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70년 다시 꿈꾸는 미래] 5. 70년의 고통 접경지역
남북 대립 불안 고조·인근 상인 경영난
금강산 관광중단 15년 피해금액 1조원
투자 기업들, 특별법 제정 등 보상 요구
4대 규제 규모 7482㎢ 강원도 면적 절반
군납수의계약 경쟁입찰로 변경 이중고
규제 해제 시 주민에 혜택 적용 살펴야
1953년 7월 27일. 3년 여 간의 전쟁이 끝났다. 나라는 반으로 잘렸고 강원도도 둘로 쪼개졌다. 세계 유일의 분단도 강원도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철책을 끼고 살아가야 하는 강원도는 지난 70년 간 숱한 휴전의 파고를 넘어야 했다. 안보위협은 일상이 됐고, 규제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천문학적 규모다.
■ 두 개의 강원도
강원도는 일제강점기 당시인 1938년만 해도 20개 지역이 속해 있었다. 춘천·고성·통천·강릉·철원·평강·영월·김화·원주·횡성·이천·회양·양양·인제·화천·정선·양구·평창·삼척·울진 등이다. 그러나 광복 이후 강원도는 뺏고 뺏기는 갈등의 대척점이 됐다. 춘천군 북산면, 신북면, 사북면 지역에 38선이 그어지고 양양군과 인제군은 면적의 절반 이상이 북한쪽에 속하게 됐다. 철원군, 이천군, 평강군, 통천군, 고성군, 회양군, 김화군, 화천군, 양구군, 간성군은 전 지역이 북한 쪽에 속하게 됐다. 강원도 면적 절반이 나눠진 셈이다. 휴전협정으로 전쟁은 끝났지만 기존에 세워졌던 38선 대신 새로운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남북이 대치하게 됐다. 휴전협정 이후 도는 철원·김화·화천·양구·인제·고성·양양 등 7군 3읍 33면을 수복해 행정구역을 재편하면서 남·북 강원도 분단이 본격화됐다.
■ 남북 대립각에 접경지역 휘청
접경지역을 코 앞에 두고 살아가는 주민들은 남과 북의 대립각이 날카로워질 때 마다 불안감이 고조되는 일도 비일비재 하다. 지속되는 북한의 포격도발로 인한 거주민들의 불안감은 물론이고, 이로 인해 관광지의 방문객이 통제돼 인근 상인들은 경영난 또한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군(軍)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10시 25분쯤 경기 김포 상공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비행체를 발견해 우리 군이 대응에 나섰다.
해당 무인기는 한강 일대와 김포·서울 상공을 비행, 이어 4대가 추가적으로 인천과 강화 일대를 날아다녔다. 이로 인해 고성 통일전망대는 지난해 12월 27일부터 28일까지 휴관, 고성 통일전망대는 지난해 12월 6일 북한의 동해상 탄도미사일·포격도발 당시에도 운영을 중단했었다. 인근 자영업자들은 금전적 피해를 호소했다.
통일전망대 인근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이모(51)씨는 영업중단 당일 “단체 예약 손님이 있었는데 통일전망대가 문을 닫아 한 명도 받지 못했다”며 “음식값에 인건비도 나가고 하루종일 설거지만 하다가 퇴근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일에는 북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인해 고성 통일전망대를 비롯해 철원군 DMZ 생태평화공원 인제군 DMZ 테마 노선이 문을 닫고 직원들을 민간인 출입 통제선에서 철수시키기도 했다.
남북간 화해의 상징임과 동시에 접경지 주민들의 생계로 자리잡았던 ‘금강산 관광’도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중단된지 15년째다. 금강산 관광은 물론 남북교류는 전면 중단,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던 주민들에게 피해는 고스란히 돌아갔다. 사단법인 남북물류포럼의 조사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발생한 피해금액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측은 △현대아산의 사업권 및 시설 등 자체 투자액으로 달러로 투자한 9억8669만달러(1조151억원)와 2268억원 △관광공사와 애머슨 등 기타 업체들과 이산가족면회소 등 ‘외부 투자액’ 1879억원 △현대아산의 관광매출 손실 2368억원 △금강산 현지 협력업체 매출 손실 938억원 △고성군 지역 매출 감소 272억원(월평균 13억6000만원)을 합치는 방식으로 피해액을 계산했다.
금강산기업협회와 금강산투자기업협회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국회가 피해보상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남북경협 중단에 따른 기업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 강원도 절반이 규제지역
접경지역의 피해도 심각하다. 강원도내 접경지역은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5개 시군이다. 이 중 4대 규제(군사규제, 산림규제, 농업규제, 환경규제) 면적은 7482.7㎢에 달한다. 강원도 면적인 1만6829㎢의 절반 가량이다. 이런 규제에 묶인 강원도내 접경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이 차지하는 면적이 전체 행정구역 4814.4㎢의 48.2%(2319.5㎢)다. 보호구역 내에서는 건축물 신축이나 토지 개발 등 각종 개발 사업이 제한, 사실상 지역개발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역개발 여건 마련은 점점 더 어려운 실정이다.
접경지역은 남아있던 군부대와 함께 활로를 모색했지만, 국방개혁 2.0 이후 대대적인 부대 해체가 전방 접경지역에서 잇따르며 해당 지역은 붐비던 군인들은 떠나고 규제만 남아 지역 경제는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
더불어 접경지 주민들의 수익을 보장해주던 군납 수의계약도 경쟁 입찰 체제로 변경되면서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접경지역인 화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규철 강원도군납협의회장은 “지난해 봄배추 같은 경우에는 1㎏당 860원으로 계약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경쟁 입찰로 진행하다보니 절반인 480원에 입찰하는 것도 다행”이라며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많은 것을 손해 보며 살았는데 수의계약까지 못하게 되면서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접경지역을 다른 지역과 동일하게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내 접경지역 규제에 대해 지역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지를 먼저 살핀 후 규제가 해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해용 강원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단순히 규제를 해제하는 것보다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적용되는지를 우선적으로 봐야 한다”며 “규제가 해제됐을 때 주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방안 혹은 대책을 주민 간담회나 대표자 회의 등을 통해 결정한 뒤 해제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상생발전협의회를 통해 지역주민과 군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재훈 eric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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