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기세가 대단하다. 연장 12회 접전 끝에 LG 트윈스를 5연패 수렁에 빠트리며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KT 위즈는 2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LG 트윈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 경기에서 연장 12회 혈투 끝에 4-3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KT는 3연승과 함께 41승 2무 42패를 마크했다. 한때 -14(5월 18일 당시 KT의 성적 10승 2무 24패로 10위)까지 벌어졌던 승패 마진은 이제 -1까지 줄어들었다. 2021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미라클 KT'라 할 만하다. 리그 순위는 5위를 유지했다. 반면 LG는 충격의 5연패 늪에 빠진 채 또 한 번 아홉수를 넘지 못했다. LG는 49승 2무 33패로 리그 선두를 유지했다. 이제 KT와 LG는 27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주중 3연전 마지막 맞대결을 벌인다. KT는 스윕승을, LG는 스윕패 모면을 각각 노린다.
━
LG 트윈스 vs KT 위즈 선발 라인업 (7월 26일 수원 KT위즈파크, 관중 8134명 입장)
━
- LG 트윈스 : 홍창기(우익수)-문성주(좌익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1루수)-오지환(유격수)-박동원(포수)-문보경(3루수)-박해민(중견수)-신민재(2루수). 선발 투수 임찬규.
- KT 위즈 : 김민혁(우익수)-김상수(유격수)-알포드(좌익수)-박병호(1루수)-장성우(포수)-강백호(지명타자)-황재균(3루수)-박경수(2루수)-배정대(중견수). 선발 투수 고영표.
━
양 팀 모두 사실상 주전 선수들이 모두 총출동한 경기였다. LG는 김민성, KT는 조용호 정도가 빠진 라인업.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은 "그동안 승패 마진 -3에서 늘 고비를 못 넘고 미끄러졌다. 선수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며 선수단에 공을 돌렸다. KT는 전날(25일) 승리로 승패 마진을 -2까지 줄인 뒤 마침내 이날 경기까지 가져가면서 승패 마진은 -1이 됐다. 반면 염경엽 LG 감독은 "(전날 선발이었던) 벤자민의 공이 좋았다. 우리 팀이 올 시즌 그에게 4패를 당했다. 다음에 또 분명히 우리를 상대로 들어올 텐데 그때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리라 믿는다"고 했다.
KT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워터 페스티벌을 개최해 한여름 야구팬들을 즐겁게 했다. KT는 물대포 축제를 가장 먼저 기획, 실천한 '원조 구단'이기도 하다. 올 시즌에는 인공 강우기 18대와 워터 캐논 16대, 360도 토네이도 스프링클러를 동원했다. KT의 안타와 득점이 나올 때마다 KT 팬들에게 시원한 물대포를 선사했다. 이날 KT 관계자는 "15~20톤의 물을 쐈다"고 밝혔다.
━
◆ 1~3회 : 고영표 4회 1사까지 퍼펙트 완벽투 vs 임찬규 많은 위기 속에서도 실점 최소화... 선취점은 2회 KT
━
KT 선발 고영표는 경기 초반 자신의 좋은 공을 마음껏 던지며 LG 타순을 잠재웠다. 4회 1사까지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반면 LG 선발 임찬규는 위기 속에서도 실점을 최소화하며 자신의 투구를 이어 나갔다. 1회에는 선두타자 김민혁에게 우측 펜스 직격 2루타를 얻어맞았다. 다음 타자는 김상수. 여기서 이강철 감독은 1회부터 번트를 대는 승부수를 띄웠다. 고영표가 선발인 점을 감안해, 선취점을 뽑을 경우 유리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결국 김상수가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1사 3루가 됐다. 후속 알포드는 1루수 파울플라이 아웃. 2아웃을 잘 잡은 임찬규는 박병호와 장성우에게 연속 볼넷을 헌납했으나, 강백호를 3루 땅볼로 유도하며 절체절명의 만루 위기를 넘겼다. LG 3루수 문보경의 다이빙 캐치가 빛났다.
그러나 임찬규는 2회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다. 선두타자 황재균이 좌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박경수의 2루 땅볼 때 3루까지 갔다. 박경수의 팀 배팅이 빛났다. 이어 배정대가 중견수 희생타를 치며 1-0을 만들었다. 계속해서 김민혁에게 우중간 안타, 김상수에게 볼넷을 각각 허용했으나, 알포드를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3회는 임찬규의 이날 첫 삼자 범퇴.
━
◆ 4~6회 : KT의 집중력으로 뽑아낸 4회 '2점', 3-1 리드... 터지지 않는 LG는 계속해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
고영표의 퍼펙트 행진이 깨진 건 4회 1사 후였다. 선두타자 홍창기를 2루 땅볼로 잡아냈으나 문성주에게 4구째 몸에 맞는 볼을 던지고 만 것. 다음 타자 김현수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면서 노히터 행진도 막을 내렸다. 여기서 오스틴이 깔끔한 좌전 적시타를 치며 승부를 1-1 원점으로 돌렸다. 오지환의 우전 안타로 LG는 계속 만루 기회를 이어갔으나, 박동원이 2루수 앞 병살타로 물러나며 고개를 떨궜다.
위기 뒤 기회였다. KT는 곧바로 이어진 4회말 2점을 추가하며 3-1까지 도망갔다. 선두타자 황재균의 우중간 2루타에 이어 박경수가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후속 배정대가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적시 2루타를 치며 3루 주자 황재균을 홈으로 불러들였다.(2-1) 계속된 1사 2루 기회. 배정대가 3루 도루를 성공시켰고, LG 내야는 전진 수비를 펼쳤다. 여기서 김민혁의 2루 땅볼 때 신민재가 공을 잡은 뒤 홈으로 과감하게 뿌렸으나 배정대가 이미 홈을 쓴 뒤였다. 공식 기록은 야수 선택. 점수는 3-1이 됐다. 하지만 김상수가 우익수 뜬공, 알포드가 삼진으로 각각 물러나며 추가 득점엔 실패했다.
리드를 등에 업은 고영표는 더욱 기세를 올렸다. 5회 문보경, 박해민, 신민재로 이어지는 LG의 7,8, 9 하위 타순을 삼자 범퇴 처리했다. 6회에는 2사 후 김현수에게 우중간 안타를 헌납했으나, 오스틴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KT는 5회 1사 후 장성우의 중전 안타, 강백호의 볼넷으로 1, 2루 기회를 만들었다. 결국 임찬규의 투구는 여기까지였다. 이어 김진성이 마운드에 올라 황재균을 2루수 앞 병살타로 솎아내며 불을 껐다. 이어진 6회에는 '필승조' 함덕주가 마운드에 올랐다. LG의 승리를 향한 의지가 느껴지는 순간. 함덕주는 선두타자 박경수에게 볼넷을 내주며 어렵게 출발했으나, 배정대를 투수 플라이 아웃(번트) 처리한 뒤 김민혁을 투수 앞 땅볼로 유도, 선행 주자를 잡아냈다. 2아웃. 김상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으나 알포드를 유격수 땅볼로 끌어내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
◆ 7~9회 : 8회 터진 LG 타선, 승부는 3-3 원점... 결국 승부는 9이닝 안에 끝나지 않았다
━
LG의 방망이가 좀처럼 터지지 않으면서 경기는 후반부로 향하고 있었다. 6회말 이닝 종료 과정에서 1루를 향해 질주하다가 넘어진 알포드는 송민섭으로 교체됐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부상으로 인한 교체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고영표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오지환을 3루 땅볼, 박동원을 초구에 포수 파울플라이 아웃, 문보경을 3루 땅볼로 각각 유도하며 이날 자신의 투구를 마쳤다.
그리고 8회초. KT 위즈파크에 모인 LG 팬들이 모처럼 함성을 마음껏 내질렀다. KT가 고영표를 내린 뒤 두 번째 투수 박영현을 투입했다. 올 시즌 전반기 내내 KT 불펜에서 핵심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던 박영현. 전반기 성적은 41경기서 2승 2패 16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 그러나 후반기에는 이 경기 전까지 2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45.00을 기록 중이었다. 그리고 이날 경기서도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좌중간 안타를 허용한 뒤 후속 신민재에게 5구째 볼넷을 던지며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리드오프 홍창기가 우중간을 가르는 동점 2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시키며 승부를 3-3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를 탄 LG는 문성주 대신 대타 허도환을 투입했다. 허동환은 3루 방면 희생번트를 완벽하게 성공시키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하지만 김현수가 3루수 파울플라이 아웃, 오스틴이 우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각각 고개 숙이며 역전에는 실패했다.
8회말 LG는 다섯 번째 투수로 백승현을 선택했다. 1사 후 배정대에게 좌중간 안타를 얻어맞았다. 대타 이호연을 2루수 뜬공으로 아웃시킨 뒤 김상수에게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대타 문상철을 2루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9회초. LG가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KT는 클로저 김재윤을 올렸다. 선두타자는 오지환.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진 뒤 연거푸 볼 4개를 뿌리며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박동원 타석 때 초구부터 2루 도루를 감행해 성공시킨 오지환. 무사 2루라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포수 박동원의 희생 번트가 뜨면서 포수에게 잡히고 말았다. 통한의 번트 실패. 1사 2루. 다음 타자는 문보경. 김재윤을 상대로 초구를 공략해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2루 주자 오지환은 3루를 돌아 홈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이때 배정대의 정확한 홈 송구가 이어졌고, 홈에서 접전이 일어났다. 결과는 아웃. 장성우가 깔끔하게 포구한 뒤 오지환을 태그하며 아웃시켰다. 2아웃. 이어 다음 타자 박해민마저 3루수 직선타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위기 뒤 기회였다. LG는 최동환이 9회말 올라왔다. 그러나 박병호에게 좌중간 안타를 내줬다. KT는 대주자 오윤석을 투입하며 압박했다. 장성우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기회를 만든 KT. 강백호가 중견수 깊숙한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났다. 2아웃. 황재균은 볼카운트 3-1으로 몰리자 자동 고의4구를 지시했다. 1, 2루 기회. 다음 타자 박경수가 중견수 뜬공을 치며 승부는 연장으로 돌입했다.
━
◆ 연장전 : 12회까지 가는 대혈투, 결국 12회말 만루 기회에서 고우석을 무너트렸다
━
연장 10회초. LG의 공격. 너무 허무하게 끝났다. KT의 4번째 투수는 신동현. 선두타자 신민재를 유격수 뜬공, 홍창기와 이주형을 나란히 초구에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시켰다. 이어진 10회말. LG 투수는 유영찬. 역시 삼자 범퇴로 맞불을 놓았다. 배정대를 루킹 삼진, 안치영을 좌익수 뜬공, 김상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각각 잠재웠다. 연장 11회초. 여전히 KT 투수는 손동현. 또 한 번 삼자 범퇴였다. 김현수 중견수 뜬공, 오스틴 삼진, 오지환 중견수 뜬공. 이닝 종료. 그리고 11회말. 투수는 여전히 유영찬. 1사 후 오윤석과 장성우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1, 2루 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LG는 고우석을 투입했다. 타자는 강백호. 승자는 고우석이었다. 5구째 2루수 앞 병살타로 유도하며 이닝을 지웠다. 강백호는 아쉬움이 큰 듯 1루에서 헬멧을 내동댕이치고 말았다.
연장 12회초. KT는 손동현이 또 올라왔다. 박동원을 삼진, 문보경을 중견수 뜬공 처리한 뒤 박해민에게 볼넷을 내준 손동현. 이때 이강철 감독이 한 차례 마운드를 방문했다. 결국 신민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자신의 '3이닝 노히트' 혼신투를 끝냈다.
그리고 12회말. KT의 마지막 공격. LG 투수는 여전히 고우석. 선두타자 황재균이 중전 안타로 출루했고, 박경수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배정대는 볼넷. KT의 1, 2루 기회. 1번 안치영 타석에서 대타 김준태가 등장했으나 헛스윙 삼진 아웃을 당했다. 2아웃. 고우석이 김상수를 3루 땅볼로 유도했으나, 문보경이 포구 후 1루가 아닌 2루로 송구해 세이프가 됐다. 송구의 부담이 있었을지는 모르나, 1루로 송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반면 KT 입장에서는 절호의 끝내기 만루 기회. 다음 타자는 문상철. 결국 여기서 문상철이 친 공을 문보경이 잡지 못한 채 뒤로 빠트렸고, KT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로 쏟아져 나왔다. 시즌 25번째, KBO 리그 통산 1271번째, 개인 2번째 끝내기 안타였다.
━
KT 선발 고영표는 7이닝 4피안타 1몸에 맞는 볼 4탈삼진 1실점(1자책)의 역투를 펼치고도 불펜진이 동점을 허용하며 시즌 9승(5패) 달성에 실패했다. 총투구수는 97개. 속구 50개, 체인지업 29개, 커브 16개, 슬라이더 2개를 각각 섞어 던졌다. 속구 최고 구속은 141km. '주무기' 체인지업은 113~123km의 구속을 형성했다. 스트라이크는 65개. 볼은 32개. 이어 박영현(1이닝 2피안타 2실점)-김재윤(1이닝 1피안타 무실점)-손동현(3이닝 노히트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이 차례로 던졌다. 승리 투수는 손동현으로 4승 4패 1세이브. 11안타의 타선에서는 황재균이 3안타, 배정대와 김민혁이 멀티히트로 각각 분전했다.
LG 선발 임찬규는 4⅓이닝 6피안타 4볼넷 2탈삼진 3실점(3자책)을 마크했다. 올 시즌 성적은 6승 2패 1홀드. 총투구수는 92개. 속구 39개, 체인지업 26개, 커브 16개, 슬라이더 11개를 골고루 뿌린 가운데, 속구 최고 구속은 147km까지 찍혔다. 스트라이크는 54개. 볼은 38개였다. LG는 임찬규에 이어 김진성(⅔이닝)-함덕주(1이닝)-정우영(1이닝)-백승현(1이닝)-최동환(1이닝)-유영찬(1⅓이닝)-고우석(1⅓이닝)이 차례로 투구했다. 패전 투수는 고우석으로 올 시즌 성적은 2승 4패 7세이브가 됐다. LG는 산발 7안타에 그쳤다.
경기 후 '승장' 이강철 감독은 "모든 선수가 원팀이 돼 집중력을 발휘한 경기다. 선발 고영표가 정말 좋은 피칭을 했는데, 승리를 챙기지 못해 아쉽다. 손동현도 타이트한 상황에서 3이닝을 잘 막아줬다. 장성우의 리드도 좋았다. 무더운 날씨에도 연장전까지 베테랑들의 공수 활약이 돋보였다. 문상철의 끝내기 안타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엄지를 치켜세운 뒤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