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제친 한화…호주에 장갑차 9조 수출
5년여간 치열한 경합끝에 쾌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호주 육군의 신형 장갑차 도입 사업인 '랜드(LAND) 400'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5년여간 공들인 사업으로 독일 방산 업체 라인메탈과 치열한 경합을 벌여왔다.
호주 일간지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은 26일 페트릭 콘로이 호주 군수산업부 장관이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 129대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총수주액은 100억호주달러(약 9조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업 규모는 당초 270억호주달러(약 23조원)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 매체에 따르면 라인메탈의 입찰가가 더 낮았지만, 성능 면에서 한화의 장갑차 '레드백'이 라인메탈의 '링스'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다른 현지 언론 오스트레일리안파이낸셜리뷰에 따르면 지난 25일 호주 정부가 결정을 내렸고, 26일에 양국 정부와 계약자들이 계약을 했다. 이르면 27일 계약 내용이 발표될 예정이다. 호주는 2019년 9월 '랜드400 3단계 사업'을 발표하며 장갑차 보급 계획을 세웠고 한화의 레드백과 라인메탈의 링스가 최종 후보(숏리스트)에 오른 상태였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한화의 대역전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이 사업은 지난해 상반기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될 예정이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력하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호주 정권이 교체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새 정부가 사업자 선정을 미루고, 사업 규모도 크게 줄이는 사이 독일 방산 업체인 라인메탈이 치고 올라왔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이달 독일을 찾아 라인메탈이 호주 브리즈번에 세운 공장에서 생산한 장갑차 '복서' 100대를 10억달러(약 1조2900억원)에 독일에 역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호주와 독일의 밀월관계가 강화되는 분위기였다.
한화, 첫 해외공장 카드로 반전드라마
현지투자 등 절충교역안 덕봐
K-9 외 장갑차부문 입지 확대
한화가 반전을 이뤄낸 것은 현지 생산공장 건설 등 호주 내 투자를 약속하는 절충교역안이 빛을 발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호주 절롱시 애벌론 공항 내 최첨단 장갑차 생산시설(H-ACE)을 건설 중이다. 2000억원을 투자해 현지 국방력 강화는 물론 600명 이상의 고용 창출이 예상된다. 이곳 방산공장은 자주포와 장갑차 등을 생산할 수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첫 해외 방산공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미국 코네티컷과 베트남 하노이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데 이곳에선 항공 엔진 부품만 생산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차세대 장갑차 레드백은 파병이 많은 호주군의 특성을 반영해 다양한 위협 조건에 견딜 수 있도록 방어 성능을 높였다. 승무원 생존에 최우선 순위에 두고 대전차미사일 방어체계 등을 갖췄고, 열추적 미사일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스텔스 기능도 탑재됐다. 폴란드 역시 레드백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의 이번 수주는 그간 자주포(K-9)에 집중돼 있던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는 의미도 있다. 한화의 K-9 자주포는 전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는 수출 히트 상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한화가 몸집을 키우기 위해선 K-9을 뒷받침할 또 다른 무기가 수출 궤도에 오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적잖았다. 이번 호주 수출 성사로 그간 독일과 미국 방산 업계가 장악하고 있던 장갑차 시장에서도 K방산의 입지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대사 출신인 김우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과 호주 양국은 서로 중요한 교역 상대이며, 모두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라면서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호주 양국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수주전 승리로 향후 K방산 수출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독일과 미국 등 기존 방산 강자들의 견제가 강화되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이번 호주 장갑차 사업 수주전에서도 독일은 정부 차원에서 방산 수출 세일즈에 나서고 절충교역의 일환으로 호주 내 투자 확대를 비롯한 여러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한화를 맹추격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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