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자녀에 입학 우대... 美교육부, 하버드대 조사 착수
미국 교육부가 입학 사정에서 동문 자녀를 우대하는 하버드대학의 ‘레거시(legacy) 입학’ 제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25일(현지 시각) 교육부는 성명을 통해 “(인종, 피부색,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1964년 연방 민권법에 따라 하버드대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제도가 백인 지원자에게 혜택을 줌으로써 소수 인종 지원자를 차별하고 있지 않은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대학입시의 소수 인종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지난달 말 연방대법원이 위헌 판결을 내린 후폭풍이 백인에게 유리한 레거시 입학 조사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지난 3일 교육부에 하버드대 조사를 청구한 ‘민권을 위한 변호사들’이란 단체에 따르면, 레거시 제도를 이용해 하버드대에 합격한 학생의 약 70%는 백인이다. 이 단체는 “하버드대가 학부생 선발 과정에서 기부자와 동문 자녀를 우대해 인종에 근거한 차별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레거시 입학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어퍼머티브 액션 위헌 판결 이후 미국 정치권에서도 쏟아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레거시 입학이 “기회 대신 특권을 확대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급진 성향인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레거시 입학이 “특권층을 위한 어퍼머티브 액션”이라고 했고,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팀 스콧 상원의원도 레거시 입학 제도의 폐지를 촉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코네티컷의 명문 웨슬리언 대학은 이달 초 레거시 입학이 “불공정의 징표”라며 폐지를 결정했다.
동문 자녀를 우대하는 레거시 입학이 우선적 조사 대상이 됐지만, 미국 사회 내에서는 백인 부유층에게 유리한 대입 제도에 대한 광범위한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학업 성적 외에 다양한 특기 활동과 가족 관계를 고려하는 대입 제도가 결국 부유하고 인맥이 탄탄한 부모를 둔 학생들을 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대는 동문 자녀 외에 교직원 자녀와 교내 스포츠팀이 선발한 선수도 입학 사정에서 우대하고 있다. 이들은 전체 하버드대 지원자의 5%도 안 되지만, 매년 전체 합격자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이런 지원자의 67.8%는 백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불평등에 대한 하버드내 연구 모임인 ‘오퍼튜니티 인사이트’가 24일 명문 12개 대학 재학생 6명 중 1명은 연 소득 상위 1% 가정 출신이란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논쟁은 장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연 소득 상위 1% 이상 계층의 96%는 백인이기 때문에, 결국 백인 부유층이 대입에서 구조적으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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