 위기에 놓이자 김명신을 썼지만, 이때 2-5로 벌어지자 필승조 투입을 중단했다. 박정수(⅔이닝 2실저 비자책점)-최승용(2⅓이닝)을 써서 불펜을 아끼는 데 주력했다.

박준영과 이유찬도 문책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경기 끝까지 두 선수를 기용하며 경기장 안에서 스스로 플레이를 곱씹고 만회할 기회를 줬다.

2-7로 패색이 짙은 9회말 선두타자 대타 조수행의 플레이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었다. 조수행과 포수 유강남 모두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상황으로 인지하고 플레이하려던 차에 주심이 파울 제스처를 취했다. 이때 타자주자 조수행은 1루로 달려가려다 멈췄고, 포수 유강남은 끝까지 플레이를 해 1루로 공을 던졌다. 그리고 롯데의 비디오판독 결과 파울이 아닌 스윙으로 번복되면서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삼진이 됐다.

이 감독은 조수행으로선 억울할 법한 상황에 곧장 심판진에 의견을 구했고, 심판진은 "심판 제스처와 상관없이 선수들은 끝까지 플레이를 하라고 2~3년 전에 통보했다"고 설명하며 상황을 정리했다. 이날 중계를 맡은 김태형 야구해설위원은 "(감독 시절) 심판진이 그런 설명을 했던 기억이 난다"며 선수는 끝까지 플레이를 한 다음에 판정을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이날 실수들을 되짚으며 오답노트를 정리하면서 가장 경계했던 연패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다음 경기를 더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두산은 27일 롯데와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최원준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롯데는 찰리 반즈가 선발 등판한다. 연승 기록이 끊긴 만큼 이제는 위닝시리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때다.

▲ 심판과 대화를 나눈 이승엽 감독(왼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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