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 커브' 롯데 윌커슨 데뷔전 승리 호투, '두산 12연승' 저지... 롯데 3연패도 끊었다 [잠실 현장리뷰]

잠실=안호근 기자 2023. 7. 2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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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롯데 윌커슨(왼쪽)이 26일 두산전 투구를 마치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OSEN
역투하는 윌커슨. /사진=OSEN
7월 3승 9패로 최악의 흐름을 보인 롯데 자이언츠가 11연승을 달리는 곰 군단을 잡아냈다. 굴러들어온 외국인 애런 윌커슨(34)이 팀에 연패 탈출이란 선물까지 안겼다.

롯데는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윌커슨의 5이닝 2실점 호투 속에 7-2 대승을 거뒀다.

7월 5차례 시리즈에서 위닝시리즈가 없었던 롯데는 두산의 연승 행진을 11경기에서 막아내며 40승(42패) 고지를 밟았다. 반면 두산은 전날 팀 창단 후 최다인 11연승 기록을 세운 것에 만족해야 했다. 44승 37패 1무를 기록했다.

서튼 감독. /사진=OSEN
/사진=OSEN
7월 26일 롯데 자이언츠 VS 두산 베어스 선발 라인업
정수빈(중견수)-허경민(3루수)-김재환(좌익수)-양의지(포수)-양석환(지명타자)-호세 로하스(우익수)-강승호(1루수)-박준영(유격수)-이유찬(2루수) 순이다. 투수는 곽빈.

이승엽 감독은 경기 전 "오늘도 똑같이 나간다. 투수만 바뀌었다"고 말했다. 전날 양의지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음에도 김재환과 양석환의 쌍포, 호세 로하스와 허경민, 정수빈 등의 동반 활약 속에 승리를 챙겼기에 변화를 줄 이유가 없었다.

다만 후반기 첫 등판에 나선 곽빈에 대해선 "(전날) 브래든이 스트라이크와 볼 비율이 좋지 않았다"며 "곽빈도 마찬가지다. (오래 쉬어) 공에 힘은 있겠지만 볼 비율이 높을 수 있다. 스트라이크만 많이 던지면 좋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롯데는 윤동희(우익수)-니코 구드럼(좌익수)-안치홍(2루수)-전준우(지명타자)-한동희(1루수)-박승욱(3루수)-유강남(포수)-노진혁(유격수)-김민석(중견수)로 타순을 짰고 애런 윌커슨을 선발로 등판시켰다.

전날 3안타를 날린 구드럼을 2번 타자로 고수한 것은 같았으나 포지션이 내야가 아닌 외야로 바뀌어있는 게 눈에 띄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라인업의 다양화를 위함"이라며 "팀 분위기 전환도 필요하고 스파크를 줘야할 때라고 생각했다. 외야 수비 능력도 있다. 안권수가 시즌 초반 부상을 당했고 고승민도 없다. 현재 외야수 2명이 고전하고 있기에 택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날 KBO리그 데뷔전을 치르는 윌커슨에 대해선 "윌커슨이 자신만의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훈련을 봤을 때는 제구도 괜찮고 네 구종에 대한 감각도 좋아보였다. 자신의 무기대로 적극적으로 던졌으면 좋겠다. 첫 경기이고 스태미너가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80구 정도로 투구수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윌커슨. /사진=OSEN
안치홍의 호수비에 박수를 보내는 윌커슨. /사진=OSEN

'KBO리그 데뷔전' 윌커슨의 눈부신 커브, 곽빈의 제구력 난조
이승엽 감독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1회를 잘 마친 곽빈이 흔들렸다. 선두타자 전준우를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1사 1루에서 박승욱에게 2루타를 맞았다. 유격수 박준영의 아쉬운 중계플레이 속에 주자를 2,3루에 내보냈다. 유강남과 풀카운트 승부에서도 볼넷으로 만루를 채웠고 노진혁에게 2타점 2루타를 맞고 실점했다.

불운도 따랐다. 박준영의 아쉬운 수비에 이어 이번엔 김민석의 강습 타구가 곽빈의 글러브를 맞고 방향이 굴절됐다. 타구 방향 쪽으로 스타트를 끊은 박준영으로부터 공이 멀리 달아났고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김민석 또한 1루를 거쳐 2루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공에 힘은 충분했다. 이날 속구 최고 시속은 153㎞까지 찍혔다. 문제는 제구였다. 4회에도 2사에서 9번 타자 김민석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추가 실점은 없었지만 투구수가 늘어났다. 5회에도 2사에서 전준우에게 볼넷을 내주며 투구수가 늘어났다. 5회까지 정확히 100구를 채운 곽빈의 임무는 거기까지였다.

윌커슨은 놀라운 투구를 펼쳤다. 서튼 감독은 데뷔전을 치르는 윌커슨의 투구수를 80구 정도로 조절하겠다고 했다. 현실적으로는 5회 정도를 예상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윌커슨은 4회까지 단 51구를 던졌다. 속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노련하게
던지면서도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가 쉽게 끌려나올 수밖에 없었다. 롯데로선 이렇다 할 위기조차 없었다.

경기 초반부터 흔들리는 두산 곽빈(오른쪽)./사진=OSEN
5회도 어려운 분위기가 이어지는 듯 했다. 강승호와 박준영이 각각 삼진과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끈질긴 승부를 펼치며 도합 13구를 던지게 만들었다. 대기타석에서 많은 공을 지켜봤기 때문일까. 이유찬은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날렸고 정수빈도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냈다.

이어 타석에 선 허경민은 1구 방망이를 참아내더니 2구 속구에 과감하게 스윙을 했다. 타구는 우중간으로 향했다. 발 빠른 2루 주자 이유찬이 여유 있게 홈으로 향했고 1루 주자 정수빈까지 혼신의 주루로 홈 플레이트를 터치했다.

윌커슨은 5이닝 동안 76구를 던지며 6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속구 최고 시속 149㎞를 찍었다. 이 공을 33구 던졌고 슬라이더(17구)와 그보다 적은 변화로 빠르게 날아드는 컷패스트볼(커터·4구), 커브(11구)와 체인지업(11구)까지 섞었다.

삼진 3개의 결정구는 체인지업 2개와 속구 하나였으나 가장 돋보인 건 커브였다. 경기를 중계하던 김태형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회전력이 좋은 것 같다. 낙차가 큰 것은 그만큼 회전력이 좋다는 것"이라며 "몸 쪽 속구도 던지고 있어 타자들이 변화구를 공략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결정적 안타를 날리는 윤동희. /사진=OSEN
적시타 후 세리머니하는 전준우(왼쪽). /사진=OSEN
12연승 도전 두산의 반격, 볼넷-아쉬운 수비에 울었다
두산은 11연승을 거두는 동안 지고 있어도 좀처럼 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날 대반격은 이뤄지지 못했다. 두산은 6회 불펜을 가동했는데 김강률이 연속 안타를 맞고 1사 1,2루에서 김명신에게 공을 넘겼다. 7월 연승 기간 평균자책점(ERA) 0.87에 6홀드(1승)를 올린 김명신이지만 김민석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윤동희에게 2루수 땅볼을 유도했으나 이유찬이 한 번에 포구하지 못해 2루에서 주자를 잡아내는 동시에 1점을 더 내줬다. 정상 수비가 됐다면 홈 승부 혹은 리버스 더블플레이를 시도해볼 수도 있었던 타구였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7회초엔 박정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안치홍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전준우에게 안타를 맞았다. 한동희의 번트 타구를 빠르게 잡아 3루에서 선행 주자를 잡아냈으나 박승욱을 다시 한 번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유강남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최승용에게 공을 넘겼다.

풀카운트에서 최승용이 슬라이더를 던졌고 노진혁이 2루수 방면 땅볼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이유찬은 포구에 실패했고 그 사이 2,3루 주자가 나란히 홈을 밟았다. 사실상 승기가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아쉬운 수비를 보인 두산 이유찬. /사진=OSEN
볼넷을 얻어내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OSEN
2회와 6회, 7회 실점 상황에서 모두 5개의 볼넷을 내줬고 이는 직간접적으로 실점에 영향을 미쳤다. 결정적인 실책 외에도 아쉬운 수비가 이어지며 불필요한 점수를 내줬다. 7월 무서운 기세를 보였으나 이날은 자멸했다.

윌커슨에 이어 팀이 5-2로 앞선 6회말 등판한 구승민은 탈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이닝을 삭제하며 KBO 역대 15번째 100홀드를 써냈다. 롯데에서만 100홀드를 수확한 건 구승민이 처음이다.

타선에선 노진혁이 2안타 2타점 1득점, 김민석이 1안타 2볼넷 2타점, 전준우가 2안타 2볼넷 2득점하며 팀의 연패 탈출에 앞장섰다.

경기 후 서튼 감독은 "선발 윌커슨이 KBO리그 첫 등판인데 경기 내내 뛰어난 제구력으로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고 칭찬하며 "사실 체력적인 부분, 스태미너가 정상적으로 올라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80개 정도를 예상했었다"고 무리하게 6회에 마운드에 올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동료들에게 승리 축하 물 세례를 받고 취재진과 만난 윌커슨은 "한국에 오고 나서 가장 시원했던 순간"이라며 "조금 긴장이 됐지만 최대한 침착하고 나만의 강점을 살려서 스트라이크 존 안에 제구를 넣는 것에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이날 잠실구장엔 1만 3620명의 관중이 찾았다. 홈 팀인 두산 팬들 못지 않게 롯데 원정 팬들도 적지 않았다. 윌커슨은 "나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 줄 때 더 힘을 얻는다"며 "홈 관중분들이 얼마나 많이 오시고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가져오실 걸 알고 있기 때문에 홈에서 하는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경기 종료 후 윌커슨(오른쪽)이 서튼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OSEN
동료들로부터 물 세례를 맞은 윌커슨(가운데). /사진=OSEN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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