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 중소형→대형 재편…兆대어 온다

이정현 2023. 7.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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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 필두로 시총 1조 이상 상장 잇따라
IPO 중심 무대도 코스닥서 코스피로 이동
두산로보·에코프로머티·SK에코 최대 몸값 경쟁
400% 대박 IPO 아직…대형 종목서 나올지 주목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지금 주식 공모는 안 하면 바보다.”

흥행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을 놓고 한 증권가 관계자가 한 말이다. 상장 종목마다 거래 첫날 공모가의 2~3배 가격이 형성되는 등 호황을 보이면서다. 공모 시장이 지난해 말을 저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을 중심으로 조 단위 시가총액이 예상되는 대형종목이 잇따라 상장 도전장을 낸다. 화제성과 더불어 수익률까지 챙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작지만 알짜 중심으로 뜨거웠던 IPO 시장은 하반기를 맞아 대형주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수요예측을 마친 파두를 비롯해 두산로보틱스, SGI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조 단위급 대어들이 출발선에 섰다. 여기에 상장 당일 가격변동폭을 확대한 정부의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시가총액이 3조 원을 넘는 초대어 탄생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올해 첫 ‘兆대어’ 파두, 수요예측 ‘흥행’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파두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하며 희망밴드 상단인 3만1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이를 기준으로한 예상 시가총액은 1조4898억 원 수준으로 올해 첫 조 단위 대어다. 한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최초의 유니콘 스타트업 기업인데다 프리IPO 과정에서 1조원대 시가총액이 예상된데 따른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8일까지 일반청약을 진행하며 상장일은 내달 7일이다.

파두를 필두로 하반기 중대형 IPO 일정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장에서는 예상 시가총액 조 단위 기업들의 상장이 이어지는데 주목하고 있다. 올 상반기 최대어인 기가비스(420770)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5500억 원의 두배 이상 체급이 큰 종목들이다.

메인 무대도 옮긴다. 상반기 IPO가 코스닥 시장에 집중됐다면, 하반기는 조 단위 대어가 잇따라 상장하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주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내달 상장하는 넥스틸은 올해 첫 코스피 상장 기업 자리를 찜했다. 글로벌 종합강판 제조 기업으로 내달 초 기관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장 후 기업가치는 3000~4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두산로보틱스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그리고 SK에코플랜트는 올해 IPO 시장 최고 몸값을 놓고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 로보틱스는 빠른 수익성 개선을 무기로 코스피 시장에 직행해 로봇 테마 대장주를 노린다. 몸값이 최대 3조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전구체 양산 업체로 올해에만 1200% 이상 오른 에코프로(086520) 그룹의 계열사다. 올해부터 IPO를 추진 중인데 성장성이 확인될 경우 최대 몸값이 4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에코플랜트는 하반기 중 상장 예비심사 청구가 예상된다. 친환경·신에너지 기업으로 몸값이 5조~6조원에 달할 것이란 시장 예측이다.

국내 최대 보증보험사인 SGI서울보증보험은 2010년 한국지역난방공사 이후 13년 만에 상장에 나서는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예상 시가총액 1조5000억원에서 3조원에 이르는 몸값이 예상된다. 이밖에 IT 서비스를 영위하는 LG CNS와 중고차 거래 사이트인 엔카닷컴, 1조~2조원으로 추정되는 게임 개발업체 시프트업과 미디어커머스 업체 에이피알도 하반기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400%↑’ 대어에서 나오나

올 상반기 IPO 시장은 주가수익률에서는 매우 준수했으나 소형 종목이 대다수라 공모 규모 자체는 작았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상장 기업 수는 31개로 전년대비 1개 늘어나는 등 유사했으나, 공모 규모는 지난해 10조2577억원에서 9969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에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초대형 IPO가 진행된 반면 올해는 코스피 시장 상장 IPO가 전무했던 탓이다.

IPO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주식 발행 실적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발표한 ‘23년 상반기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이 주식을 발행한 건수는 총 64건, 2조7354억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5.1% 감소한 수치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더라도 올 상반기 IPO 공모 규모는 전년 대비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면서도 “작년 하반기를 저점으로 회복한 IPO 시장이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는 더 나아지는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 전망했다.

신규 상장 종목 가격 변동폭이 공모가 기준 60%에서 400%로 확대된 것도 하반기 IPO 시장 흥행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대형 상장 종목이 잇따라 예정된 만큼 확대된 변동폭에 따라 MSCI 등 벤치마크편입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새 제도 도입 이후 상장 당일 주가가 최대로 오르며 이른바 ‘따따블’을 기록한 종목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새 제도가 적용된 스팩 포함 신규 상장 종목 8개의 주가수익률 평균은 137.5%다.

성현동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조 단위 대형 기업 공개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상장종목 가격 제한폭 확대는 거래량 증가 및 주가 수익률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유통가능주식이 적은 기업의 경우 락업 기간 동안 시가총액이 과대평가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정현 (sei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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