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방탄 입법’, 검찰총장이 이스라엘판 위헌심판 청구
극우 연정이 3월 ‘총리 탄핵 권한 축소’ 일방 개정
“부패 혐의 재판 중인 총리의 법적 지위 향상 노려”
사법개편 강행 후폭풍에 국가신용등급도 떨어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와 극우 연정의 사법개편 법안 강행 처리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엔 검찰총장이 네타냐후 총리를 위한 ‘방탄 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던 총리 직무 부적합성 결정 기본법에 대해 사법심사를 청구했다.
25일(현지시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갈리 바하라브 미아라 이스라엘 검찰총장은 지난 3월 의회(크네세트)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극우 연정이 일방적으로 개정한 총리 직무 부적합성 결정 기본법을 겨냥해 “부패 혐의로 재판 중인 네타냐후 총리의 법적 지위 향상을 위해 의회가 옳지 않은 권한을 행사했다”며 사법심사를 신청했다.
사법심사란 특정 법안이 누군가의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위해 마련됐는지를 대법원이 판단하고, 이에 해당하면 ‘의회의 헌법 권한 남용’ 원칙에 따라 폐기하는 제도다. 다만 지금까지 대법원은 이미 없어졌거나 사문화된 법안에 대해서만 이 원칙을 인용해왔다. 현행법에 적용한 사례는 없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 등 극우 연정은 지난 3월 총리의 직무 부적합성 심사 주체와 사유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총리 직무 부적합성 심사는 정신적·육체적 문제가 있을 때만 진행할 수 있고, 직무 부적합 결정은 총리가 직접 하거나 각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도록 했다. 나아가 총리가 각료 투표 결과를 거부하면 의원 120명 가운데 80명 이상이 찬성해야 직무 부적합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했다. 대법원의 총리 탄핵 판결권과 검찰총장의 총리 직무 부적합 결정권은 삭제됐다.
당시 야권과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2013년 할리우드 유명 영화 제작자인 아논 밀천과 호주 사업가 등에게 20만달러(약 2억6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 네타냐후 총리를 위한 방탄 입법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또 대법원이 장관 임명 등 행정부의 중대 결정을 뒤집지 못하도록 한 사법개편 법안과 마찬가지로 사법부의 행정부 견제 기능을 대폭 축소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퇴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총리의 직무 부적합 여부를 총리 본인이 판단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 학계와 법조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헌법을 따르는 기본법에 대해 법원이 사법심사를 실행할 권한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의회가 기본법을 쉽게 고칠 권한을 가진 만큼, 대법원이 사법심사로 이를 제지할 근거 또한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편 사법개편 법안 강행 처리에 대한 반발은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스라엘 사회의 정치·경제 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사법 정비가 민주주의 근간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비종교적인 일반 대중과, 법원이 자유주의 성향 판사들에게 점령돼 국민 뜻을 거스른다고 여기는 종교·극우 성향의 국민으로 분열됐다”고 평가했다. 의료진의 파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이스라엘군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예비군들의 복무 거부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 개인의 리더십을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그간 탁월한 책략가이자 실용주의의 대가라는 명성을 바탕으로 6선을 꿰찼지만, 이제는 그가 연정 내에서 생각보다 힘이 없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이스라엘 화폐 셰켈화는 법안 통과 다음날 달러 대비 1.3% 떨어졌다. 모건스탠리는 이스라엘 국가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고, 무디스는 “법안 통과로 사회적·정치적 긴장이 계속돼 경제에 좋지 못한 영향을 계속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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