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누벨칼레도니 찾은 마크롱 "독립시 中기지 들어설수도"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차례 독립을 시도했다 실패한 남태평양의 해외영토 누벨칼레도니(영어명 뉴칼레도니아)를 찾아 누벨칼레도니의 지위를 헌법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호주에서 동쪽으로 약 1천500㎞ 떨어져 있는 누벨칼레도니의 수도 누메아에서 이를 목표로 2024년 초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AFP 통신, 일간 르몽드가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누벨칼레도니가 2018년, 2020년, 2021년 총 3번의 국민투표 끝에 프랑스에 남기를 선택했다며, 여전히 독립을 꿈꾸는 분리주의 세력을 향해 투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투표 결과에 실망한 다른 정치 세력의 열망을 과소평가하지 않겠다면서도 "분리주의에서 위안을 얻는 것은 오늘 또는 내일 폭력의 위험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남태평양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키우려고 하는 중국을 거론하면서 "만약 독립이 이곳에 내일 중국의 기지를 두는 것을 뜻한다면 행운을 빈다. 그것은 독립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지역에서 "주권을 잃어버린 국가들을 주목하라"고 했으나, 그 나라가 어디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누벨칼레도니가 있는 남태평양 일대는 미국과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누벨칼레도니는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 니켈이 풍부한 지역으로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4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4월 누벨칼레도니에서 북쪽으로 1천300㎞ 정도 떨어진 솔로몬제도에 치안 지원은 물론 유사시 군대를 파견할 수 있는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과 호주를 비롯한 서방은 이를 두고 중국이 솔로몬제도를 발판 삼아 남태평양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누벨칼레도니에서 독립에 찬성하는 인사들과 반대하는 인사들을 모두 만나 누벨칼레도니의 미래를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최종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독립 진영 대표들이 만남을 거부했다.
2018년 1차, 2020년 2차 투표에서는 독립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6.7%, 53.3%로 찬성 43.3%, 46.7%보다 소폭 우세했고 3차 투표에서는 반대가 96.5%로 찬성 3.5%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마지막 투표에서 분리주의 세력이 코로나19 대유행을 이유로 투표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투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투표율은 81.0%에서 85.7%로 올라갔다가 43.9%로 떨어졌다.
1853년 프랑스 식민지로 병합된 누벨칼레도니는 대부분 분야에서 자치를 보장받고 있지만 국방, 외교, 교육 분야 등에서는 프랑스의 통제를 받는다.
프랑스는 1988년 마티뇽 협정으로 누벨칼레도니의 자치권을 대폭 확대했고, 1998년 누메아 협정으로 자치권을 추가로 이양했다.
누메아 협정에는 2018년 말까지 독립 찬반 투표를 하고, 부결 시 의원 3분의 1 이상 요구가 있으면 투표를 두 차례 더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프랑스 대통령이 누벨칼레도니를 방문한 것은 1979년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2003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마크롱 대통령은 누벨칼레도니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인근 섬나라인 바누아투로 향했으며, 파푸아뉴기니도 방문할 예정이다.
프랑스 대통령이 태평양 도서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마크롱 대통령은 이곳에서 프랑스가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정책을 공유할 것으로 관측된다.
프랑스는 태평양에 누벨칼레도니·프랑스령 폴리네시아·왈리스 푸투나, 인도양에 레위니옹을 영토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인도·태평양 국가"라고 부른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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