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들의 창조적 생존술[서광원의 자연과 삶]〈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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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에서 보는 것.
틈만 나면 잎을 먹으려 달려드는 애벌레들 때문인데, '치열한' 이유는 이들이 기가 막힐 정도로 '창조적'이어서다.
새들은 애벌레를 눈으로 찾기도 하지만 원래의 모양을 잃은 잎들을 찾는데 애벌레들이 잎을 먹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호랑나비 애벌레는 잎 속에 있는 약간의 독을 지속적으로 축적해 내성을 만든 다음, 나중에 나비가 되었을 때 '멋진' 무기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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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나중에 호랑나비가 되는 애벌레는 잎에 구멍을 뚫으며 ‘식사’를 하는 묘한 취향 같은 게 있는데, 사실은 취향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식물들은 애벌레들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 타닌이라는 독을 만들어 공격을 받은 지점으로 보내는데, 우리의 혈관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잎맥으로 보내기에 이곳을 피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독특한 식사법이 되는 것이다. 떫고 쓴맛이 나는 물질로 소화를 어렵게 하고 바이러스에 취약하게 하는 타닌은 애벌레들에겐 독극물이다.
이런 방식은 애벌레들 사이에선 꽤 일반적인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큰 위험이 있다. 보이지도 않는 하늘 어딘가에서 벼락처럼 들이닥쳐 이들을 한입에 삼켜버리는 공포의 사냥꾼, 새들이다. 새들에게 통통한 애벌레는 부드러우면서도 영양가 좋은, 우리로 치면 맛 좋은 소시지 같은 최애 메뉴다.
하지만 공격이 있으면 방어도 있는 법. 어떤 애벌레들은 잎이 원래의 모양을 잃지 않게끔 잎 둘레를 빙 돌아가면서 먹는다. 새들은 애벌레를 눈으로 찾기도 하지만 원래의 모양을 잃은 잎들을 찾는데 애벌레들이 잎을 먹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새들의 이런 패턴 인식을 애벌레들이 역이용하는 것이다. 새들의 ‘머리 쓰기’에 ‘그런 머리는 나도 있다’고 하는 셈이다.
반대로 과감하게 잎의 가운데를 공략하는 애벌레도 있다. ‘될 대로 돼라’ 같은 자포자기나 무모한 치기가 아니다. 딱 자신의 몸 모양과 크기 정도만 먹은 다음, 이곳을 자기 몸으로 채우고 있으면 새들이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나방이 되는 도롱이벌레는 또 다른데, 나무 부스러기를 붙이고 다니면서 먹을 때만 머리를 내민다. 저격수처럼 ‘위장복’을 착용한 것이다. 더 나아가 몸 자체를 아예 나뭇가지와 흡사하게 만든 자벌레는 움직일 때도 마치 자나 나뭇가지처럼 일자형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이런 방어 모드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전략을 개발한 녀석들도 있다. 앞에서 말한 호랑나비 애벌레는 잎 속에 있는 약간의 독을 지속적으로 축적해 내성을 만든 다음, 나중에 나비가 되었을 때 ‘멋진’ 무기로 활용한다. ‘나는 독이 있다’는 걸 컬러풀한 경고색으로 알리면서 커다란 뱀눈 무늬까지 날개에 장착해 혹시 모를 위험을 미리 차단한다. 이런 걸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하나다. 삶은 어디서나 참 치열하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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