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볼!] 조규성의 팀 미트윌란에 대해 알면 좋을 몇 가지

장민석 기자 2023. 7. 27. 0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규성은 개막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미트윌란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 트위터

장민석의 플레이볼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79608

지난해 현장에서 지켜본 카타르월드컵을 생각하면 여러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 중 가장 임팩트 있었던 순간은 한국과 가나의 조별리그 2차전, 조규성(25)의 헤더 동점 골이었습니다.

0-2로 뒤지고 있던 후반 13분 조규성은 이강인의 크로스를 넘어지면서 머리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습니다.

그리고 불과 3분 뒤 이번엔 김진수의 크로스가 왼쪽 측면에서 날아왔죠. 당시 저는 가나 골문 뒤에 있었습니다. 누군가 솟아오르며 덩크슛을 내리찍듯 강력한 헤더 골을 터뜨린 장면에 잠시 넋이 나갔죠. 정신을 차려보니 또 조규성이었더군요.

2022 카타르월드컵 가나전에서 조규성이 동점 헤더 골을 터뜨리는 순간. / 대한축구협회

물론 아쉽게 한 골을 허용하며 가나에 2대3으로 패하긴 했지만, 조규성의 그날 플레이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특히 동점골은 제가 직접 본 헤더 골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지난 22일(한국 시각) 덴마크 프로축구 수페르리가 개막전. 후반 11분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조규성이 머리로 받아 넣었죠. 8개월 전 월드컵을 떠올리게 하는 조규성의 헤더 골 덕분에 소속팀 미트윌란은 개막전에서 흐비도우레를 1대0으로 꺾고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조규성은 개막전에서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 트위터

등번호 10번을 단 조규성은 첫 경기에서 공식 최우수선수(MVP)에 뽑혔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미트윌란 팬들과 기념 촬영 등을 하며 기쁨을 함께했죠. 1만1000여명의 관중이 꽉 들어찬 홈구장 MCH 아레나가 환호에 휩싸였습니다.

조규성은 덴마크 수페르리가 사무국이 선정한 1라운드 베스트11에도 공격수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조규성은 덴마크 수페르리가 1라운드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 수페르리가 홈페이지

사실 조규성은 많은 팬들의 우려를 뒤로하고 미트윌란행을 택했습니다. 전북 현대 소속이었던 조규성은 카타르월드컵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한 뒤 지난 겨울이적시장에서 많은 팀의 러브콜을 받았죠.

독일 마인츠와 스코틀랜드 셀틱, 미국 미네소타 등이 조규성을 원했습니다.

특히 이재성이 뛰는 마인츠는 보 스벤손 감독이 직접 조규성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계획과 비전을 밝힐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해외 이적을 담당했던 박지성 전북 테크니컬 디렉터의 최종 결정은 ‘노’였습니다. 시즌 도중 팀에 합류해야 하는 ‘겨울 이적’보다는 새로 시즌이 시작할 때인 ‘여름 이적’이 낫다는 의견에 조규성도 동의했습니다.

전북 시절의 조규성. / 프로축구연맹

전북에 잔류한 조규성의 2023시즌 출발이 좋지 못했습니다. 부상에 시달리며 두 달을 쉬는 등 고전하면서 유럽 진출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왔죠.

실제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선 조규성에 대한 관심이 지난겨울 때보다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결국 조규성은 자신을 원한 덴마크 미트윌란 유니폼을 입게 됐죠. 많은 팬들은 국가대표 스트라이커가 유럽 하위리그로 가는 것에 대해 아쉬워했습니다.

지난 8일 서울전을 마치고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조규성. / 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조규성은 당당했습니다. 전북을 떠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나를 가장 원하는 팀에 가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다”며 “겨울에 마인츠와 셀틱에 가지 않는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방향으로 나아갈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첫 경기부터 활약하며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 나가고 있습니다.

조규성은 선택한 FC미트윌란은 어떤 팀일까요?

북유럽의 덴마크는 크게 윌란 반도와 셸란 섬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우리가 잘 아는 수도 코펜하겐은 셸란 섬에 있습니다.

미트윌란의 연고지 헤르닝은 수도 코펜하겐과는 꽤 떨어져 있다

반면 미트윌란의 연고지인 헤르닝은 윌란 반도 중앙에 있습니다. 미트윌란(Midtjylland)이 덴마크어로 가운데 땅이라는 의미죠. FC미트윌란은 연고지가 인접했던 이캐스트 FS와 헤르닝 프레마드란 두 팀이 1999년 합병해 탄생한 팀입니다.

일부 팬들은 조규성이 국가대표 소집을 위해 한국에 올 때 비행기를 많이 갈아타야 할 것이라 걱정하지만 헤르닝에서 굳이 수도 코펜하겐에 가지 않더라도 빌룬드 공항까지 차로 40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빌룬드에서 뮌헨을 경유해 한국으로 오면 되는 거죠. 레고랜드 1호점으로 유명한 빌룬드 리조트와도 차로 30~40분 거리입니다.

FC미트윌란은 짧은 역사에도 덴마크 수페르리가를 3회 제패하는 등 강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난 아르헨티나 U-20 월드컵에서 4강 주역으로 활약한 19세 수비수 김지수를 영입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브렌트포드의 위성 구단 역할도 하고 있죠. 두 팀 다 영국인 사업가 메튜 벤엄(55)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 브렌트포드에 입단한 김지수. / 트위터

지난 시즌 9위로 PL에서 돌풍을 일으킨 브렌트포드는 연령별 유소년 팀을 운영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벤엄 구단주는 2012년 팀을 인수한 뒤 유스 아카데미를 없애버렸습니다.

벤엄은 “우리처럼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클럽에 유소년 아카데미 운영은 사치”라고 밝혔죠. 대신 구단 내부에 브렌트포드 B라는 팀을 만들었죠. 친선경기와 훈련만 하는 비공식 2군으로, 주로 다른 팀에서 1군에 합류하지 못한 17~20세 유망주를 영입해 키워냅니다. 뛰어나지만 빛을 못 본 선수를 데려와 즉시 전력감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취지죠. 김지수도 브렌트포드 B에서 올 시즌을 시작합니다.

이런 팀 운영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유망주의 성공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벤엄 구단주는 이름값이 아닌 객관적인 데이터로 이를 판단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켰습니다.

대표적으로 ‘xG(Expected Goals·기대 득점)’라는 기록이 있는데요. 최근 들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브렌트포드는 일찌감치 공을 받은 위치, 골대 각도 등을 환산해 슈팅의 기대 득점 값을 수치화했습니다. 이를 응용하면 한 선수의 기대실점, 기대득실차, 기대어시스트 등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죠.

브렌트포드에서 성장해 애스턴 빌라에서 정상급 공격수로 뛰는 올리 왓킨스. / 로이터 연합뉴스

그 좋은 예가 올리 왓킨스(28)입니다. 2017년 3부 리그에서 뛰던 왓킨스의 잠재력을 데이터를 통해 알아낸 브렌트포드 구단은 그를 영입했죠. 왓킨스는 브렌트포드에서 3시즌 동안 45골을 터뜨렸고, 2020-2021시즌을 앞두고 PL 애스턴 빌라로 이적했습니다.

왓킨스는 지난 시즌 15골로 PL 정상급 공격수로 활약했습니다. 이적료 30억원에 왓킨스를 데려온 브렌트포드가 애스턴 빌라에 내줄 땐 550억원을 받았으니 그야말로 남는 장사를 한 셈입니다.

구단주가 같은 미트윌란도 경제적인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클라우스 슈타인라인 미트윌란 CEO는 22일 조규성의 골로 개막전을 승리한 뒤 덴마크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반년 전까지만 해도 그의 몸값은 800만유로(약 115억원)로 매우 비쌌는데 이번에 2000만크로네(약 38억원)에 영입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조규성은 미트윌란과 2028년까지 5년 계약을 맺었습니다. 미트윌란 입장에서 조규성은 ‘가성비’가 뛰어난 선수라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벤엄이 2014년 인수한 미트윌란은 구단주 부임과 함께 2014-2015시즌 덴마크 수페르리가 우승을 차지했고, 2017-2018시즌과 2019-2020시즌에도 정상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엔 8위까지 떨어졌습니다. 조규성의 활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2019-2020시즌 덴마크 수페르리가 우승을 차지한 미트윌란 선수들. / 트위터

조규성이 뛸 덴마크 수페르리가는 UEFA(유럽축구연맹) 랭킹에서 17위에 처져 있는 리그입니다. 스위스(13위)와 우크라이나(14위), 체코(15위), 노르웨이(16위) 리그보다 랭킹이 낮죠.

1991년 창설한 수페르리가의 최다 우승 팀은 수도 구단인 FC 코펜하겐(15회)입니다. 리그 운영 방식이 매우 복잡했는데 2021-2022시즌부터는 K리그1과 같은 스플릿 라운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12팀이 홈 앤드 어웨이로 22경기의 정규리그 라운드를 벌인 뒤 1~6위 팀이 상위, 7~12위 팀이 하위 스플릿으로 나뉘는 방식입니다. 스플릿 라운드에선 각 6팀이 홈 앤드 어웨이로 10경기를 치르죠.

미트윌란 팬들이 대형 구단 엠블럼을 들고 응원을 펼치고 있다. / 트위터

덴마크가 추운 겨울로 악명 높은 터라 다른 유럽 리그보다 이른 7월에 개막해 12월 초부터 2월 중순까지 약 두 달간 겨울 휴식기를 갖습니다. 조규성은 K리그를 치르던 중에 이적했기 때문에 이제 막 시즌에 돌입한 선수들보다는 경기력 면에서 유리할 수 있죠. 아마 조규성은 이 휴식기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활약할 가능성이 큽니다.

카타르월드컵 가나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조규성이 환호하는 모습. 그가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월드컵 활약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 조선일보DB

수페르리가 우승을 차지하면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2차 예선에 진출합니다. 2위 팀은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2차 예선으로 향하죠. 유럽 무대를 누비고 싶어하는 조규성에겐 동기 부여가 되는 대목이긴 하지만 문이 좁은 것은 사실입니다.

조규성은 덴마크 1부 리그에서 뛴 세 번째 한국인 선수입니다. 프랑스 2부 로데스 소속의 윙어 박정빈이 호브로와 비브로에서 4시즌 동안 72경기에 나서 7골을 넣었습니다. 윤석영은 브뢴뷔에 몸담은 적이 있었죠.

유럽 축구의 이적과 시장가치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올 시즌 수페르리가에서 가장 시장가치가 높은 선수는 조규성의 팀 동료인 측면 공격수 구스타프 이삭센(22)으로 750만유로(약 108억원)네요.

PL은 100위권 선수가 3500만유로의 시장가치를 자랑하니 이것만 봐도 리그 규모의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조규성은 현재로선 250만유로로 수페르리가에서 24위인데요. 활약이 이어진다면 순위는 곧 치고 올라갈 것 같습니다.

미트윌란의 조규성. / 트위터

조규성은 지난 22일 스포츠조선과 현지 인터뷰에서 “축구 선수라는 직업은 매 경기 결과를 보여줘야 하고 증명해야 한다”며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 개막전 골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월드컵 이후 6개월 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다보니 내 자신을 과대평가한 면이 있었다”며 “처음으로 돌아가 팀플레이에 집중하고 원래 하던대로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란 생각을 했고, 그렇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죠. 그리고 그는 “덴마크에 온지 2주 밖에 안됐지만 정말 행복하다. 매 경기 출전해 골을 넣는 것이 목표”라며 “내 축구 인생은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덴마크 리그는 그동안 국내 팬들에겐 생소했지만, 이제 조규성 덕분에 관심 있게 지켜볼 리그가 됐습니다. 유럽 무대에서 당찬 도전을 시작한 조규성을 응원합니다.

장민석의 플레이볼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79608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