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소병철 “돈봉투 발언에 모멸감” 한동훈 “그럼 왜 체포안 부결했나”
“아는 게 도둑놈 잡고 사람 주리 트는 것”
검사들 “蘇, 모멸감 거론할 자격 있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 관련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약 20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여기 계신다’고 한 발언을 두고, 소병철 민주당 의원이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에 한 장관은 “그럼 그 얘기를 듣고 왜 모두 부결했냐”고 맞받았다.
소 의원은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장관에게 질의하며 “한 장관이 옛날에 제가 알던 한 장관과 다른 모습인가 싶어서, 취임사부터 여러 차례 공식 발언한 부분들을 봤다. 신임 검사 임관식 때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주지 말자는 것을 검사들이 명심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씀 등 참 좋은 말씀이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달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 장관이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을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하며 한 발언을 언급했다. 당시 한 장관은 “오늘 표결할 범죄 사실의 핵심은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송영길 후보 지지 대가로 민주당 국회의원 약 20명에게 돈봉투를 돌렸다는 것”이라며 “그 범죄 사실에 따르면 논리 필연적으로 그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국회의원이 여기 계시고 표결에도 참여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보면 약 20명의 표는 표결 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돈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돈봉투 받는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건 공정하지도, 공정해 보이지도 않는다. 국민께서 이런 사실을 다 아시고 중요한 표결의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소 의원은 “제가 본 회의장에서 들을 때 참 힘들게 들리는 부분. 차라리 그 20명이 누구인지 거론을 해버렸다면 좋은데 20명을 특정하지 않고 ‘20명의 범죄자가 앉아 있다’고 말해버렸다. 저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이 그 말을 들을 때 모멸감을 안 느낄 수가 없다”며 “또 범죄자들이 속한 정당에서 어떻게 판단을 하느냐는 발언도, 만약 제가 거꾸로 법사위 질의를 하면서 ‘검찰 구성원들 중 범죄자가 있는데 당신들이 어떻게 수사하고 기소하냐’고 말하면 한 장관뿐만 아니라 법무부 구성원들도 엄청 기분 나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왜 이 말씀을 드리냐면, 법무부 장관은 장관 중에서도 굉장히 비중 있는 분이다. 그러면 좀 절제되고 품격 있는 용어를 쓸 수 없는 걸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한때 검찰에 몸담았던 선배로서 안타까워서 말씀드린다. 국민들은 검사에 대해 아는 모습은 검사실에서 만나는 사건 관계인 이외에는, 한 장관의 말씀으로 자칫 검찰을 판단할 수도 있다. 그래서 특별한 당부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말미에는 “최근 검사 사직이 굉장히 많다. 언론에서는 MZ 세대들의 보수 문제 등을 짚었지만 사실 제가 있을 때도 검사 월급은 변호사들에 비해 적었다. 그래도 버텼던 이유는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이었다”며 “과연 우리 장관께서는 혹시 정치권 수사에 말려들어 평가받는 것 때문에 젊은 검사들이 사표 내는 것에 대한 우려를 해보신 적 있냐”고 묻기도 했다.
◇ 한 장관 “그 애기 듣고 왜 다 부결했나”
한 장관은 “저는 제 주변에 있는 다른 분들에게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범죄 수사나 공적 업무에 있어서는 단호하게 일할 거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그런 차이에 소 의원께서 보시는 것과 제 가치관이 다를 수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말씀하신 지적도 겸허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며 답변을 시작했다.
이어 “제가 체포동의안 과정에서 강도 높게 말한 걸 지적하신 부분에서 소 의원님 말씀도 충분히 감안하겠다. 그렇지만 그 얘기를 듣고 왜 다 부결하셨는지도 저는 참 궁금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했다. 당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167석 거대 야당인 민주당 주도로 부결됐다. 투표에 앞서 국민의힘은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했으나, 민주당은 자율 투표에 맡겨 과반 이상이 부결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됐다.
한 장관은 또 ‘검사 사직’에 대한 질문을 두고도 “저는 대한민국에서 검사가 될 정도로 엘리트고 사회적으로 혜택 받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회에 봉사하고 되돌려줘야 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며 “힘들고 어렵겠지만 그런 사명으로 일해야 한다. 다른 직업들 다 어렵지 않냐. 다른 공직자들은 박봉이 아닌가. 더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 수사 부분은 사건이 있으니까 하는 것”이라며 “그것 때문에 검사들이 흔들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에서는 이날 소 의원의 ‘모멸감’ 발언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소병철 의원은 작년 2월 대선을 앞두고 전남 순천 유세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를 향해 “아는 게 도둑놈 잡고 사람 주리 트는 것밖에 모르니까 맨날 그 소리 하고 자빠졌다”고 했었다. 한 현직 검사는 “당시 검사 직군 전체를 싸잡아 모멸감을 줬던 사람이 공적 사안을 놓고 모멸감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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