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INSIGHT]조직 내 위험한 행동은 어떻게 확산되나
이 같은 위험의 확산은 크게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일어난다. 하나는 사회적 학습이고 다른 하나는 경험적 학습, 즉 시행착오다. 실제 지난 수십 년간 이뤄진 사회규범에 관한 연구는 사람들이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관찰을 통해 사람들은 어떤 행동이 일반적이고, 어떤 행동이 사회적 보상이나 처벌을 유발하는지 알 수 있다. 관찰만으로 새로운 행동을 습득하기도 한다. 이를 ‘사회적 학습’이라 부른다.
만약 사회적 환경에서 어떤 명확한 단서도 포착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 직접 경험한 시행착오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살짝 간을 보고’ 그 결과를 평가한다. 이 평가는 합리적 계산보다는 감정에 따라 이뤄진다.
그렇다면 위험의 확산은 둘 중 어느 쪽에서 더 강하게 일어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 조지타운대 맥도너경영대학원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이후부터 백신 접종 이전까지 5개월간 종단 현장 연구의 하나로 사람들이 집을 나선 후 무엇을 했는지 추적했다. 원격 수업을 듣기 위해 캠퍼스와 주변 지역으로 온 학생 3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여덟 차례 수행했다. 한 차례의 기본 조사를 실시한 후 짧은 주기로 진행하는 ‘펄스 서베이(pulse survey)’를 매주 일곱 차례 실시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시간 흐름에 따른 행동과 인식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었다. 설문조사 참가자는 여섯 범주의 활동 가운데 어떤 활동을 위해 집에서 몇 차례 나왔는지 보고했다.
활동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장보기, 심부름, 학교활동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비재량적 활동이다. 두 번째는 야외 운동, 사교 모임, 대규모 행사 참석 등 일상생활에 덜 필수적인 재량적 활동이다. 연구진은 사회적 학습을 알아보기 위해 참가자들이 지난주 이런 활동에 참여한 사람을 몇 명 봤는지 물었다. 경험적 학습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참가자가 지난주에 자신이 한 행동의 위험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식료품점이나 약국 가기, 학교 스터디 그룹 등 참가자의 비재량적 활동 수준은 해당 기간 동안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집 밖에서 운동, 사교 모임, 대규모 행사 등 재량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본 참가자는 그 다음 주 이 같은 활동을 더 많이 했다. 이는 사회적 학습과 관련된 위험에 대한 내성이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한 주간 위험성이 높은 공개 활동에 참여했다고 말한 참가자는 이후 더 많은 재량적 활동에 참여했다. 시험 삼아 해 봤다가 별문제 없던 일의 위험성에 대해 점점 더 강한 내성을 보인 것이다.
연구 결과는 사회적 학습이 아무리 강력하고 행동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경험적 학습을 넘어설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런 현상은 어떤 특정한 사건으로 사회적 학습이 중단되는 경우 더 두드러진다. 이를테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마스크를 깜박하고 심부름하러 간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면 ‘리스크 크리프’ 현상에 따라 다음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밖으로 나가고 이를 본 다른 사람이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고 받아들이면서 사회적 학습 효과가 증폭되는 식이다. 약간의 행운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더 위험한 행동을 유도한 셈이다.
이 연구 결과는 기업에 조직 내 위험 감수가 어떻게 확산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기업은 자칫하면 큰일 날 뻔한 아슬아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경계해야 한다. 특히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심각한 결과가 벌어지지 않았어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래야만 직원들도 경각심을 갖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디지털 아티클 ‘조직 내 위험한 행동은 어떻게 확산될까’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
캐서린 틴슬리 미국 조지타운대 맥도너경영대학원 교수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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