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거래액 20% 두 종목에 쏠려 … 개미들 폭탄돌리기
◆ 2차전지發 증시 혼란 ◆
26일 오전, 그동안 2차전지 관련주에 투자하지 않았던 투자자들도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신드롬으로 대거 매수에 동참해 관련주 주가를 신고가로 만들었지만 오후 1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는 자유낙하했다. 시가총액이 53조원인 포스코홀딩스가 신규 상장 공모주처럼 하루 변동폭이 21.6%나 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제2의 에코프로그룹주와 포스코그룹주를 찾던 투자자들이 점찍은 2차전지 관련주 LS일렉트릭은 25일엔 전일 대비 25% 오르다 26일엔 17% 하락해 상승폭을 하루 만에 거의 반납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시장의 과열 해소가 급격히, 급진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2차전지로 시작해 2차전지로 끝난 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6일 오전에는 개인 수급이 2차전지로 쏠리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까지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26일 개장 전 반도체 대형주들의 주가를 예상할 수 있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상승하고 SK하이닉스까지 시장 예상을 소폭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코그룹주에 개인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다른 대형주들은 하락하는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포스코퓨처엠은 낮 12시 40분에 전일 대비 16% 오른 69만400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오후 1시 이후 포스코홀딩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동반 조정되기 시작하면서 2시께엔 전일 대비 12.5% 하락한 52만3000원까지 미끄러지기도 했다. 에코프로 역시 1시께엔 전일 대비 19% 오른 153만9000원을 기록하다 50분 만에 113만6000원으로 급락했다.
증시가 이례적인 변동성을 보이면서 전체 거래대금도 폭증했다. 이날 하루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26조2002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일간 거래대금이 역대 최대 수치를 경신한 것은 2020년 8월 27일 기록한 20조8487억원 이후 1063일 만이다.
거래대금을 보면 대부분의 2차전지 관련주가 30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달 말 2016억원이던 포스코홀딩스 일일 거래대금은 26일 8조576억원으로, 1586억원이던 포스코퓨처엠은 26일 3조7511억원으로 급증했다. 에코프로 역시 지난달 말에는 거래대금이 4938억원이었는데 26일엔 4조1360억원으로 늘었다. 이날 포스코홀딩스와 에코프로 두 종목의 합산 거래대금은 국내 증시 전체 거래대금의 약 19.4%에 달했다.
여기에 일부 종목엔 공매도 비중까지 높아지며 주가 하락을 견인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직전 40거래일 평균에 비해 6.22배 늘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LS일렉트릭 공매도 거래대금은 직전 40거래일 평균 대비 16.99배 증가했다.
두 종목이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로 과열종목 지정 기준을 만족하면서 27일 공매도 거래가 금지되고 당일 주가가 5% 이상 하락하면 금지 기간이 연장된다.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다른 대안 주도주들이 없는 상황에서 2차전지 종목으로 매수심리가 확 쏠리다 보니 상승세가 너무 가팔랐던 게 사실"이라며 "실적 성장성이 좋다고 하더라도 최근의 상승세는 과도해 폭탄 돌리기식으로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조정 없이 상승하기만 한 2차전지 관련주들이 강한 변동성을 보이자 개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포스코홀딩스 8816억원, 포스코퓨처엠 566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이 이를 거의 받아냈다. 다만 에코프로비엠은 외국인과 기관이 총 2806억원을 순매수했고 에코프로는 1587억원을 순매수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차전지 급락으로 반도체, 자동차 종목이 상승 반전하는 등 과도한 수급 쏠림 현상이 정상화되는 기류가 나타났다"며 "최근 신용융자 잔액 증가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급 쏠림 현상의 중심에 있던 2차전지 종목의 변동성 확대에 따라 향후 반대매매 출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김제림 기자 / 차창희 기자 /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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